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 Aug 19. 2021

가을인데

겨울이 곧 올 것 같네


여름이 다 지나가나 보다. 풀벌레 소리가 다르다.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와 겨루기라도 하듯 울어 제치던 매미소리가 사라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열어 논 창문으로 들려온다. 바람도 후덥지근함을 벗어나 선선해졌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에 매번 놀랍다. 조금 더 지나면 곧 추워지겠구나 하는 감이 온다. 뜨거운 한여름에는 추위라는 것이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가을바람에게서는 상상이 저절로 된다.


이렇게 오고 가는 게 계절이고 세월이구나 싶다. 사람도 어쩌면 이렇게 오고 가는 것이겠구나. 매미처럼 그때그때 바로 그날들을 열심히 살아내야겠구나. 사계절에 비유하면 내 나이가 가을이겠구나 싶다. 다가올 추위를 걱정하느라 수확할 힘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겠다. 수확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현상유지도 간신히 하는 내게 물질은 산 너머 먼 곳 어딘가에 있다. 이 나이에는 정신적인 것이 많은 위안이 되고 현실 유지에 힘이 된다.


인터넷에 007 영화에 출연한 영국 영화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라는 사람이 1억 6,000만 달러(약 1,879억 원)에 달하는 자기 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뉴스가 뜬다. 그는 “다음 세대에게 큰돈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상속은 상당히 혐오스럽다”라고 했다 한다. 크레이그는 앤드루 카네기가 사망하기 전 수십억 달러를 기부한 것을 언급하면서 “나의 철학은 죽기 전에 돈을 쓰거나 기부하는 것”이라며 ‘부자로 죽으면 실패한 것’이라는 카네기의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러 가지 잡념이 뒤따른다.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무엇이든 물려주거나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들 마음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자식들이 어리다면 몰라도 이미 성장해 오히려 부모보다 더 활동적인 성인이 아닌가. 부모 마음은 부모의 마음일 뿐이고 다 자란 자식들은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이 맞다.


수확해서 저장해 남겨놓을 게 없는 빈한한 삶 같아 다가올 겨울이 더 춥게 느껴졌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하긴 수시로 변하는 생각이지만 지금은 위안이 된다. 따뜻한 사랑만은 차고도 넘치니 그 마음 무시하지 말고 끝까지 잘 보존하자. 그러면 겨울을 버텨낼 수 있을 게야. 그것이 나의 수확물이다.

작가의 이전글 폭군의어깨 위에올라탈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