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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트 Sep 13. 2024

동티모르 EP.16 : 무비나잇, 교사 워크숍

[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5.06.~12.


5월부터는 확실히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퇴근 후에 동네 이곳저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를 다녔는데, 특히 아무도 없는 초원에 가는 걸 좋아했다. 우선 초원으로 드라이브를 가면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서 소리도 마음껏 지를 수 있고, 특히 핸드폰으로 노래를 크게 틀어넣고 노래도 실컷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방목해 놓은 까라우(karau: 소)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가끔 정말 큰 소들은 공격할까 봐 무서워서 피해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있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소뿐만 아니라, 말, 돼지, 개 아주 그냥 동물의 왕국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초원을 달리다 보면 정말 광활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파란 하늘과 초록색 초원은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정말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바로 위 사진만 봐도 어디 길인지 지도에서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로스팔로스의 길을 지금도 다 꿰고 있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종종 간사님들과 함께 영화 보면서 같이 음식을 해 먹는 무비 나잇을 가졌다.

(사진으로 봤을 땐 되게 있어 보일 수 있는데, 현실은...좀 많이 열악합니다.)


무비 나잇을 하면 I 간사님이 자주 요리를 해주셨는데, 피자, 통닭 이런 것들을 만들어 주셨다. 특히 간사님이 만드신 수제 피자는 정말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냥 밀가루를 반죽한 후 잠깐 숙성해주고 쭉쭉 펴서 토마토와 감자 등 이것저것 올려서 오븐에 구워주시는 게 전부였는데도 말이다.


일주일에 피자를 5번 먹은 적도 있을 만큼 피자가 소울 푸드인 나는(도미노피자 VIP) 동티모르에 가면 피자를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슬펐는데, 이렇게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을 줄은...

(물론 워낙 먹을 게 없는 동네였어서 맛있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만, 항상 무비 나잇을 할 때마다 속으로 간사님이 피자를 만들어 주시길 바랐다...)



주말 아침 테라스 풍경


신기하게도 동티모르에서는 주말 아침에도 늦잠 자는 일이 없었다. 그 이유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해가 너무 밝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테라스에서 해 뜨는 걸 보면서 멍때리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할 일이 없어서 또 동네 산책을 나갔었다. 이맘때 동티모르 풍경 사진 찍는 걸 굉장히 좋아했었나보다.


이날은 그동안 가보지 않은 곳으로 산책하러 갔었는데, 얼핏 봤을 때는 다 비슷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자주 가던 곳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곳으로 나름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동티모르 사진들을 보면 초원에 나가서 돗자리 펴고 누워서 블루투스 마이크 연결한 채로 노래나 한 곡 부르고 싶어진다.



주말이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출근을 해주었다. 이날은 지난번 도서관 사업을 진행한 학교의 선생님들을 모시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직접 세우고, 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여러 교육도 진행했다.


동티모르에서 워크숍 같은 것들을 진행할 때는 전지 하나와 매직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자 선생님들 사진 하나 찍겠습니다! 웃으시구요!


이다, 루아, 똘루! (ida, rua, tolu : 1, 2, 3) 



퇴근길 집 마당에서 찍은 무지개


무지개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때는 나도 모르게 그냥 동심이 폭발했었다. 문득 주말에 무지개가 떴길래 무지개 끝이 가보고 싶어졌었다.


워낙 평지이기도 해서 막연히 그냥 무지개 끝에 가보자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무지개 끝까지 가봤었는데, 결과는? 끝이 있을 리가...



마지막 사진은 쿠키 사업을 위해 지은 쿠키 생산 공간!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조그마한 공간에서 많은 것들을 했던 거 같다.


어머니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지네.


그럼, 오늘도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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