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튜브에 빠지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 밖 활동이 줄어들면서 길어진 집 안 생활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MBTI 검사에서 내 성향은 항상 E로 시작되는 유형이 나옵니다. 'E(etraversion)'는 외향 성향으로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활동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라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이전의 외부 활동은 거의 중단되고, 새로운 집순이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외식도 줄고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많아졌어요. 계절마다 다양한 재료로 김치도 담가 먹고, 피아노 연습, 우쿨렐레 연습, 영어 공부, 주식 공부, 스트레칭, 걷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리고 설교 영상, 여행 관련 유튜브 영상도 자주 찾아보고 있습니다. 여행 영상 중에는 국내 유튜버들이 만든 영상도 있고, 코로나로 인해 일거리가 없어진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가이드들이 만든 영상도 있습니다.

국내 유튜브 중 '쏘이 Soy The World, 여행가 제이 Jay world traveler, 원지의 하루, 곽튜브KWAKTUBE, 빠니보틀 Pani Bottle, 채코제 Channel Korean Jay, 여행족 두억시니' 채널을 보고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영상이 계속 업로드되고 있어요. 각자 영상마다 독특한 매력을 풍기며, 가벼운 일상부터 각 나라의 역사, 문화까지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어쩌다 쏘이의 영상을 보면서, 여행 유튜브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귀엽고 눈이 커서 겁이 많아 보이는 아가씨인데,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대단합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는 영어도 어설프고, 대학교 과 점버를 입고 히말라야에 오르기도 하더니, 지금은 여행의 고수 느낌을 풍깁니다. 자식 또래인 그녀가 영상을 찍다가 만난 극한 상황에서 흘리는 눈물을 보면 맘이 짠해집니다.

제이는 자동차 회사를 퇴사한 후 여행가가 된 청년입니다. 경상북도 예천이 고향이라 약간의 사투리가 섞인 말투가 매력이 있습니다. 다정한 성품을 지녔고, 친화력도 뛰어납니다. 바다를 좋아해서 그의 영상엔 멋진 바닷속 풍경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목구비가 잘 생겨서 물속에 있든, 자다가 일어나든 굴욕적인 얼굴 모습이 없습니다. 얼마 전 갑상샘에 문제가 있어 수술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지는 8개 직업을 가졌던 상상력이 풍부하고 씩씩한 부산 출신 여인입니다. 건축 디자이너로 그녀가 속한 팀에서 만든 대형 건물도 있다네요. 그녀의 영상은 항상 자신이 부르는 어설픈 노래로 마무리됩니다. "월요일 화요일 행복한 날~, 수요일 목요일 행복한 날~, 금요일 토요일 논다~~" 그녀가 하루하루를 어떤 맘으로 살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정신세계가 말투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인 여인입니다.

곽튜브의 준빈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얼굴살이 통통하게 오른 청년입니다. 중고교 시절 왕따를 당했던 기억, 학업 중단, 가출, 중국집 알바, 검정고시 도전, 대학 진학 등 어두운 기억 속에서도 자신을 잘 지켜온 멋진 젊은이입니다. 부산 출신으로 말은 빠르지만 발음이 정확하여 전달 내용이 쏙쏙 귀에 들어옵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이제는 러시아어를 잘하는 전업 여행 유튜버가 되어 있습니다.

빠니보틀은 춘천 출신 농촌 총각입니다. 밤톨처럼 단단한 모습을 지닌 씩씩한 청년이고요,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만난 대사관 직원, 곽튜브 준빈을 여행 유튜버로 끌어들인 장본인입니다.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네요. 곽튜브처럼 현지인과의 친화력이 뛰어나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잘합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체류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냅니다. 거침없는 언변이 그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채코제는 TV 방송에도 출현한 연예인 외모를 가진 유튜버입니다. 영상을 보다 보면 현지 여성들이 그에게 보이는 호감이 느껴집니다. 낯선 곳에 적응할 때 큰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여행 유튜버에 비해 옷, 장신구에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어떤 것을 걸쳐도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낯선 사람을 만날 때 나타나는 채코제의 자신감도 이런 외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행족 두억시니의 영상은 들을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으로 영상에 집중하게 합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이름, 직업 등 개인 정보를 밝히지 않지만, 참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느껴지는 젊은이입니다. 처음엔 사납고 못된 귀신이라는 뜻의 '두억시니'라는 채널 이름이 좀 거슬렸어요.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댓글로 질문해 보려고 합니다.

해외 거주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만든 영상을 보면 가슴이 설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 역사의 중심인 이탈리아의 'Buona Seba, 유즈만 UZMAN, 도준현의 유럽유럽, 임성일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고고 스페인 GoGo Spain' 유튜브를 즐겨 봅니다. 이들의 영상을 보면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의미가 남다르거나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 캡처 기능을 이용해 휴대폰에 보관해 두고 있어요.

이들이 소개하는 유럽은 이미 다녀온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처음 본 곳을 소개할 때 감탄하고 집중하는 건 당연하고요, 이미 다녀온 곳이라도 이들이 소개하면 더 흥미롭습니다. 이전의 기억에다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면, 머릿속 그곳의 장면들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영상을 보는 시간은 눈만 즐거운 게 아니라 가슴까지 설레게 하고 추억에 빠지게 합니다.

'Buona Seba'의 세바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가이드입니다.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경상도 사나이입니다. 타국 생활 중에 만난 그의 부인은 아름답고 속 깊은 이탈리아 여인이고요. 생일엔 잡채를 만들고, 미역국도 끓이는 한국통 이탈리아인입니다. 이들이 처갓집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이탈리아의 모계 중심 문화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즈만'은 지리학을 전공한 기자 출신 가이드입니다. 지역을 보는 눈이 남보다 전문적인 면이 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그리니치 천문대, 본초자오선도 그를 통해 보았거든요. 로마 시내 영상을 찍다가 마주한 인종차별 상황에서 침착하게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멋있었습니다. 로마시 경찰청에 증거를 제시하고 인종차별자에게 불이익이 가도록 하더군요. '앞으로 한국인을 건드리면 안 되겠구나'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준현의 유럽유럽'의 도준현 님은 밀라노 여행사의 사장님입니다. 점잖은 사장님이 진행하는 이 채널은 엄청 학구적입니다. 역사와 예술에 관한 범접할 수 없는 그의 식견이 놀랍습니다. JTBC '비긴 어게인'의 이탈리아 촬영 장소들도 이 분이 추천했다고 합니다. '비긴 어게인'의 '가르다 호수'편에서는 노래와 함께 환상적인 호수의 일부만 볼 수 있었는데, 이 채널에서는 배를 타고 그 넓은 호수를 전체적으로 보여주더군요. 로마 시대에 건설된 물 위의 성벽까지.. 참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임성일의 이탈리아'채널의 임성일 가이드의 영상은 깔끔하고 절제미가 있습니다. 또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잘 정리해 올립니다. 매번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짐 없는 그의 모습처럼 영상 역시 그렇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는 성악을 전공했을 것 같아요. 영상 속에서 진심으로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스페인 가이드 디에고의 '고고 스페인 GoGo Spain' 채널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남편 디에고의 에너지에다가 그의 아내 니콜의 콘텐츠 발굴, 구성 능력이 더해져서 알차고 신나는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여행사 사장을 하던 디에고가 스페인에 살던 한국인 가이드 니콜에게 반해 스페인에 정착하게 되었답니다. 문대통령의 스페인 공식 방문 땐 대통령의 일정을 실시간 중계도 하였고요, 이 가족은 YTN 뉴스에도 소개가 되었습니다.

바깥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일상 속에서 이들이 보내주는 영상은 나에게 신선한 바람 같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런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걸, 발로 뛰는 그분들도 알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