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을 글로 설득하는 에세이

감정에서 논리로, 퍼스널 에세이에서 논증형 에세이로 나아가는 길

by 에이든엄마

애기 같던 에이든이 이제는 나보다 훨씬 논리적으로 말한다.

가끔은 내가 대충 '누가 그러더라'라고 말하면,

곧장 "엄마! 그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말이 안 되는 소리야."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꼬맹이 때는 그저 "좋았다", "모르겠다"로만 표현하던 아이가 글쓰기의 본질을 차근차근 배우며, 말 역시 점점 설득의 힘을 가진 문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에이든의 생각이 '나'의 감정에서 출발해, 다른 사람을 향한 '주장과 근거의 구조'로 확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아이에게 "네 생각을 글로 써봐"라고 말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요구다.

생각이라는 건 형태도 없고, 말로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에이든은 오랫동안 자신이 겪은 일, 그때 느낀 감정, 그로 인해 변화된 생각을 말로 꺼내고, 글로 정리해 보는 연습을 반복해 왔다.


그렇게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이 쌓이자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나'를 넘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고의 확장이 시작되었다.


"나는 왜 그렇게 느꼈을까?"에서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느낄까?"로,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걸까?"로.


이러한 질문은 글의 방향을 바꾼다.

더 이상 '나' 중심의 기록이 아닌,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글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아이들이 논증형 글쓰기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논리를 세우기 전에 자기 생각을 말로 꺼내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여러 종류의 다양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


내가 배웠던 것과는 다르게

에이든이 배우는 아주 세분화된 글쓰기 커리큘럼을 보면서 끝도 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일단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아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에이든의 학교에서는 글쓰기 교육의 목표를 '사고력'의 성장이라고 명확히 제시한다.


학생의 사고력 성장을 단계별로 확장하기 위해

퍼스널 에세이, 정보형 에세이, 논증형 에세이, 문학 분석 에세이로 구분 지어 놓은 이유는 단순한 형식 분류가 아니라, 사고 능력을 훈련하는 도구의 스펙트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사고력'은 왜 중요할까?


현대 사회에서는 단순히 "나는 이렇게 생각해" 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타당한 이유는 무엇인지', '반대 의견이 있다면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지'를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가 되었다.

즉, 사회는 '의견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힘'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대학 진학 시 자기주도학습과 논리적 사고를 보는 자기소개서

직장에서는 팀 프로젝트나 회의에서의 프레젠테이션 능력

사회 참여에서는 타당한 근거로 의견을 내세우는 표현 능력


이 모든 것이 논증형 글쓰기에서 훈련되는 능력과 연결된다.


결국, 퍼스널 에세이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언어화하고, 그 안에서 생각의 맥락과 이유를 정리하는 연습이 선행되어야만, 논증형 글쓰기에서 타인을 설득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나의 경험'을 글로 깊이 있게 써본 아이만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제 에이든은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에서,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는 글쓰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 시작으로 한 편의 논증형 에세이를 작성했다.


이번 글에서는,

에이든이 쓴 에세이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퍼스널 에세이에서 보여준 자기 해석의 흔적이 훨씬 더 구조화된 사고와 설득의 언어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이든은 이번 여름 캠프에서 "Mock Trial (모의 재판)"이라는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이 수업은 '뉴베리 아너'의 'Nothing But Truth'라는 책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작품 속 갈등을 미국 사법제도와 연결해 생각의 다양성을 이끌었다.

다시 말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주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었다.


첫 단계에서는 책을 분석하며 글쓰기와 토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주장을 세우고, 이어서 정보 탐색과 정리를 함으로써 불필요한 자료를 걸러내고 핵심을 뽑아내는 훈련을 했다.


온라인 수업이었기 때문에 모의재판 대신,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정보 분석 -> 문제 제기 -> 해결책 모색의 과정을 글로 풀어냈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정리된 정보와 문제의식을 토대로, 해결 방안과 자신의 주장을 하나의 에세이 형식으로 완성하는 것이 수업의 최종 목표였다.


선생님은 법과 관련된 테두리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제를 정하라고 하셨다.


에이든이 선택한 주제는 이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에 있어 소수의 의견까지 존중받는 공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1. "민주주의는 정말 공정한가요?"

Most people believe that democracy is simple: you vote, count the ballots, and whoever gets the most votes wins. But when we take a closer look at how voting systems actually work, we find that they can lead to strange—and sometimes unfair—outcomes.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하고, 표를 집계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승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투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하거나 때로는 불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에이든은 글의 첫 문장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을 '민주주의는 간단하다'는 인식을 언급한다.

그리고 나서, 그 단순함 뒤에 숨겨진 구조적 불공정성과 아이러니를 제기한다.

이런 문제 제기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읽는 사람에게 "정말 그럴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 "민주주의를 배에 비유한 철학자 이야기"

Socrates believed democracy could be risky because it allowed anyone—even people who were not wise or qualified—to make important decisions for society. He compared voting in an election to choosing a ship’s captain: only someone trained and experienced should guide the ship, not just anyone with an opinion.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지혜롭거나 또는 자격이 없는 사람도 사회의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을 배의 선장을 고르는 일에 비유했다. 단순히 의견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훈련받고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의 중간 부분에서는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배의 선장을 뽑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아무나 선장이 될 수 없다.

경험 없고 방향 감각 없는 사람이 배를 이끌면 배는 쉽게 방향을 잃고, 결국 침몰할 수도 있다."

라는 비유를 통해 '모든 사람이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고 있다.



3.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더 나은 방법은 있다."

So in the end, no voting system is perfect. Citizens as well as candidates can be ignorant and unqualified. But that doesn’t mean we should use a voting system that clearly doesn’t work. Elections decide the leaders and the future of our nation, so we need to make sure we use a system that truly reflects what the people want. Therefore, improving how we vote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ways to protect democracy and ensure every voice is heard.

"결론적으로, 완벽한 투표 시스템은 없다. 유권자나 후보 모두 무지하거나 자격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분명히 잘못된 시스템을 계속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선거는 국가의 리더를 정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므로,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표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모든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마지막 결론에서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지금보다 나은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 글은 비판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논증형 에세이가 단지 '내 생각을 말하는 글'이 아니라 '타인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글'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에이든의 글은 확실히 퍼스널 에세이와는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퍼스널 에세이가 '나의 경험 속 의미'를 드러내는 내면을 향한 질문이라면,

논증형 에세이는 '사실과 근거를 통해 주장을 강화'하는

즉, 바깥을 향한 글이다.


나는 지금껏 에이든이 해 왔던 자기 생각을 의심하고 감정을 말과 글로 꺼내본 경험이 설득력 있는 글쓰기에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종류별 에세이를 왜 가르치는지에 대한 궁금증의 해답도 찾았다.


퍼스널 에세이에서만 멈추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는 있지만, 타인과 논리적으로 소통하거나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학교는 학생이 한쪽 글쓰기에만 익숙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단계별 에세이 유형을 지도하는 것이라는 점이 나의 답이다.




7학년이 된 에이든은 점점 사회가 요구하는 사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설득하는 글쓰기에 집중된 훈련을 할 것이다.

말보다 느리고, 때론 머뭇거리는 글쓰기의 시간이지만, 이 과정이 결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글쓰기의 핵심 역량과도 맞닿아 있으니 설득이라는 틀 안에서 에이든의 글쓰기가 조금씩 견고해지길 기대해 본다.

keyword
이전 09화퍼스널 에세이(Personal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