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Dec 08. 2023

그 많던 거미는 다 어디로 갔을까

-사라지는 건 가을만이 아니다


이제 가을의 흔적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겨울이 되면서 사라지는 건 나뭇잎만이 아니다. 산책하다 보면 숲 속을 터전으로 삼던 각종 곤충도 자취를 감추었다. 모기를 비롯해 이런저런 곤충이 사라지니 그 많던 거미와 거미줄도 전혀 보이질 않는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거미는 전 세계에 지금까지 발견된 된 것만 해도 오만 종 가까이 된다고 하니 물은 물론이고 나무에 사는 거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미는 일반적으로 땅에 산다고 보면 될 듯하다. 따라서 지금 쯤은 주식인 모기가 되돌아오기만을 고대하면서 땅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월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땅속은 정말 신비한 곳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밖과 연결되어 있는데도 날씨가 어떻든 그곳은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다. 영하 50도를 기록하기도 하는 곳에서 땅다람쥐가 혹한을 이겨내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


숲 속을 산책하면서 지나가는 중년 여성에게 시험 삼아 <그 많던 거미가 다 어디로 갔을까요>했더니 <어디론 가 갔겠죠. 잘 모르겠네요>라고 친절하게 대답한다. 역시 우리나라다. 최소한의 정은 다들 간직하고 산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처럼 한 겨울에 뉴욕 센트럴 파크의 연못에 있던 오리가 어디로 갔는지 어른들에게 물으면 그 사람들 관행으로 볼 때 IDGAD(전혀 관심 없다)이라고나 하지 않을까?  <별 정신 나간 놈 다 보겠다>라는 말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다.


청둥오리야 전혀 걱정이 안 된다. 그 힘찬 날개로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거미야 가봤자 거미줄 쳤던 부근에서 그 물렁물렁하고 연약한 육체로 겨울을 나고 있을 것 같다. 거미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니 어떤 종의 수컷은 길어야 5년 정도인데 암컷은 15년에서 20년 정도 된다고 하지만 열대의 거미는 대개 1년 남짓하다고 하니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 많은 해충을 처리해 주는데도 순전히 외모 탓에 제대로 된 평가도 못 받고 있다. 인간 세계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가을엔 집 근처에 있던 거대한 거미줄 두 군데가 순전히 <미관상>의 이유로 무단 철거되는 걸 보았다.  거미줄의 <제원>이 건물 한층 정도 높이에 폭도 한 뼘이나 되니 제국은 아니더라도 왕국은 되는 듯했다.


                      ☆☆☆☆☆


일본의 우주선이 소행성에서 <토양>의 극히 일부를 채취해 돌아와 일본 열도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한다.  반도체 왕국에서 밀려난 자존심을 나름 회복한 (saving grace) 사건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반도체 시장을 얘기할 때 미국, 일본 그리고 ROW(rest of the world)로 표기하며 일본은 아시아가 아닌 별도의 대륙으로 간주하는데 분개했던 생각이 난다. 그 소행성에 어린 왕자는 아니더라도 거미 정도의 <고등 생명체>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지금으로 봐 선 잘해야 미생물이나 존재할지 모르겠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항성만 해도 약 3.3 광년(약 30조 킬로미터: 1 파섹)이라 하니 인류가 100년 내에 외계 생명체를 만나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저출산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