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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Oct 21. 2024

이븐(Even)하게
시니어 시장을 이해하는 법

시니어 시장, 과연 풍요로운 시장일까?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될 한국


고령화, 어느새 너무 익숙해진 단어입니다.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구성비는 19.2%이고, 70대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20대 인구를 넘어섰다고도 하죠. 머지않아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가면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됩니다.


2034년 초고령화 사회에는 노인이 주류가 되며 역으로 NO MZ 존이 생기는 모습 (출처: 유튜브 킥서비스)


시니어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시니어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를 P(price) x Q(quantity)로 보았을 때, 시니어 시장은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P) 인구수 또한 많은(Q) 아주 크고 먹음직스러운 시장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시니어 시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시장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단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시니어 시장에서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지점들을 짚어보며, 시니어 시장을 더욱 ‘고루’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정말 구매력이 높을까?


앞서 이야기했듯, 시니어 시장이 매력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시니어들의 높은 구매력입니다. 흔히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시니어 세대들은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나 중심의 선택적 소비’라는 특징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데요. 20~40대에 경제 활동을 하며 쌓아 올린 부가 뒷받침되어 이전과는 달리 여가, 오락, 취미 등에 더 큰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현실은 생각보다 조금 더 어렵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가량은 가난합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1위인데요. 65세 이상 고령층의 40%는 1인 가구이고, 이들 중 절반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집니다.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58만 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한,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노후에 대한 걱정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40%가량이었습니다. 기대 수명이 83세인 시대에 평균 은퇴 나이는 55세이고, 은퇴를 한 후에도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도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중산층 또한 마냥 여유롭지 않습니다. 한국의 가계 자산 구성비를 보면, 한국은 자산의 60% 이상 (고령층은 80% 이상)이 비유동자산인 부동산에 묶여있는데요. 즉, 한국 시니어들은 자산의 절댓값으로는 여유로워도,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실질적인 구매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소비 품목에서도 은퇴층, 비은퇴층 모두 필수재인 식비, 생필품, 의료비에 70%가량을 지출합니다.


출처: 중앙일보


우리는 흔히 일본을 시니어 시장의 롤모델로 삼으며 일본에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실버 이코노미가 꽃피우고, 일본의 시니어들의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일본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는 예측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시니어는 일본과 ‘주머니 사정’이 아주 다릅니다. 일본의 시니어는 유동 자산인 금융자산의 비중이 60% 이상입니다. 그리고 연금 수령액 또한 우리나라의 2배가량입니다. 자산규모는 비슷할지라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차이인 거죠.


이처럼, 시장에서 바라보는 ‘풍요로운 시니어’는 조금은 부풀려진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시니어들의 욕구를 파악하라

임영웅이 “오빠”로 불리는 이유


앞서 이용했던 P*Q의 프레임워크로 접근해 시니어 시장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 P가 매우 높고, Q가 매우 낮은 초고가재    

부동산, 실버타운, 명품 등 객단가가 매우 높은 영역은 아주 구매력 있는 소수의 시니어에게만 열려있습니다. 즉, scale-up 하긴 어려운 시장입니다.  

2. P가 매우 낮고, Q가 매우 높은 필수재

식자재, 생필품 등 필수재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Q가 매우 높습니다. 다만, 필수재의 Key Buying Factor는 가격입니다. 무조건 저가로 팔 수 있는 곳(e.g. 쿠팡)이 승기를 거머쥐는 시장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집중해 볼만한 영역은 어디일까요?



바로 P와 Q 모두 적당히 높은 이른바 사치재, 임의소비재 영역입니다. P는 필수재보다 높으면서, Q는 초고가재보다 많아, 괜찮은 객단가로 scale-up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임의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니어들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시니어라는 신체적 특성, 세대 특성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그들이 내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니어들은 그들이 겪는 신체적, 정서적, 환경적 변화와 함께 특별한 욕구를 가지게 됩니다. 특히, 더 건강하고, 젊고, 활동적으로 살고자 하는 웰빙과 노화 방지에 대한 욕구죠.


바로 이 “젊게 살고자 하는 욕구”를 제대로 파악했다는 점이 임영웅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요 ㅎㅎ (출처: 미우새 방송 캡처)


이러한 욕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나타납니다. 첫 번째는 영양제와 화장품같이 특별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있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비타민제에 대한 욕구입니다. 이는 시니어라서가 아닌, 모든 세대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입니다. 두 번째는 걸음의 어려움, 듣는 것의 어려움 등 주로 시니어들이 겪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해 주는 페인킬러에 대한 욕구입니다.


이에 따라, 시니어 임의소비재 시장을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 영양제, 화장품 등 전체 세대를 아우르는 항노화 시장

항노화에 대한 욕구는 전 세대에 걸쳐 존재합니다. 최근 틱톡 10대들 사이에서는 안티에이징 키워드가 유행이고, 20세가 되기 전 보톡스를 맞는 “Baby Botox” 영상이 바이럴 될 정도인데요. 건강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2030의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며 20대가 중장년보다 영양제를 더 챙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안티에이징은 이제 더 이상 5060의 전유물이 아닌,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시니어를 타깃한 항노화 프로덕트에 “60대를 위한”, “노인들을 위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효과적일까요? 저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젊어 보이고 싶은 시니어 세대는 나이를 직면하기보다 자신을 젊고 활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젊어 보이고 싶은 시니어 세대에게 나이를 강조한다면, 되려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게 만들어 제품에 반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오히려 이 시장을 항노화라는 큰 관점에서 바라보며 어느 세대에게나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느슨하게 시니어들을 타겟팅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5060 고객이 70% 이상에 달하는 정관장의 광고를 보면, 젊은 연령대로 모델 구성이 이루어져 있는데요. 핵심 고객층은 중장년층이지만, 2040에 걸친 젊은 모델들을 광고에 기용함으로써 시니어들의 욕구를 느슨하게 타깃하며, 2030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출처: 조세일보

2. 지팡이, 보청기 등 시니어 특화 아이템

하지만, 분명 시니어와 타 세대의 소비가 구분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신체적인 노화로 인한 다양한 불편은 주로 시니어들이 겪기 때문이죠. 주로 걸음이 불편할 때 사용하는 지팡이, 청력이 낮아질 때 사용하는 보청기, 노안으로 인해 사용하는 돋보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도 역시 연령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은 전략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남의 시선에 더욱 예민합니다. 내가 남들보다 못할 때 더 쉽게 하차감을 느끼곤 하는데요. 시니어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지팡이 이용률은 다른 나라들보다 다소 낮다고 하는데요.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북유럽 시니어들은 개의치 않고 지팡이를 사용하지만,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나이 든 티가 난다’는 이유로 지팡이 사용을 거부한다고 하죠(기사 참조). 최근 애플이 공개한 보청기는 아주 좋은 예시입니다. 에어팟에 은근하게 감추어진 보청기 기능은 시니어들에게 하차감을 주지 않으면서 편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출처: 쿠팡 제품 이미지 / 애플


시니어,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그렇다면, 시니어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정말 이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니어들에게 다가가는 방식 역시 중요합니다. 느슨함과 은근함으로 시니어들의 관심을 끌고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었다면, 시니어들의 세대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 및 세일즈 방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우선, 시니어들은 생각보다 모바일에 친숙하지 않습니다. 최근 다양한 언론에서는 시니어들의 높은 디지털 활용도를 근거로 시니어들의 모바일 친숙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이용률이 실제 시니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대변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주 시청자가 5060인 홈쇼핑의 구매 매체 이용률 추이를 보면, 스마트폰 이용률이 7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홈쇼핑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 실상은 조금 달랐는데요. 대다수의 시니어는 홈쇼핑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 수단으로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앱을 이용해 쇼핑하는 것이 아닌, 먼저 TV로 탐색 및 구매 결정을 하고 TV 상의 QR을 찍어 결제만 하는 식인 거죠. 커머스 또한 앱만큼 웹 이용률도 크다고 합니다. 이처럼, 대다수의 시니어가 이미 모바일 네이티브 하다고 보는 것은 다소 섣불러 보입니다.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따라서, 시니어 세일즈는 물리적인 채널의 한계가 있습니다. 시니어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공간을 찾기 어려워, 온라인상에서 마케팅할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니어 커머스 관계자를 인터뷰했을 때,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광고 모객은 아직 속도가 더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온라인 마케팅에서 가장 효과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또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부재로 인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컸습니다. 오히려 아직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카카오톡 및 문자 메시지로 광고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알림톡의 내용 또한 기존의 CRM 문법과는 달리,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어야 효과적입니다. 




결론적으로, 시니어 시장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그들의 연령대나 소비력을 표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욕구까지 깊이 파악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시니어들을 특정 연령대의 소비자로 한정하기보단, 그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와닿는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관점에서, 성과 기반 네트워크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방문판매와 같은 성과 기반 네트워크 시스템은 시니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를 채워줍니다. 바로 소속감, 사회적 지위, 경제 활동에 대한 욕구입니다.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나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회가 형성됩니다.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하나의 그룹이 함께 실적을 내야 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시니어에게는 종교활동, 가족 정도로만 가능했던 사회 활동의 기회가 되는 겁니다. 이와 동시에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 안에서 나의 지위 또한 갖추어지는데요. 


대표적으로 암웨이는 브론즈 레벨에서부터 20여 개의 레벨업이 가능한 구조로, 등급이 부여됨에 따라 각종 혜택이 주어집니다. 외부에서는 은퇴한 중년이지만, 그 사회 안에서는 지위가 생기는 거죠. 물론,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입니다.




인구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이 시점에서 시니어 시장은 분명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럼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Q에 이끌리기엔 아직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많이 존재하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시니어들의 구매력, 사회적 욕구, 정서적 필요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팀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니어 시장 중 어떤 시장을 공략하면 좋을지에 대한 브런치 글도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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