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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Jin Mar 03. 2024

인생 첫 마라톤 10km 후기

러닝화를 버릴 순 없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기로 한 올해 초, 신발장을 정리하다가 작년에 사놓고 몇 번 신지 않은 운동화를 발견했다. 당근을 할까, 러닝을 다시 시작할까 고민했다. 정형외과 수술 특성상 오랜 기간 서있어야 한다. 뒷받침하는 체력은 필수다. 새해도 되었겠다, 다시 러닝을 하기로 다짐했다.


오랜만에 빛을 본 운동화


목표를 세워야 열심히 하는 법이다. 작년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 84가 마라톤 대회를 완주하던 것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하프 마라톤, 그리고 10km 종목도 있다. 10km 정도면 나에게 적당한 목표가 될 것 같았다.


마침 집 근처에서 경기 수원 국제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2달 정도 준비기간이 있었다.

반팔 티셔츠, 양말을 주긴 하지만 45,000원은 조금 비싸다.


야심 차게 대회 신청을 했지만 연습하기는 녹록지 않았다. 생각보다 추운 나날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3km, 5km, 7km 점점 뛰는 거리를 늘려갔다. 하지만 7km 이 통곡의 벽이었다. 그 이상부터는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대회 전까지 10km를 완주해 본 적이 없었다.


57분보다는 빨리 뛰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주 전에 서울 마라톤 대회를 참가했던 후배가 대회 버프(?)를 받으면 충분히 뛸 수 있다는 말에 안심하며 전날 밤 잠에 들었다.




우리나라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엄청난 인파에 주차하기 위해 대기하는 차량이 도로까지 이어졌다. 복장을 갖추고 준비운동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주눅 들 긴 했지만 축제 같은 분위기에 텐션이 조금씩 높아졌다. 행사 부스에서 무릎에 테이핑을 받기도 했다.


간단한 테이핑을 무료로 해줬다.


엘리트 부분 하프 마라톤,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참가자들이 순서대로 출발하고, 그 뒤에 나는 10km 코스 참가자들과 함께 출발했다. 혼자 연습할 때랑 두 가지가 달랐다. 첫 번째, 사람들이랑 섞여서 뛰니까 오버 페이스가 됐다. 보통 1km 당 6분 페이스로 연습을 했는데 대회 때는 5분 30초 페이스로 뛰었다. 두 번째, 코스가 거의 직진이다. 반환점을 돌기 전후로 5km가 계속 새로운 길이다 보니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오버 페이스를 해도 많이 지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이 많아서 1차, 2차 출발이 있었다

역시나 7-8km 지점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왼쪽 햄스트링 근육이 올라왔다. 이대로 멈춰 걸으면 다시 뛰지 못할 것 같아 앞사람만 보고 계속 달렸다. 마지막 1km가 남았을 때는 끝이라는 생각에 없던 힘마저 생겼다. 생각보다 마지막 1km가 길긴 했지만 무사히 완주했다. 10km를 처음으로 완주했다는 성취감이 좋았다.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구나. 연습 때는 7km까지밖에 뛰어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1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면 일단 부딪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2. 목표를 이루면 다음 목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내가 성장하는구나. 한번 10km의 벽을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연습 때 10km는 수월하게 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굳이 다음 대회는 10km  코스일 필요는 없다. 다음은 하프 코스에 부딪혀봐야겠다. 이 과정 속에서 나의 체력은 더 좋아짐을 느낀다.


3. 미니멀리즘을 하니 마라톤 대회까지 참여하는구나. 앞으로 러닝화가 버려질 일이 없도록 열심히 달려야겠다.


나름 준수한 기록인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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