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고백

때론 약점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게 통한다

by 김광훈 Kai H

내가 사는 아파트에 주차되어 있는 차 후미 유리창에 다음과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경차

느림

풀 액셀_중


빨리 달리려고 나름 분투하고 있으나 자동차 엔진 출력의 제약으로 여의치 않다는 걸 용기 있게 털어놓은 것이 보기 좋았다.


어쩌다 외국에 가서 운전할 때 보면 범퍼나 뒤 유리창에 재미있는 글을 가끔 볼 수 있었다.


“당신 앞에서 너무 가까이 운전하고 있어 미안합니다”

“지금 운전하는 게 느리다고 생각하면 언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세요”(진짜 느릴 테니)

“제가 느리게 운전하는 게 아니고 당신이 너무 빠른 겁니다”

“어르신 운전 중, 느립니다”


이런 건 애교가 있는 편이지만, 자칫 후방에 있는 차량 운전자의 화를 부를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예컨대

“당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내차는 더 천천히 갑니다”

“난 추월 차선에 느린 차가 있는 건 극혐입니다”


예전에 어떤 트럭에 '느려 터져 미안합니다'라는 글이 붙어 있는 걸 보았는데, 뒤따라 가는 차들이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현재 불우한 입장에 있을 때 인정하고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은 듯하다.




차를 처음 운전할 때 나는 <초보 운전>이란 표시를 하지 않았다. 알량한 자존심이 발동했던 것 같다. 바쁜 직장 생활에 도로 연수를 할 여유가 없어 차를 사자마자 서울 중계동 집에서 동두천까지 혼자서 자가 연수를 다녀왔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승용차는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1단과 2단까지만 변속하면서 운행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3년쯤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출퇴근을 해 익숙할 무렵 미국에 출장 가 자동차를 렌트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자동변속기 차량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자동변속기 차량을 빌려 운행해보니 5분도 안되어 익숙해졌다. 아마 지금은 수동변속기 차량은 운행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