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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Apr 23. 2023

테드 창의 “숨”을 읽고 (1)

1) ‘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

          


1) ‘내’가 기록을 남기는 이유      


‘나’의 몸은 복잡하고 견고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몸의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사용한 허파를 공기 가득한 허파로 교환해야 한다. 알루미늄 허파 교환의 장소인 충전소는 자연스럽게 만남과 교류의 장소가 되었고, 이러한 삶을 유지해 온 우리들은 공기를 생명의 원천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느 날 우리 세계의 모든 시계가 조금씩 빨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시계 학자들이 시계의 부품과 기능을 살펴보았지만 시계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나는 그 원인이 시계에 없다면 우리의 사유, 기억장치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실험을 고안한다.      


먼저 내가 나를 관찰하면서 실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나는 손과 눈을 대신하는 도구로 나의 머리 부분의 기억장치를 분해, 관찰하며 나라는 존재를 사유하였다. 의심할 수 없는 확고한 자아의 실체를 확인하여 근대 사유의 토대를 마련한 데카르트의 실험이 다시 반복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명의 원천이 공기 자체가 아니었다. 진정한 생명의 원천을 발견한 것이다. 더불어 생명의 원천이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의 세계는 평형상태로 가고 있었다. 평형상태로 가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이 죽음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험을 마친 나는 무엇보다 중대한 역할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생명의 원천이 동시에 죽음의 원천인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사람들에게, 생명의 종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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