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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an 21. 2023

라떼 아저씨가 본 저출산 문제

백약이 무효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나는 저출산 문제엔 관심을 가질 이유도 동기도 없지만 하도 요즘 문제가 되는 것 같기에 그냥 몇 마디 하고 싶다.


<생각보다 인구 많은 한국>

사실 평소 실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나라 인구 너무 많다. 실감 못하는 이유는 하필 인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나라 옆에 있어 그런 점도 있다. 극지방을 제외하고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들 대부분 인구가 800만 명에서 1200만 명 정도다(너무 예가 많아 열거하기도 어렵다.) 경제와 안보만 아니라면 지금 인구의 20%면 족하다. 언론은 남의 일인 양 암울한 이야기만 쏟아 놓는다. 얼마 후에는 경제가 필리핀에도 뒤진다는 이야기나 하고 있다. 필리핀은 생각보다 인구가 많아 10위권 진입이 머지않은 데다 가톨릭 국가라 낙태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세 배가량 많아질 테니 당연히 GDP는 우리를 앞설 수 있다. 일인 당 GDP 얘기는 쏙 빼고 이런 자극적인 기사나 써서 관심을 끌려한다.


<미래를 못 내다본 당국>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한 집에 보통 5~6명의 자녀가 일반적이었다. 미래 예측을 전혀 못한 게 흠이지만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산아제한 구호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만큼이나 공전의 히트를 한 최고의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또 현재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한 때 우리나라의 의식을 지배했던 <헬조선><흙수저>라는 부정적 의식이 거둔 승리의 전리품이 저출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가 몇 년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가 거액의 자산가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나라지만 모든 것이 당연해진 우리에겐 이미 이를 실감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결혼이 뭐가 좋은데>

여자들은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있지만 남자들도 대부분 군대라는 단절의 시간이 있다. 요즘은 얼마 안 되는 기간이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장애물이다. 20대 초반만 되어도 사랑만으로 결혼이 얼마든지 가능할 때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보는 게 많아 결혼이 어렵다. 또 사실상 결혼과 유사한 경험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요즘이라 결혼만이 가지는 장점을 별로 느낄 수 없는 듯하다. 예전에 고령의 미혼 수하직원들이 유난히 많아서 미혼에 이르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결혼생활에 대한 희로애락 특히 부정적인 면을 너무 많이 알다 보니 선뜻 결혼을 하지 못했고, 일부는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생각했을 때는 그들의 이상에 맞는 배우자를 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전과 비교해 자신이 생각보다 너무 저평가된 데다 독신의 자유로움에 이미 흠뻑 취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결혼하는 것이 더 나은 인생이란 뜻은 아니다. 좋은 것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저출산 대책 위원은 지나가는 자리인가>

저출산 대책 위원장도 아닌 부위원장이 무려 장관급이다.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그냥 거쳐가는 자리라 생각하기 쉽다. 직급만 높다고 일이 효율적으로 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더 이상 고위직을 노리지 않는 만년 국장 정도가 적절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역대 누구도 사실상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했다. 사기업체 같으면 이런 거액을 투자하고도 실적이 없으면 퇴사내지는 중징계감이다. 절박함이 없으니 실적이 나올 리가 없다. 중소기업은 육아 휴직에 대해 아직 눈치 보는 데가 적지 않지만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만 돼도 대체인력이 있고 정부 지원도 받아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것 같다. 예전에 동구권 고객을 만나보니 자녀 수에 따라 휴가가 더 받는 제도까지 있었다.


<백약이 무효>

하지만 현재는 백약이 무효다. What can not be cured must be endured (고칠 수 없는 건 견디라)는 말처럼 악운이 물러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 사이 동남아 인력 수입이나 로봇을 활용해 인력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대책 발표 후 20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엉뚱한 예산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잡은 경우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것도 본질을 흐리는 빨간 청어(red herring)에 지나지 않다고 본다. 물론 몇몇 가정의 경우는 생각을 바꾸었을 수 있지만, 아홉 마리 소의 털 중 하나 꼴의 예외에 불과하다. 결과가 말해주지 않는가. 그나마 더 악화될 것을 막았다는 주장 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쟁 후 출산이 급증하는 것이나 또는 우크라이나처럼 결혼이 불가능해 보일 때 오히려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까. 예산이 얼마나 남아 돌아가는지 출생한 지 10년이 넘은 아이들도 혜택을 보는 것도 보았다. 그러니 출산 전에는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지 짐작이 간다. 받는 입장에선 얼마 안 되겠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지원이다. 라떼는 지원이 전혀 없었다. 연말정산의 세제 혜택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걸 전혀 느낄 수 없었으니 유명무실했다고 할 수 있다. 


<심리전 전개가 중요>

세상에 온갖 첨단 기술이 등장했지만, 인간은 200만 년 전에 비해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으니 재래식 방법이 통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한민족 특성을 잘 활용한 심리전을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비방일 수도 있으니 구체적으론 얘기하지 않겠다. 이것도 물론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는 없을 것이다. 다둥이 부모나 자녀는 국가 유공자급으로 대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유난히 평등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분위기가 이젠 특별 대우해도 거부감이 별로 없는 정도가 되었다.


<의식이나 풍조는 반드시 바뀐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악운이 물러갈 때까진 백약이 무효다. 하지만, 2045년을 전후해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자녀가 많으면 다복하다고 하거나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 한 것이 불과 얼마 안 된 일이다. 의식이나 풍조는 늘 달라진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용이 아닌 지렁이가 될 것이라고 우리를 조소하던 때가 있었다. 표현이 다소 거칠 수 있지만 그들은 지금 모두 저만치 우리 발밑에 있다. 우리가 여권 파워 2위가 될 것을 그 누가 예상했던 일인가. 그런 부정적인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아무튼 자녀 출산과 결혼에 부정적인 이 세대가 물러갈 동안 저출산 예산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하고 나머지는 경제발전 예컨대 벤처기업 지원이나 신종 병기 개발에 힘써 주변국이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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