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꼭 건네야 할 질문들
글을 쓰는 내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생각이 있었다.
'질문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글쓰기 수업도, 말하기 훈련도, 결국은 질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들었던 고민이었다.
지금까지 연재한 글들은 에이든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의 구조를 짚어보려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식과 통찰만으로는 교육이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네느냐는 '질문의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도 유효기간이 있다
부모의 아무리 좋은 질문도, 아무리 따뜻한 말도, 연습이 없다면 아이는 대답하기 어렵다.
아이가 마음이 닫혀 있다면, 부모의 노력은 항상 벽에 부딪히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을 연습할 수 있는 언어화의 기회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해주는 질문 하나하나가 생각의 훈련이 되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해석하는 언어적 기반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이후에는 설득보다 침묵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질문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말은 습관이다.
질문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질문 리스트는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부모가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자주 했던가?'
'왜 어떤 질문은 아이의 마음을 여는 데 실패했을까?'
'질문을 했지만, 진심이 전달되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우리는 질문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여는 동시에,
우리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이 리스트는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감동시키기 위한 대사가 아니다.
그저 아이가 생각을 말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언어의 발판이다.
이 발판은 아이가 언어로 세상을 이해해 가는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까지,
말이 생각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시기에 특히 효과적인 질문들이다.
사춘기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과연 대답을 해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많은 질문을 해도 대답해 주는 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래에 소개할 질문들은 수많은 좋은 질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몇 가지의 예시가,
일상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여는 작지만 따뜻한 시작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부모가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질문 루틴
"관계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아이가 친구를 어떻게 이해하고 느끼는지 말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이다.
오늘 친구랑 나눈 대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어?
친구가 웃을 때 기분이 어땠어?
혹시 오늘 속상해 보이는 친구가 있었어?
새 친구가 전학 왔다면, 너는 뭐라고 하면서 말을 걸고 싶어?
친구가 너와 다른 생각을 말할 때 어떤 느낌이 들어?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힘은 자기 이해의 시작이다."
이런 질문은 아이의 마음을 언어로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오늘 하루 중 가장 편안했던 순간은 언제야?
오늘 속상했던 일이 있다면, 그건 어떤 상황이었어?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어?
누가 너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적 있었어?
하루 중에 다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야? 왜?
"배움의 순간을 다시 말로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힘을 기르는 질문이다."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 왜 궁금했는지, 어떻게 이해했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은 아이의 주도적 사고를 자극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1. 네가 선생님이라면 오늘 수업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2. 숙제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였어?
3. 만약 오늘 배운 걸 친구한테 설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할래?
4. 배운 것 중에 제일 신기했던 건 뭐야?
5. 수업 시간에 '이건 왜 그럴까?'라고 궁금해진 게 있었어?
"생각의 틀을 벗어나 다른 시공간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질문이다."
현실 너머를 상상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도와준다.
1. 만약 네가 책 속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2. 네가 감독이라면 사람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
3.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뭐야?
4. 오늘 하루를 영화로 만든다면 제목은 뭐라고 할래?
5. 내일 하루가 휴일이라면 뭘 하고 싶어?
"경험과 감정을 구조화된 글로 표현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질문이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글쓰기의 기초인 '의미 찾기'를 연습하게 된다.
1. 네가 겪은 일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면 어떻게 쓸래?
2. 그 경험에서 네가 발견한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해?
3. 만약 이걸 에세이로 쓴다면,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면 좋을까?
4. 이 일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어?
5. 그때 너는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이유는 뭐였어?
이 질문들이 모든 상황에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짧은 대화 속에서 아이와 소통하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말을 건넨다는 건, 결국 기다리는 일일 수도 있다.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순간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은 아이에게 천천히, 그리고 분명히 닿을 것이다.
부모로서 매일 좋은 질문을 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하루의 작은 대화 하나가 내일의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믿음,
이 리스트가 그런 믿음의 시작이 되기를,
그리고 내가 다른 부모들의 대화와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반성과 위로를 받았듯이,
이 글이 많은 부모님께 조용한 위로와 힌트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