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라하의 별 Sep 11. 2022

아이가 만나는 열일곱 살의 가을이

열어놓은 창문에서 가을을 전하는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나와 아이 그리고 신랑이 모여 앉은 거실 중앙에 놓인 식탁과 책상에서 어쩌면 우리는 훗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간고사 준비로 바쁜 아이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나와 신랑은 추석 명절을 보통의 주말처럼 보내고 있다.



생신과 여름휴가 때 양가 어른들을 찾아뵈면서 추석 때는 아이 중간고사 준비 기간과 겹칠 수 있어서 찾아뵙지 못할 것 같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었다.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고 있는 요즘이기에 양가 부모님께서도 이동하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마음 편안하게 아이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아이에게 명절은 북적이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 입시에서 내신이 중요해진 지금은 명절에도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는 아침부터 밤에 잠을 자기 전까지 과목을 바꾸어 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문과계열 과목을 공부할 때는 나와 함께 공부를 하고 이과 계열을 공부할 때는 아빠와 함께 공부를 한다. 아이의 유일한 즐거움은 아빠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요리를 먹는 시간이다. 식사 시간에 대화를 하면서 아이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이의 학급에 한 친구는 내신 경쟁의 치열함에 지쳐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연휴 내내 쉬지 못하고 공부만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가을 하늘

오늘 유난히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예쁘게 보였다. 집안에 창문을 모조리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있는데 아이는 까치발을 하고 창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목표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종일 공부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인 아이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졌다.



내일은 아이와 함께 잠시라도 산책을 나가서  


아이에게 가을을 느끼게 해 주어야겠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분 좋은 가을바람에


아이의 마음도 즐겁기를



아이가 만나는 열일곱 살의 가을이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