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로봇이 되면 어떨까

by 김숙희

# 간만에 어제 근처 교보문고를 갔다. 녹음 외근을 끝내고 회사 근처를 한 바퀴 돌아, 상사의 생일카드를 사러 동료들과 다녀 왔다. 이 비합리적이고 독재적인 생일 축하 조공 문화는 다음에 얘기해야지.

어제 알았는데, 교보문고가 서점 내에서 뿌리는 향수가 따로 있단다. 사실 텍스트로만 이름을 들어서

바로 감이 안 왔는데, 마침 서점에 가보니 단번에 알게 된 그 향.

"The Scent of Page"는 유카튤립스와 편백나무 향의 조합이라고 한다.

키즈카페 한쪽에서 엄청나던 그 편백나무의 향. 알지알지.

잠깐의 서점 나들이였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책은 보지도 않고, 즐비하게 전시된 책의 표지들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법.


# 지난주 저녁 괜히 빈정 상하는 말이 오가는 와중에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음식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김에 근처 성북천까지 산책으로 걸었다. 사실 드라이브로만 지나간 길이고, 몇 번 근처 카페만 가봤는데 아래 하천 길이 그렇게 잘 되어있는 줄 몰랐다. (참.. 부끄러운 일이 근처 산지가 벌써... 9년 차입니다. ㅜㅜ )


KakaoTalk_20211110_085848659_02.jpg

성북천은 청계천보다 조금 더 좁은 하천이지만 특유의 그 비린 향도 거의 없었고, 좀 더 깔끔하게 관리되는 느낌이다.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가로등 불빛도 훤하고, 중간중간 의자도 많아서 쉬엄쉬엄 걸었다.

졸졸졸 정말 소담스럽게 저녁에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걸으니,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

집에서 20분 정도는 걸어야 나오는 길이지만, 앞으로는 자주 가야겠다 마음먹는다.

(집에 오는 길에 못 먹은 저녁 겸 컵라면을 사 와 아이들 놀이방 테이블에서 혼자 먹으니 둘째가 옆에 와서

소곤소곤 왜 이렇게 늦게 왔는지 취조(?)했던 귀여운 밤)

남편은 다음 날 아침 장문의 사과 문자를 보내와서 마음을 풀고, 이 사진을 선물로(?) 보내줬다. 제기동 토박이 남편 말로는 여기가 예전에는 정말 거의 쓰레기장처럼 지저분했으나 청계천 복구 시기와 맞물려 이렇게 재정비가 되었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감사할 따름.


# 잠깐 생리 기간도 있고 해서, 도수치료를 일주일 넘게 안 갔더니 약도 떨어지고 어깨가 너무 저려오는 요즘이다. 타이레놀을 한 알씩 먹으며 버티는 요즘. 책 마감도 있고 해서 이번 주도 날짜 잡기가 애매하다.

회사 근처에도 정형외과가 있으나 제일 꺼려지게 옷을 갈아입고 치료한다. 제발 그냥 해주세요. ㅜㅜ

지금 다니는 곳은 그대로 옷을 입고 큰 수건 같은 것으로 다리 쪽이나 엉덩이 쪽을 덮어주고 진행해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이다. 생각보다 소소히 별 거 아닌 것에 예민한 나는 이런 부분 때문에 도수치료받는 곳도 집 근처 한 곳이 고정이다. 의사 선생님이 볼 때마다 자주 오셔야 한다고 안쓰럽게 말씀하시는데, 특유의 안일한 내 기질과 회사 생활 + 워킹맘 상황으로 쉽지는 않다.


정말,, 내 몸이 로봇이 되었으면 할 때가 많다.


그럼, 이렇게 매일 오늘은 어디가 아픈지 체크하는 일도 없을 것 같고, 아이들에게 짜증 내지 않고 책도 척척 자기 전에 여러 권 읽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안아달라는 아이들의 말에 주저 없이 거뜬하게 또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하게 허리가 아프고 목이 아파서 아이들을 번쩍 안아줄 수 없을 때가 그렇게 미안하고 스스로 속상하다. (그런데 벌써 아이들 둘 다 23kg 정도인데.... 아마 내 허리디스크가 너무 아이들을 자주 안아서 그런 건 아닐까.... 그냥.. 생각만 해본다.)


정신은 그대로,, 신체만 로봇..


어느 미래의 날에는 가능한 애기일 수 있을..


# 마감이 끝나고 맞이하는 금요일.

오늘도 여기저기 아프고 어지러워서 주섬주섬 타이레놀을 챙겨 먹는다.

그러면서도 점심은 브런치 카페에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오전.

커피는 안 주지만, 탄산수는 행사로 주니 16,000원의 한 끼에 대해서 너무 가성비 따지지 말자 하면서도

브런치는 매일 먹기 힘들겠구나 싶은 점심.


이렇게 먹고 오후에 초콜릿 과자를 서랍에서 꺼내 먹을 수 있다.

백 프로.


이번 주도 이렇게 지나간다.



작가의 이전글아프니까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