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위대한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프로는 그냥 프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에 맞게 체중을 조절하거나 오랫동안 레슨을 받는다고 들었다. 멕 라이언의 경우 상대 배우와 권투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3주간 권투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연기하기 위해 출산 3개월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니 여성으로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남아 있는 날들(The remains of the day)에서 집사(butler)의 무용담이 생각난다. 인도의 대저택에서 모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탁자 밑에서 호랑이를 발견한 집사가 취한 행동이다. 숙녀들이 놀랄 까 봐 조용한 목소리로 산탄총 세 발을 발사해도 괜찮겠느냐고 허락을 얻은 다음, 호랑이를 처치했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사를 진행했다. 물론 전설에 가깝지만, 집사의 프로정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릴 스트립은 영화에서의 역할을 위해 하루 6시간씩 8주간이나 바이올린을 연습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글을 쓸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가능하면 몸으로 검증된 것을 진실하게 쓰자는 것이다. 부산 동백섬을 묘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 몇 시간 동안 현장의 느낌을 기록한 다음 당일 다시 복귀한 적도 있다. 또 수원 화성을 영역할 때 직접 가서 몇 시간 동안 성벽을 살펴보고 돌의 질감도 느끼고 포대와 성문도 만져본 적이 있다. 정약용과 축성할 때 각처에서 동원된(징집이 아니고 직종 별로 정당한 보수를 받은 최초의 역사였다) 사람들의 숨결까지도 담으려 노력했다.
자유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지만, 행복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살면서 정든다고 일하면서 좋아하게 되는 게 대부분일 듯싶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동물학자가 된 사람도 있고 문과를 원했는데 취업을 위해 공대에 간 사람들도 꽤 있다. 제조업체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나 보았다. 그 일을 좋아서 하게 된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달인이 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아무리 그 분야에 능숙해도 좋아하는 일만 잘할 수 있다면 그건 프로가 아니다. 때로는 좋아하지 않을 때도 잘할 수 있어야 진정한 프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본래의 기량, 본래 해야 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프로는 끊임없는 훈련을 한다. 알다시피 프로의 세계에서 한 타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는 비단 골프뿐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의 달콤함과 패배의 쓰라림이 교차한다. 훈련에서의 땀 한 방울이 전투에서의 피 한 방울과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프로야구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프로야구 선수는 진짜 프로가 되어야 한다. 야구장에 나오는 것은 훈련하러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러 나온다. 그런 생각을 하면 준비하는 자세부터 달라진다. 자세가 달라지면 성적도 좋아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