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환경을 위한 변화를 환영한다
취준생에서 영국의 환경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직장인 반년차에 접어들어서야 글을 쓸 여유가 생겨 약 6개월 만에 브런치에 접속했다. 영어로 일상소통에는 무리가 없다고 자신했으나 외국어로 일한다는 것은 다시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간단한 이메일을 쓰고 회의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는데도 힘이 든다. 아직도 회사에 적응 중인 새내기지만 회사의 문화만큼은 어느 때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환경 관련 회사에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일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입사 후 가장 먼저 안내받은 사항 중 하나는 월급에서 차감되는 연금펀드이다.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와 회사가 보험료율을 일부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인사팀에서 이메일이 긴급하게 날아오고 회사 채팅창이 시끌벅적했다. 회사에서 가입한 연금 운용기관에서 자동적으로 일부 연금을 석유 관련 산업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인사팀에서 발견하고 회사의 연금을 모두 지속가능한 펀드로 재편하고 주의해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작 내 주머니에서 매월 나가는 연금에 대해서 무관심했다는 반성과 함께 매월 월급에서 연금이 나갈 때마다 이제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단체에서는 웹사이트 수정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우리의 고민은 웹사이트의 탄소발자국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안으로 몇 달 동안 홈페이지에 사용된 코드를 간단화하고 불필요한 디지컬 콘텐츠를 줄여나갔다. 이 사건은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기업활동들이 환경에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한 번 일깨운 문제의식은 나비 효과처럼 화상회의, 출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어떻게 줄일지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었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구글, 아마존 같은 IT 대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주요 지속가능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모든 기업들의 홈페이지들이 탄소발자국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웹사이트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관심이 있다면 해당 링크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읽어볼 수 있다 (https://www.culturehive.co.uk/resources/sustainable-web-design-how-to-reduce-your-websites-carbon-footprint/ )
마지막 자랑은 회식할 때 채식이 환영받는 분위기다. 환경을 이유로 채식을 한지 이제 거의 4년 차가 된 베지테리언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일할 때의 가장 스트레스는 먹는 것이었다. 회식을 하거나 거래처와 만나면 주로 고깃집, 고깃집이 아니더라도 파스타 집이 아니라면 채식 메뉴를 찾기 힘든 한국에서는 종종 난처한 상황에 처하곤 했다. 반대로 지금 살고 있는 런던은 어디를 가도 채식메뉴가 있고 채식 인구가 매우 높은 도시다. 그렇다보니 고기를 먹지 않는 다는 것이 사회생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비건과 베지테리언, 플랙시테리언 등 채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에 다녀온 회사 야유회에서는 다음 야유회 때는 전부 채식메뉴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육류소비와 탄소배출량의 인과관계에 함께 공감하고 함께하려는 모습은 회사 생활에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을 비즈니스로 하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기업 차원에서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위 일화들이 타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에 영감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