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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있는 삶을 온전히 사랑하리.

육아 일상

by 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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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친정에 내려갔다. 친정 아빠의 칠순 생신이 있어서다. 금요일 오전 기차를 타고 2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친정엄마, 둘째 동생, 새봄이, 나까지 4명이 카페에 잠깐 들렀다. 친정엄마가 주말 휴가를 내셨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67세다. 지금은 요양보호사로 일하신다. 자격증은 없으시다. 자격증 유무의 차이는 4대 보험을 넣을 수 있느냐의 차이라고 엄마가 알려주었다. 엄마는 4대 보험은 못 넣지만, 67세 여성이 하기에는 괜찮은 직업이라고 하셨다. 지금껏 40년 동안 한복 장사만 하시다가 나름 직장에 들어가서 따박따박 매달 월급을 받는 게 너무 좋다고 극찬을 하셨다. 몸만 건강하다면 65세 이상 여성들에게 적극 추천하신다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초반에 요양보호사로 일하실 때는 얼굴이 정말 안 좋았다.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이 대략 요양원에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 목욕, 대, 소변 받기가 주된 업무라고 하셨다. 하지만 새벽에도 계속 일어나야 하니 잠 못 자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하셨다. 나도 40대이지만 새벽에 잠을 못 자면 하루가 엉망이 되는데, 하물며 67세인 엄마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니 엄마는 완벽하게 적응하셨다. 사실 엄마는 지난 40년 동안 장사를 하시면서 교회 새벽 5시 기도회를 늘 다니셨다. 그래서일까? 새벽에 어르신들 대, 소변 받는 일이 괜찮다고 하신다. 40년 동안 새벽 기도를 했던 몸의 리듬 때문인지.



엄마는 장사를 하시면서 늘 구내염을 달고 사셨다. 입안이 자주 헐어서 식사하실 때마다 "으...쓰려."

이런 말을 자주 하셨는데,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부터는 구내염이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 해."엄마가 커피를 마시면서 속마음을 말씀하셨다. 40년 동안 한복 장사하시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쉴 때도 되셨는데, 아직까지도 일을 하게 해서 큰딸인 내 마음까지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기만 했다.



나에게 엄마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애증은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갖는 마음 상태라고 한다. 엄마가 좋지만, 때론 자식들마다 차별을 하는 것 같아 서운한 때도 많았다. 코로나 때 출산했지만 친정 엄마는 못 오셨다. 2020년 코로나가 얼마나 무서웠는가! 출산할 때 엄마가 없었다는 게 지금까지 서운하다. 40대 중반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철부지 큰딸인 것 같다. 아이 낳고 친정에만 내려가면 서운한 감정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소설 <맥베스>에서 맥베스는 전사로서 적을 잘 무치르고 왔지만 왕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왕을 죽이고 만다. 맥베스에게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몰랐던 것이다. 이것은 곧 콤플렉스(왕이 되지 못했다는 것) 일 것이다. 충분히 왕에게도 칭찬받고 백성에게도 칭찬받는 전사로서 삶을 잘 살 수 있었는데도 콤플렉스에 빠져 결국 파멸의 왕이 되고 만다. 인간은 결핍이 있는 존재다. 나도 엄마가 되었지만, 늘 결핍이 있는 상태이다. 결핍이 있는 나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나의 삶은 계속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결핍이 있는 나의 삶, 상처 있는 나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유가 있고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결핍 있는 나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감사 일기 쓰기다. 주어진 하루 일과 속에서 감사 3가지를 적을 때 나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행복하면 남편과 새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림자조차 자신의 성장을 향한 에너지로 흡수하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끌어안고 궁극적인 '전체성'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p.172)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v 마음 정리 체크하기

1. 나에게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2. 콤플렉스로 인해 결핍을 경험했는가?

3. 결핍 있는 나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 어떤 실천을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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