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쨈빵 Aug 27. 2022

책 쓰고 있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글을 실컷 써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읽어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읽을 만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더군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이 집중해야 합니다.


값비싼 화장품의 초미니 샘플을 온 힘으로 눌러 짜내듯 해야 글 한 편이 나와요. 수십 번 고쳐 짜고 다시 짜고 돌려 짠 후에 으헉! 하면서 발행을 합니다. 그리고 나면 개운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발행 전보다 몸이 더 꼬여오지요. 수많은 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작가도 아니면서 마음이 어려워요. 글에 대한 모든 반응이 궁금한 동시에 겁납니다 (그중에 제일 큰 고통은 무반응이라. 껄껄). ‘이게 뭐냐’ 비웃는 소리도 없는데, 안절부절 입맛까지 없어요.


이렇게 힘든 걸 쉼 없이 하는 분들 - 그러니까 브런치에 줄기차게 업로드하시는 그런 분들 - 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체 글 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역시 '즐기는 자'가 진정한 고수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직장 다니면서 글 쓰시는 분들, 보약이라도 지어 드시는 건가요? 그 열심과 꾸준함이 아름답습니다.


잠시 쓰다 오래 쉬기를 반복했더니, 구독자 수는 둘째치고 '조회 수'가 아주 귀엽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써 올려도 읽는 사람이 적어요. 브런치 초보 시절에는 이런 분위기를 무릅쓰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조금 초월이 됩니다 (분명히 '조금'이라고 했음). 몇 분만 읽어주셔도 힘이 납니다. 여기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브런치 고인물이 된 기분이군요. 존재감 없는 고인 물.. 껄껄..


한참 예민하던 중고등학생 시절, 일기를 쓰다 보면 이상하게 자꾸 독자를 가정하게 되곤 했어요. 나만 보는 건데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할 글을 못 쓰겠는 거예요. 내 속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싶은데, 왜 그게 안 되는지. 가슴이 뻥 뚫리는 속풀이를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아마도 ‘일기장 검사’의 폐해가 아닐지).


글을 계속 쓰고 더 쓰고 싶습니다. 겉멋도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없는 글을 신나게 쓰고 싶어요. 하지만 ‘묻지 마 일기’를 쓰지 못했듯이, 여전히 글 한 편에 수많은 생각이 달라붙습니다. 이래도 될까 저래도 될까. 대체 누구의 무엇을 염려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은 글과 써지는 글의 간격을 좁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나도 모르겠다’ 낮아진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때가 있는데, 썩 마음에 드는 한 편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나면 그다음 글에는 영락없이 힘이 잔뜩 들어가 버리고요. 아오 정말. 아무튼 막힘없이 쓴 글이 막힘없이 읽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위안을 얻고 싶어 시작했는데, 엉뚱하게도 부담이 자꾸 커져요. 어째서 시원하게 써지질 않는 걸까. 독서 부족, 실력 부족, 열정 부족.. 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런 상태에서 ‘괜찮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게 가장 문제가 아닐까..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실력에 비해 욕심이 과한 거죠. 껄껄. 선생님들, 선배님들은 '많이 읽고 쓰라!'라고 조언하시더군요. 그게 맞을 겁니다. 조상님들의 지혜는 언제나 진리에 가까운 법이잖아요.


몇 가지 고충과 핑계에 얽매어 마음과 달리 글을 뻥뻥 찍어내지 못했습니다. 글로 쓰고 싶은 말이 머리속에 꽉 차 있는 기분일 때도, 쉽게 자판에 손이 올라가질 않았어요. 사실 저의 진짜 고민은 '어떻게 쓸까' 나 '왜 안 써질까'가 아니라, '나는 꼭 글을 써야 하는가?' 거든요.


요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더 늦기 전에 덤벼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주 신나는 기분으로 시작했고 생각보다 잘 써집니다 (목표한 원고량의 반을 좀 넘겼을 뿐이니, 저 지금 까부는 거 맞습니다). 책 한 권을 완성해서 투고를 해보려고 해요.


재능과 소신을 결합해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주 재밌어요. 브런치에 올렸던   가져다 넣었습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어요.


마침 홈스쿨링 여름방학이거든요. 틈나는 대로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아이들이 궁금해서 자꾸 얼쩡거려요. 그게 너무 웃깁니다. 글 쓰면서 재밌고 읽으면서 재밌습니다.


오겡끼데스까.. 글친님들도 잘 지내고 계시겠죠? 생사 여부는 '조회 수'로 확인하겠습니다. 기다리던 계절이 오고 있어요.. 건강하십시오.

단결. 충성. 필승!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글쓰기 프로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