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시장 #노후대비 | 아이템 갈라서 파고들기
VC가 시장을 보는 시각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은 어떤 시장과 아이템을 주목하고 있을까요? 매달 한 번씩 주목할 만한 시장에 대해 풍부하고도 깊게 다뤄보는 '시장 갈라서 파고들기' 시리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니어 금융 시장'을 파고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시장에 대한 VC의 생각이 궁금한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
*본 글은 카카오벤처스 뉴스레터 '아.갈.파(아이템 갈라서 파고들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시니어의 노후대비와 자산관리 관련해 여러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시니어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며 야기되는 상속·증여세에 대한 불안감과, 은퇴 시점과 연금 수령 시점 간 존재하는 소득 절벽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700만 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모두 60대에 진입한 지금, 시니어의 노후 대비는 더더욱 사회의 뜨거운 감자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렇게 큰 시장에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은, VC의 관점에서 참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노년층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국내 총 금융자산의 58.1%로, 2700조 원가량인데요. 이 중 스타트업이 1%의 운영 수수료(혹은 중개 수수료)를 가져간다고 해도, 무려 27조 원의 시장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시니어 금융이라는 큰 시장에서 스타트업에게 맞는 퍼즐 하나를 찾는다면, 어느 것일까요? 저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타트업이 풀어볼 수 있는 노후 대비 시장의 문제를 정의해 보았습니다. 은퇴 시점 전과 후에 따라 자산관리에 대한 페인포인트가 나뉘었는데요.
pre-은퇴
자산 증식 및 절세에 대한 니즈가 크며, 은퇴 후 상속 목적의 자산과 생활비 목적의 자산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에 대한 페인포인트가 존재. 더불어 늘어나는 수명 대비 줄어드는 수입원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
post-은퇴
그동안 일구어낸 자산 중 대부분은 상속/증여 목적의 비유동 자산이며, 은퇴 이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 적음. 따라서 은퇴 이후에는 자산 증식에 집중하기보단, 노후 생활비를 늘리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더 크게 존재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거대한 시장에서 스타트업에게 기회가 있는 영역은 pre-은퇴, 특히 대중 부유층(금융자산 1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시니어의 노후 대비 시장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post-은퇴 시니어들은 소득 감소로 인해 자산 증식에 대한 니즈가 적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수입과 지출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은퇴 전 자산 증식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며, 은퇴 후에는 수입이 뚝 떨어지며 지출이 수입을 크게 초과하게 됩니다.
2) 대중부유층은 전통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아직 닿지 못한 영역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0.9% 이자, 보유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인 ‘부자’들은 이미 전통 금융회사인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반면 우리나라 가구의 60%를 차지하는 대중부유층은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주로 인터넷 검색, 지인 추천 등 비전문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또한, 대중부유층의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도 또한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금융자산 관리에 대한 니즈가 두드러졌습니다.
이렇게 보면, 시니어 금융 시장, 스타트업이 진입하기에 참 어려워 보입니다. 저희 역시 ‘스타트업이 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는 참 아쉬웠는데요. 하지만 더 깊이 파고들어 보니, 스타트업이 풀어볼 만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전통 금융권인 은행과 증권사는 앞다퉈 시니어를 위한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도 어김없이 많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서 시니어를 타겟한 자산관리 서비스 및 금융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연금 보유 여부나 걸음 수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부여합니다. 보험사들은 105세까지 가입연령을 확대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죠. 연금저축이나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와 같은 연금 상품도 주력 상품입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며 기능적 차별점은 더더욱 찾기 어려워지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올해 하나은행 ‘도전365 적금’, 카카오뱅크 ‘걷기 적금’, KB 국민은행 ‘온국민 건강적금’, 웰컴 저축은행 ‘웰뱅 워킹 적금’ 등 걸음 수 기반 시니어향 금융상품이 대거 출시되었는데요. 기존 금리는 1%, 최대 금리는 2%~5% 차입니다. 이러한 기능적 차별점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까요? 저희는 이 시장이 기능적 차별화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일반 소비자, 특히 시니어에겐 이 차이들을 하나하나 비교하고, 따지는 건 상당히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곳에 스타트업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보았습니다. 바로 신선하고, 친근한 모객과 개인화된 경험 설계로 경쟁력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대중 부유층 pre-은퇴 시니어 자산관리 영역은 아직 전통 금융사들이 닿지 못한 영역입니다. 대중부유층에게 그들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로써 신뢰를 쌓았을지라도, 선뜻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엄두가 안 나는 곳들이죠. 여기서 스타트업이 신선한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고관여 서비스의 모객에 있어, 서비스와 유저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는 금융 서비스 또한 우대 금리 등 상품의 조건으로만 유저를 락인시키기는 어려우며, 진정한 락인은 결국 유저가 신뢰할 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디지털 literacy가 낮은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을 비롯해 비대면 금융거래에 어느 정도 익숙한 4~50대 또한 고관여재인 장기 상품 가입 시 여전히 대면 상담을 선호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신뢰,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성공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호관원 : 오직 전화로만 판매되는 관절 영양제
부모님들 사이에서 “안 먹으면 왕따”라고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관절 영양제 '호관원 프리미엄 골드'는 백화점, 약국,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콜센터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구매유도를 하기보다는, 공감력이 뛰어난 상담원들이 “선 수다, 후 영업”의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라 보이는데요. 전화를 통해 목소리로 감정적 공감과 무료함을 달래주며 시니어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었을 때, 시니어들은 브랜드와 신뢰가 생기게 되고, 몇백만 원 상당의 상품일지라도 쉽게 구매하게 된다고 하네요.
・고이장례연구소 : Scalable 한 신뢰 자본 만들기
“고이장례연구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고관여 제품 세일즈에 있어, 장례식장을 잘 비교해 주는 프로덕트를 잘 만들면 고객이 직접 장례 서비스를 신청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실제로 장례를 치르는 상주는 너무 적었습니다. 결국, 전화 리드 확보와 영업에 전사가 집중했을 때 많은 고객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신 비용효율적으로 콜센터를 돌리진 않습니다. 지표를 보며 고객 유형을 카테고리화해 집중할 고객들을 파악하고, 상담사가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CRM 툴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면서 비용을 줄였죠. 결과적으로는 열 명 이내의 상담 인력으로도 국내 후불제 상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매출 규모를 달성했습니다.
꼭 전화만이 신뢰레이어를 쌓을 수 있는 건 아닐지도요. 정의한 타겟 고객층을 깊게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신뢰 레이어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시그널플래너 : 나를 이해받았다고 느낄 때, 신뢰가 생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시그널플래너가 있는데요. 시그널 플래너는 “매출을 깎아도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두 가지 전략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첫 번째는 ‘전화하지 않기’입니다. 타겟층인 2030이 전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 본격적인 상담으로 이어지기 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전화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어려운 보험 언어를 쉽게 풀어쓰며 심리적 장벽을 낮추었는데요.‘가입 시 보장 내역’이 아닌, ‘가입하면 이만큼 든든해져요’와 같은 워딩으로 마음을 사는 거죠.
・Ellevest : 뾰족한 타깃을 정확히 이해해 신뢰 쌓기
미국에는 여성 전용 자산관리 서비스 Ellevest가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소득이 더 낮고 수명은 더 긴 것과 같이, 자산관리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꼬집습니다. 재무설계사를 전부 여성으로 고용해 여성의 결혼, 이혼, 양육, 여성의 권리 등에 대해 공감대를 쌓아 최적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쌓인 안정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현재는 운용자산 2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고관여재, 특히 금융은 스타트업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시장입니다. 그리고 시니어 대상 서비스는 더더욱 IT를 통해 신뢰 쌓기가 어렵죠. 저희는 그럼에도 자산관리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는 한, 기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이 가장 잘하는 친절하고 신선한 UX/UI와 개인화된 경험 설계는 큰 경쟁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이 영역에서 문제를 풀고자 하는 분이 계신다면 많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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