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의 동티모르 시절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모든 이야기들은 제 핸드폰 or 드라이브에 담긴 사진의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처음 동티모르로 떠났던 게 2016년이니 기억들이 많이 미화됐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지난 사진들을 보고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걸 보니 여전히 저한테는 특별한 기억들인가 봐요.
앞으로 전할 이야기들도 재밌게 봐주세요:-)
16.06.05.-06.11.
쿠키사업 어머니들과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해 지역 초등학교에 간식 나눔 활동을 하러 갔다.
어머니들이 직접 만드신 쿠키와 현지식 우유를 전교생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일회성 사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이마저도 특별한 이벤트이다.
방문했던 초등학교도 2014년에 내가 활동했던 기관에서 지원한 도서관이 있는 학교였다.
아무래도 개도국 특성상 다양한 국제기구, NGO 등에서 지원해준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건물마다 붙은 현판을 보면 어디서 지원해줬는지 알 수 있다.
사무실 칠판에 이런 걸 적어놓았던 걸 보니 아저씨들이 뭔가 또 해달라고 하셨었나보다.
동티모르 생활 꿀팁
동티모르에서 생활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콘센트인데, 220V든 100V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다만 동티모르에서는 정전이 잦아서 변압기를 같이 쓰는 걸 추천한다.(특히 시골에서는)
그리고 정전이 되면 꼭 콘센트를 뽑아둬야하는데, 전기가 갑자기 들어오면 기계가 고장날 우려가 있다.
다음 딜리 출장 나갈 때 마트에 납품 해야할 쿠키 리스트들.
사실 노력 대비 수익이 높진 않았는데, 어머니들에게는 어쨋든 자신들이 만든 쿠키가 수도 대형마트에 납품이 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부심이었다.
돌이켜보면 조금 더 잘 해볼 수도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노력이 조금 부족했던 거 같다.
문득 이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치열하게 해볼껄 하는 생각이 든다.
I 간사님의 귀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담당하셨던 사업들을 같이 진행했던 마을을 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다.
I 간사님도 2년 동안 동티모르에서 많은 일들을 하셨고, 나와는 3개월 반 정도 생활한 게 전부였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 (I 간사님이 진행하셨던 사업은 내가 다 넘겨 받아서 이후에 2년 동안 진행했다.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뵙고 했었는데, 요즘은 먹고살기 바빠지다보니 못뵌 지도 오래된 거 같다.)
간사님이 마지막으로 마을 주변에 자전거를 타고 드라이브 하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동네 주변의 초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20분 정도만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이렇게나 멋있는 초원이 나오는데, 나는 퇴근 하고 혼자 초원에 가서 쉬다가 오거나 부모님과 전화를 하고 오기도 했었다.
마지막일 거 같아서,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간사님 사진도 찍어드리고 했었다.
다음 날 진짜 마지막으로 간사님을 위한 송별회를 열었다.
아저씨들도 모두 집에 초대해서 직접 닭을 잡아서 구워먹었다.
닭 모가지 비틀어서 잡는다는 걸 영화 속에서나 봤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닭을 잡아봤다.
정말 동티모르에서 한국에서 해보지 않은 것들을 많이 경험해봤는데, 생닭 잡은 건 잊을 수가 없다.
* 닭잡기 프로세스
닭 목에 동맥을 긋는다.(제대로 안하면 날뛴다.) -> 닭 턱을 뿌리까지 하나하나 다 뽑아준다.(이게 중노동이다.) -> 내장을 처리한다.(이거까지 하고나면 일반 생닭이랑 똑같아 진다.)
아무튼 닭 잡기부터 굽기까지 4시간은 족히 걸린 거 같다.
닭이 구워지는 동안 간사님의 기타 연주도 들어보고. 마치 코스토디오 아저씨는 슈퍼스타K 이승철 포스로 지켜보셨다.
I 간사님을 떠나보내고 주말,
C 간사님과 코스토디오 아저씨네 집에 놀러 갔다. 아저씨와 마을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말을 데리러 가야한다고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가셨다.
숲 속을(진짜 그냥 숲 속) 30분 넘게 헤맸을가, 드디어 말 한마리가 나왔는데 아저씨가 저 말이랜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보고 말에 타보라고 하셨다.
'maun(아저씨) 안장이 la iha(없다) 인데요?'
그냥 아저씨 무릎을 밟고 올라가서 타라 하셔서 겁도 없이 올라타고는 말가퀴를 붙들어매고 아저씨네 집까지 갔다.
아저씨는 나를 항상 아들 혹은 조카 정도로 생각하시면서, 마치 동티모르 청년들처럼 해볼 수 있는 건 다 시켜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저씨 덕분에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해본 거 같다. (지금도 전화오셔서 동티모르로 장가오면 소 한마리 해주신다고 하신다.)
뭔 주말을 이렇게 바쁘게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집에 돌아와서 다음 날 현지식 낚시를 떠나기 위해서 C 간사님, K 누나, Maun D와 함께 지렁이를 잡으러 갔다.
정말 그냥 초원에 곡괭이 하나만 들고 가서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니 맨땅을 파헤친다고 지렁이가 나와...?'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뱀만한 지렁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렁이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흡사 매드맥스스러운 사진을 마지막으로 A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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