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경험에서 출발해, 타인을 설득하는 글쓰기로 가는 길
에이든의 글쓰기가 점점 확장되는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학교에서 배우는 에세이 유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에이든이 배우게 될 에세이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서사형 에세이 (Narrative Essay).
대표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퍼스널 에세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2. 사실이나 정보를 설명하는 정보형 에세이 (Expository Essay)
3. 주장과 근거를 구조화해 독자를 설득하는 논증형 에세이 (Argumentative Essay)
4. 소설이나 시 등 문학 작품을 분석하는 문학 분석 에세이 (Analytical Essay)
이렇게 보면, 에세이의 유형은 단순한 형식 나열이 아니라, 학생이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사고력을 확장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성장 흐름처럼 느껴진다.
즉, 글쓰기 훈련은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에서 시작해
'정보를 정리하는 글쓰기'를 거쳐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확장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연재해 온 글들은 결국 '퍼스널 에세이'라는 하나의 중심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개인의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묻고, 그 안에서 자기 성찰을 이끌어내는 글쓰기를 소개해온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에이든의 글쓰기 진도가 객관적 사실과 타당한 이해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퍼스널 에세이보다 더 명확한 구조와 논리적인 흐름을 요구하는 논증형 에세이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논리를 일정한 구조 안에 담아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앞으로 에이든은 이런 주장 기반의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될 것이다.
퍼스널 에세이를 쓰며 자기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훈련은 자신의 관점을 의심하고 다각도로 점검하는 태도,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주장을 구조화하고 근거를 세우는 글쓰기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이제는 타인을 설득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그것이 학교 글쓰기 교육의 최종 목적이자, 지금 에이든이 배우고 있는 글쓰기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자기 경험을 통해 감정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글쓰기.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소개해온 글쓰기 연습의 핵심이었다면,
이번 글에서는 퍼스널 에세이를 쓸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사실과 정보 중심의 글쓰기로 넘어가고 있는 에이든의 최근 논증형 에세이 일부를 발췌해, 퍼스널 에세이와 논증형 에세이의 사고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이마다 같은 사건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그 해석은 어떻게 문장으로 드러나, 에세이가 될 수 있을까?
에세이는 단순히 주제가 주어지고 바로 써 내려가는 시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주어진 주제를 자기 경험과 어떻게 연결하느냐,
그리고 그 안의 생각을 어떻게 구조화해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느냐에 있다.
예를 들어,
'도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주어졌을 때,
자신의 경험을 나열하는 아이와, 그 경험 속에서 감정의 변화를 짚어내고, 스스로 발견한 의미를 끌어내어, 글로 담는 아이는 처음부터 글의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예시를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첫째,
5학년 때 수영 대회에 처음 나갔습니다.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다음 해에 다시 도전했고 결국 1등을 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예문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설명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사건의 흐름 (떨어짐 -> 재도전 -> 1등)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의 내면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둘째,
처음으로 나간 수영 대회에서 떨어졌을 때 너무 창피했습니다. 친구들이 나를 실망스럽게 보지 않을까 두려워, 일부러 괜찮은 척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속으로는 '그럼 그렇지, 떨어질 줄 알았어'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비하하는 내 모습이 거울을 통해 보이기 시작했고, 우울한 내 모습도 더 이상 보기 싫었습니다.
그날 이후 매일 새벽에 수영장에 가서 두 시간씩 연습했습니다.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두 번째 도전을 준비했습니다.
다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당당함을 발견하면서, '나는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결국 1등을 했을 때는 성적보다, 예전의 나와는 달라진 내 모습이 더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이 글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겉으로는 '1등을 했다'는 동일한 결과를 담고 있지만, 글을 읽다 보면 성취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내면의 회복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창피함, 자기 비하, 좌절, 변화, 회복이라는 감정의 굴곡이 글의 진짜 힘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읽는 사람은 글쓴이의 마음에 몰입하게 된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던 순간에서, 다시 자신을 세워가는 과정.
그 변화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때, 비로소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퍼스널 에세이(personal essay)에서는,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에세이의 핵심은,
사건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해내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건이 있었니?'보다
'그때 너는 무슨 생각이 들었니?'를 반복해서 물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아이가 자기 경험에 대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건)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감정)
그 감정이 나를 어떻게 바꿨는지? (해석)
자연스럽게 말해본 경험이 많다면,
그 아이는 이미 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마음속에 수십 개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기 해석이 담긴 글은 어떻게 시작될 수 있을까?
그 시작은, 마음속 이야기를 말로 꺼내보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꺼내는 순간,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스스로도 놀라는 그 순간이, 글쓰기의 진짜 출발점이다.
왜냐하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막막해하는 이유는 대부분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억지로 문장으로 옮기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를 보여주는 에세이는 갑자기 써지는 글이 아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생각을 정리하며 말해본 습관이 어느 날 글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과정이다.
생각하고 말해보고,
말한 것을 되짚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반복.
이 조용하고도 꾸준한 훈련이
아이의 에세이 안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자기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다는 건,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에세이는,
자기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글이고,
자기만의 언어로 써 내려간 문장 속에서 심사관은 한 학생의 인생 전체를 압축해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진짜 퍼스널 에세이가 가진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이제 에이든이 배우게 될 논리적 에세이에서도 생각을 설득력 있게 펼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