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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 Mar 11. 2022

진료실 이야기

같은 질문 다른 대답


옛날에 돌을 깍는 석공 세 명이 있었습니다.

"지금 무얼 하고 계십니까?"

라고 물어보았더니,  첫번째 석공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눈 없어요? 보면 몰라요?"

불평을 하며 대답을 하네요. 일이 많이 힘들어서 대답하기가 짐같이 느껴져 그런 걸까요?


"돈 벌고 있지요. 가족을 먹여야 하고, 좋은 집도 사야하고,  돈을 더 많이 모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두번째 석공의 대답입니다. 아무 감정없이 사무적으로 대답해 줍니다.

어쩌면 다 맞는 말이지요.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기도 하고요.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안식을 찾을 수 있는 훌륭한 성당을 지을 돌을 다듬고 있습니다."

같은 질문에 세번째 석공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요.

또한 대답할 때 열정과 미소를 담고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돌을 다듬고 있는 석공이지만 마음만은 달랐던 세사람을 보며 많이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전에 아산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는데 그 시절 생각이 가장 먼저 났어요.

그 때 의학 지식도 많이 배웠지만  삶의 대한 태도를 더 많이 배웠어요. 교수님들과 환자분들을 비롯해 매일 수없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요.

때로는 너무 바쁜 삶 속에 의무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도 있지만 내 가족처럼 따뜻하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저절로 닮고 싶어졌고 나 또한 배우며 성장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생각나는 교수님은 한달 마치고 다른 과로 이동하는 저에게

" 환자들을 정말 정성스럽게 봐줘서 고맙다."

고 인사를 먼저 하시는 멋진 분이셨어요.

" 내가 오늘 보는 환자는 나에게는 수많은 환자들 중 하나일 뿐일수 있지만, 그 환자에게는 평생 한번 만나는 의사일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항상 나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한단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여러 스승님들을 만나며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똑같은 병원에 똑같은 의사처럼 보이지만 한명 한명 다 다르구나,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내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이 결정하는구나.'

라는 생각! 그리고 나도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고 방향성을 잡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또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감동했는지요.


똑같이 어려운 질환을 앓고 있고, 또 슬퍼하고 힘들어하는게 너무도 당연한데 주위를 둘러보고 힘을 내어 주변을 빛내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부인이 암에 걸려 밥을 못먹고 금식하자, 옆에서 혹시 먹고 싶을까봐 같이 금식을 하시면서

"저 배 전혀 안고파요. 안먹고 싶어서 안먹는 거예요."

라고 말하시며 웃으시는 남편 보호자님도 생각나고요.


아이가 아파서 수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지내지만

"살아있어 주어 고마워."

라며 항상 웃으시던 어머니도 생각나고요.


그리고 저도 어릴  많이 아프긴 했지만 그분들도 겪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견디기 힘든 아픔 속에서도 의연한 환자분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저를 감동시키시고 가르치시는 살아있는 한권의 책같은 분들이셨어요.





© diego_torres, 출처 Pixabay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마다 다르지만 결국 사람이고, 사랑인 것  같아요.

오늘의 나는 작은 돌을 모으고 깎아나가고 있는지, 또 그것을 모아 멋진 건물의 일부가 될 상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큰 돌을 깎아서 아름다운 성당도 만들고, 작은 돌을 모아 이런 귀여운 하트도 만드는 하루하루가 되길!


매일 매일  다르지만, 힘든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새해 더 많이 꿈꾸고, 행복해하고, 또 꿈꾼 것들을 이루어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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