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든 경쟁자가 있게 마련이다. 경쟁자가 없다는 건 그 분야가 적어도 현재나 가까운 미래엔 아무런 비전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폐교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데 비리와 관련된 일이 많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률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누구가 입학하고 싶어 경쟁률이 치열한 대학교가 문을 닫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쟁자는 나에게 도전하는 사람들이고 나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문명이 없는 세계라면 <개가 개를 먹는 상황>이며 정글의 법칙이 냉엄하게 적용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경쟁자를 칭찬하는 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를 이겨야 내가 살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는 게 우리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자나 경쟁 제품을 깎아내리고 흠집을 내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자를 칭찬하면 유망한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고객의 마음속엔 은연중 얼마나 여유와 자신이 있으면 경쟁자를 칭찬할 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미국 남북전쟁 초기 로버트 리 장군이 화이팅 장군에게 격렬한 비판을 받고 앙심을 품게 되었다. 이런 경우 누구나 복수심에 불타게 된다. 때를 엿보던 리 장군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화이팅 장군의 상사인 제퍼슨 데이비스 대통령이 리 장군을 불러 화이팅 장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리 장군은 화이팅 장군은 군에서 가장 유능하다며 최고의 찬사를 표시했다. 나중에 리 장군 동료가 왜 그랬느냐고 물었다. "대통령은 내가 화이팅 장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거지 화이팅 장군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게 아니라네"라고 대답했다.
나도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때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어느 유명한 화장품 회사에서 직원 2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가 50명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직원을 뽑는 거라 고위 임원이 직접 공을 들이며 심층 면접을 했다. 최종 면접에서 여러 가지 질문이 있었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과 출신 C가 최종 면접자로 선발된 것이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 임원이 질문했다.
그때 나와 같은 문과 출신은 취업이 정말 안되던 때였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 난 어떻게든 취업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 C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던 데다 둘 중의 한 사람은 반드시 낙방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나름대로 균형을 가지고 평가를 했다. 나를 면접하면서 "이렇게도 인재가 없나"라고 하던 임원은 웬일인지 나를 최종 합격시켰고 며칠 후 각 부서를 돌면서 인사도 했다. 결국은 그다음 날 그 기업보다 규모가 큰 반도체 회사에 중복 합격되었다는 통보를 받아 바로 퇴사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 그 친구의 장점만 말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왜 그땐 그런 용기가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