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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barista Nov 29. 2021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책을  출판 계약했습니다

출판계약 뒷담화

우여곡절이란 단어는 엄살입니다. 모진 일을 당한 건 아닙니다.

사실 이 책은 작년 12월 출판 계약을 했으나, 올해 9월 해지당했습니다.

이번 가을, 두 번째 책을 서점에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눈물을 머금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우여곡절이 아주 새빨간 거짓말은 아닙니다.

작년 12월에 제가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시고 출판사 대표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제 글이 너무 좋다, 사실 나는 당신 팬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지 상상되실 겁니다.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거나하게 먹고, 그 자리에서 사인을 했습니다. 즉석에서 계약서를 꺼내시길래 저도 잠시 놀랐지만, 술기운도 있고 기분도 좋고, 천국에서 계약하는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썼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니까 연재하는 것 같아 조금 더 성실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구독자 수가 늘고, 댓글이 달리고, 글쓰기 재미 외에 부수입도 짭짤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움말을 주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글을 여러 번 고쳐써 다시 올리곤 했습니다. 이 모든 게 출판 계약이 주는 안정감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첫 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순탄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는 대형 서점마저 쓰러트렸습니다. 영세한 출판사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무참히 무너졌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계약을 해지하다니 너무 속상했습니다. 제가 가장 서운했던 건, 출판사 대표님께서 최종 원고를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계약 해지하기 바로 전주에 책 제목과 목차 구성, 핵심 독자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전략 회의 비슷한 것을 했더랬습니다. 그 때 제가 어려운 출판사 상황을 전혀 모르고 이런 저런 제안을 강하게 했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대표님껜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됐을 겁니다.

     

더 좋은 출판사를 만나길 바란다는 이메일을 받고서 살짝 어지러웠습니다.  

1년 가까이 써온 글들이 밥하다 떨군 쌀처럼 바닥에 흩어졌습니다. 전주 회의 결과를 반영해서 제목도, 목차도, 핵심 메시지도 고쳤는데, 그 글들을 다시 주워 담을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세파에 나름 시달린 중년 아저씨도 이런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계약 해지를 당했으니 출판사를 다시 알아봐야 했습니다.

책을 빨리 내고 싶다는 욕심도 들고,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도 났습니다. 자유투고를 했습니다. 첫 책을 낼 때 보냈던, 숱하게 실패했던 출판사들의 이메일을 다시 확인해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완성된 원고가 있으니까 제대로 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싶어 기대도 컸던 게 사실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이메일을 보낸 지 이틀 만에 훌륭한 출판사에서 관심이 있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할렐루야!     


담당 팀장님과 만나 미팅을 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계기로 책을 쓰게 되었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미팅 전, 제 첫 책을 읽으셨다고도 하셨습니다. 투고 원고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팀장님을 만나고 한 달 반이 지난 11월 22일, 출판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 한 달 반의 시간도 새가슴 작가에겐 충분하게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출판계약을 하고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제가 제9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도 응모를 했던 사실이 번쩍 떠올랐습니다. 출판 계약을 하면 응모자격이 없다는 걸 깨달을 것입니다. 이제 응모를 빨리 취소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기저기 아무리 봐도 응모 취소 버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응모 당시에는 계약 상태가 아니었고 이제 출판 계약이 되었으니 응모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브런치 운영팀이 올린 글에 답글로 남겼는데, 답이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축하한다는 이메일이 생각나 그리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이메일은 수신자가 없다는 회신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카카오 고객센터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했더니, 답이 왔습니다. 내 책이 만약 선정된다면 선정을 취소하겠다, 응모기간이 지나면 취소할 수 없다, 출판계약을 축하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걱정했던 일들이 모두 해결됐습니다. 이제 ‘저라면, 이건 읽고 사표씁니다’(가제)만 잘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친절한 책이 될 수 있도록 각 장마다 짤막한 안내글을 넣을 예정입니다. 출판사 의견에 따라 목차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도 바뀔 수 있겠죠. 소설 형식이 주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이고자 윤문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제가 책을 통해 얻었던 자기 발견과 자기 치유가 이 책을 읽는 분들께도 고스란히 전달되길 감히 바라면서 고치고 또 고쳐 쓰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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