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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 Oct 26. 2021

시간과 욕망

평행과 교차


     

벌써 10월 말이다. 

이루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러다가 일 년이 그냥 훅~ 하고 가겠다. 


추위에 시간이 오그라든 것일까. 어찌 이리 시간이 빨리 가나.

몸도 추위에 움츠러들어 따뜻한 잠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더디다.


너무 일찍 온 추위에 건물들도 경직된 듯 냉랭해 보인다.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도 추위에 경직된 듯 부서질 듯 빳빳해 보인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라지만 추우니 다들 움츠러든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각각이 마음이 다르니 보는 것도 각각인데 어찌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소통하려고 아무리 시도해도 교차점 없는 평행선이다. 이렇게 다른 평행선들이 마주하면서 가는 것이 소통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엉키지 않게 일정 거리를 두면 나란히 갈 수 있다.


네가 있어 외롭지 않고 내가 있어 너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각이 아주 조금씩 외로워한다. 

그냥 다른 우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애쓴다. 더불어 가고자 하는 내 마음이 가상하다.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나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인정받고자 하는 다 같은 소통의 방법이다.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지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것이다.

나도 내 나름대로 표현해보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속에 미세한 떨림을 알아차려 보자.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은 멈춰진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약 올리듯 더디 흘러가는데 말이다. 우린 시간 속에 살기도 하지만 시간에 얽매여 살아간다.


오늘은 시간 속에 허덕이기보다는 옆에 놓고 나란히 가보고자 한다. 상당히 여유로워진다. 부러 시간을 따로 내어야만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냥 시간 옆에 앉아만 있어도 여유로워진다.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풍족해질 줄 알았는데 오늘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풍족해진다


시간과 친구처럼 평행선처럼 마주 보며 가야겠다. 그것이 진정 시간에 쫓기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알면서도 때론 급한 마음에 깜박깜박 잊고 혼자서 내달리곤 한다. 결국은 시간에 추월당한다. 그러면 앞서고자 했던 마음에 허망해지고 힘이 빠진다. 


왜 그리 달렸을까. 그냥 내 시간들과 즐기면 되는 것을. 

다 내 욕심이었다. 느긋이 창밖을 내다보며 차 한 잔을 마신다. 

시간에 쫓긴 것이 아니라 내 욕심이 나를 재촉한 것이다. 다 내려놓은 이 시간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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