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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Sep 12. 2024

“大 도파민의 시대”
서비스 전반에 녹아든 숏폼 이야기

멈추지 않는 숏폼 열풍,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요즘 많은 현대인이 앓고 있는 병이 있습니다. 바로 ‘도파민 중독’인데요. 도파민은 뇌에서 쾌감, 동기부여, 학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특정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대해 보상받을 때 분비됩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느끼는 쾌감 때문에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죠.


도파민 중독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쇼츠 중독'이 있습니다. 화면을 스크롤 하며 무한히 이어지는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소비하는 거죠.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쇼츠는 금세 콘텐츠 소비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숏폼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서비스 입장에서도 쇼츠는 강력한 유저 락인 수단입니다. 때문에 유튜브,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이젠 커머스에서도, 교육 서비스에서도 쇼츠을 활용하게 되었죠. 이렇듯, 어느새 우리의 삶에 깊이 침투해 버린 숏폼은 이제 서비스 전반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과연, 이 '숏폼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까요? 쇼츠를 시작으로 점점 만연해지는 도파민 추구는 서비스 업계를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결국 숏폼으로 돌아가는 이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희는 숏폼 콘텐츠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메가트렌드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모두 결국 숏폼 콘텐츠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형성하기 때문인데요.


수요, 공급 모두 쇼츠 소비로 이어지는 피드백 루프


1. 정보량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대, 숏폼이라는 ‘숨통’

도파민의 핵심적인 역할은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주로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쾌감과 욕구입니다. 급격히 늘어나는 정보량과 복잡성에 압도된 현대인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보상, 즉 즐거움을 주는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게 됩니다. 15초 이내의 시간 동안 가장 재미있고 짜릿한 장면만을 보며, 노력없는 단기적 보상(=즐거움)을 얻는 거죠.


2.1 짜릿한 도파민과 함께 찾아오는 불안과 우울

문제는 이렇게 도파민에 중독될 때, 동시에 불안과 우울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책 <도파민네이션>에 따르면, “쾌락과 고통은 뇌의 한 영역에서 처리되는데, 쾌락에 반복 노출되면 뇌가 수평을 맞추려 고통 물질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2.2 도파민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낮아지는 주의력

또 다른 문제는 도파민은 내성이 생긴다는 겁니다. 큰 자극에 짧은 주기로 노출되다 보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자극으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결국 보상 체계는 더 큰 자극을, 더 빠르게 줘야만 반응하게 되어버리는 건데요.  


3. 불안과 우울, 낮아진 집중력으로 인해 다시 찾게 되는 숏폼

결국, 불안과 우울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도파민 터지는’ 쇼츠를 찾게 되고, 한편으로는 긴 영상에 집중하기 어려워 다시 숏폼 콘텐츠로 돌아가게 됩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쇼츠는 참 매력적입니다.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줄 뿐 아니라, 제작이 쉽기 때문입니다.


롱폼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숏폼 동영상 제작은 상대적으로 간단합니다. 배경, 출연자의 패션 등 다양한 요소를 신경 써야 하는 롱폼과는 달리, 숏폼은 인물 한 명에게만 집중하면 되는데요. 이 점 때문에 유튜브의 롱폼들은 기존 TV 방송 수준의 높은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지만, 숏폼은 아마추어일지라도 누구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초보적인 편집 스킬만 있다면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롱폼 영상을 숏폼으로 재생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존에 조회수가 높지 않은 롱폼 영상도 숏폼으로 재가공한다면, 알고리즘을 타고 역주행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기존에 있던 영상의 짧은 구간만을 편집하면 되니, 제작에 별도의 리소스가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콘텐츠를 넘어, 서비스에 녹아드는 숏폼


저희는 숏폼이 비단 영상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짧아진 보상회로는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도파민 중독은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라탕, 탕후루와 같은 자극적인 음식이 유행하게 되는 것도, 긴 영화를 30분 요약본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이렇듯, 즉각적이고 더 큰 보상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보상을 위해 인내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즉, ‘서비스의 숏폼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는 스타트업에겐 새로운 숙제이자, 기회입니다. 서비스의 숏폼화는 즉각적인 보상과 보상의 효용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은 저희 패밀리사의 예시입니다:  

영어 학습: 트리거스

영어 학습 앱 ‘똑똑보카’는 학습 후 영단어 퀴즈를 풀 때마다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이렇게 번 포인트는 편의점 기프티콘으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즉각적인 보상과 더불어 보상의 효용이 바로 체감되게 하여 유저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피트니스: 버핏서울

피트니스 스타트업인 버핏서울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게이미피케이션 시스템 ‘플레이트’를 도입했습니다. 플레이트는 헬스장 회원들에게 운동량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는데요. 다양한 F&B 상품이나 굿즈로 교환될 수 있으나, 1달 후에는 소멸합니다. 해당 시스템이 도입된 지 3개월 만에 참여 회원의 평균 운동량은 60%가량 높아졌다고 합니다.



숏폼 열풍, 그 이면을 노려라


과도한 도파민 추구로 인해 증폭된 불안감과 피로함, 그리고 불거지는 주의력 저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앞으로도 관련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빠른 감정적 확신을 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운칠기삼’과 같은 사주/타로점 서비스가 있습니다. 또한, AI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주고, 빠른 해답을 내어주는 AI Companion 서비스들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동시에 ‘도파민 디톡스’ 솔루션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장 난 도파민 회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데요. 휴대폰 사용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스크린타임 다이어트를 시행하는 사람들이 늘며 '디지털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디지털 디톡스 앱의 설치 횟수는 1분기 대비 64%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 ADHD 환자가 매년 20%씩 폭증하며 주의력 결핍 치료제인 Adderall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과도한 도파민에 지친 사람들은 여유로운 플레이로 도피처가 되어주는 힐링 방치형 게임을 찾고 있습니다.


타 장르 대비 힐링방치형 게임의 성장세 (가장 왼쪽 그래프) 


최근 채널십오야의 <나영석의 나불나불>이나 유재석이 출연한 뜬뜬 <핑계고> 등 30분이 넘어가는 롱폼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밥 친구’라고 불리며 BGM과도 같은 잔잔한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처럼 숏폼 콘텐츠가 주는 강한 자극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롱폼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지만, 적게 지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숏폼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앞으로 콘텐츠와 서비스 전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큰 트렌드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구조적으로 이 트렌드가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창업자분들께서도 이러한 장기적인 트렌드를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kakaoventures/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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