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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Aug 29. 2024

비즈니스 모델 탐색:
건강검진과 비급여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려는 스타트업이 고려해야 할 것은?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부대표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면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은 의료 보험 적용을 받고 의사의 처방 후에 사용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길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2C, 고용주(Employer), 건강 검진, 비급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글에서는 건강 검진과 비급여 시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건강 검진과 비급여와 관련해서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의료기관이 자사의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여기서는 각종 검사 혹은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건강검진 혹은 비급여 시장에 도입하는 것을 중심으로 보고자 합니다.



건강 검진 시장: 

기업 검진을 중심으로


건강 검진 시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건강 검진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시행하는 검진, 개인 검진, 기업 검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 검진은 검진으로서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입증한 경우에 한정해서 건강보험이 비용을 지급하는데 이는 매우 어렵습니다. 개인 검진과 기업 검진 가운데 스타트업들이 주된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업 검진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 검진은 KMI, 하나로 의료재단과 같은 소수 대형 기관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서 이들을 통하는 경우 시장 접근이 용이하며 기업이 직원을 위해서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검진 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줄 수 있는 가치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해당 서비스만으로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경우와 

2) 그 서비스가 추가 매출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경우입니다.


해당 서비스만으로 검진센터가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경우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업 검진 시장은 CT, MRI와 같은 장비 설치비, 접근성이 좋은 부동산 및 인테리어로 인한 고정비의 비중이 높고, 해당 날짜가 지나면 더 이상 서비스를 팔 수 없으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심합니다. 기업 고객이 검진 센터와 계약할 때는 인당 25~50만 원 정도로 예산을 책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검사 종류를 정해서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검진 센터 입장을 생각해 보면 기본 검사 항목에 새로운 검사를 추가하는 것은 신규 매출 창출로 이어지기보다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진 계약 내용을 보면 선택 검사와 추가 검사가 있습니다. 여기로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핵심은 디지털 헬스케어 진단 혹은 서비스를 수검자에게 어떻게 영업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다수의 직원을 대상으로 개별 항목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보통 위와 같은 엑셀 파일을 보내주면 수검자가 읽어보고 알아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환자는 직관적으로 좋아 보이는 항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수검자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판독과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보다는 초음파나 CT, MRI와 몸에 무엇인가를 해주는 서비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검진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한다면 위와 같은 엑셀 파일에 우리 회사 제품을 한 줄로 어떻게 설명해서 20~30여 가지 다른 검사와의 경쟁을 뚫고 수검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검자 입장에서 인공지능 판독 서비스와 갑상선 초음파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매력이 있을까요?


개인과 건강 검진 기관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들이 향후 이런 영업 부담을 줄여줄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당분간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자체적으로 올려줄 수 있는 매출은 그리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해당 서비스가 상당한 추가 매출을 창출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어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결과를 받아본 환자들이 비싼 추가 검사를 할 확률이 높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에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수검자는 일 년에 한 번 검진 센터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습니다. 검진 센터는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당일에 비싼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수검자가 내원한 이후에 실시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싼 검사를 추가 판매하기는 힘들다는 의미가 됩니다. 추가 방문을 유도해 볼 수 있겠지만 수검자는 검진 센터를 다시 찾지 않기보다는 외부 병원에 가서 그 검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진 센터 입장에서는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가 검사를 유도함으로써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검자가 검진 센터에 내원하기 전에 디지털 헬스케어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센터 내원 전에 비싼 추가 검사를 예약하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건강 검진에서 큰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급여 비즈니스 시장


그렇다면 병의원에서의 비급여 서비스는 어떨까요? 비급여 시장과 관련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의료기관의 입장입니다. 비급여 서비스를 환자에게 팔기 위해서는 상당한 영업이 필요합니다. 건강 보험 적용 항목이라면 비용이나 필요성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비급여는 왜 이 검사를 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인지를 상세히 설명해야 해야 합니다.


병원 입원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환자, 보호자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설명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입원 상태에서 실시하는 비급여 검사는 환자 입장에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기보다는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래는 어떨까요? 피부과나 성형외과와 같은 비급여 전문 의원의 경우 상담 전문 인력이 전문적으로 영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설명 부담이 적습니다.


하지만 ‘3분 진료’로 유명한 보험 진료과 외래 진료 환경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전문 상담 인력이 없기 때문에 의사가 영업을 해야 합니다. 근데 보험 진료과 의사는 영업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당 진료 시간이 짧은 환경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소아과나 내과 외래에 가보면 대기실에 영양제나 예방 접종에 대한 광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환자가 해당 서비스를 인지하고 구매 의향을 가진 상태에서 진료실에 들어오게 되면 환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의사는 짧은 시간 내에 영업을 끝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건강 검진 검사와 마찬가지로 자세한 설명 없이도 환자가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에 유리합니다. 


구매 의향이 없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좋은 영양제 한 대 맞고 가시지요’) 의사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빠르게 설명할 수 있는 소수의 아이템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 검진에서는 엑셀에 나와 있는 20~30여 가지 검진 항목에 추가될 여지가 있지만 보험 진료과 외래에서 비급여 항목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보험 진료과 외래 의사 입장에서 새로운 비급여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할 때는 과연 영양제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두면서 쉽게 팔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Radnet : 검진에서 의료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

건강 검진, 비급여 시장 관련해서 흥미로운 미국 사례 한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350여 개의 의료 영상 센터를 운영하는 상장사 Radnet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유방암 검진을 위한 유방 촬영(Mammogram)을 실시한 환자에게 본인 부담으로 인공지능 추가 판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초기에는 $59를 받다가 현재는 $40을 받고 있습니다. 환자가 (의료 보험 적용이 되는) 검진 유방 촬영을 하러 오면 영상 센터에서 인공 지능 추가 판독 서비스를 영업하는 구조입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유방 촬영을 받는 여성의 35%가 인공 지능 추가 판독 서비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2024년 2분기 매출이 $5.6M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2분기 Radnet의 전체 매출 $459.7M의 1% 정도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단일 의료 인공지능 서비스 매출로는 적지 않습니다.



한국 건강 검진 시장에서는 의료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Radnet은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요? 우선 미국과 한국 간 건강 검진 시장의 구조가 다릅니다. 한국은 건강 검진이 one stop shop의 형태로 공장형 검진 센터에서 제공됩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의료기관에서 개별 서비스 단위로 제공됩니다. 


또,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유방 촬영과 같은 영상 검사가 의원이 아닌 (Radnet이 운영하는 것과 같은) 전문 영상 센터에서 이루어집니다. 한국 검진 센터에서는 다양한 검사 옵션이 있고 이 가운데 무엇을 영업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수검자가 특정 영상 촬영만을 목적으로 영상 센터를 방문하기 때문에 영업 항목이 한정적입니다. 수검자가 유방 촬영 검진을 받으러 오면 유방 촬영 진단 보조 인공지능 서비스 한 가지만을 영업하기 때문에 구조가 단순합니다. 같은 검진이라고 보기에는 구조가 크게 다릅니다.


Radnet은 의료 인공지능 회사인 Deep Health를 인수했으며 이 회사가 만든 Saige-Dx 인공지능을 유방 촬영 진단 보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Radnet은 이외에도 폐암 CT 검진 및 전립선암 MRI 검진용 의료 인공지능을 각각 만든 2개 회사를 추가 인수했으며 향후 이들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건강 검진이나 외래 비급여 서비스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회사들 가운데 막연히 우리 서비스를 쓰면 검진 센터나 의사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거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검진에서는 갑상선 초음파, 외래에서는 영양제 주사 대비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내 서비스가 세계 최고일지 모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다른 경쟁 서비스들과 비교,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Ryan)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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