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프카 단편전집 - 출판사 “솔” 』
“갑작스러운 산책”
카프카의 단편 “갑작스러운 산책”은 집에 머물러 있던 그가 갑작스러운 산책을 한다는 한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다. 그의 사유, 행동, 감각이 경계 넘어 관계 맺으며, 문장은 마침표 없이 쉼표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서퍼가 순간의 파도와 하나 되지 못하면 휩쓸려갈 수 있듯이, 문맥의 흐름을 타는 상태에서 올곧게 인식하며 느끼지 못하면 문맥 밖으로 팽개침 당할 수 있는 글이다.
운동이란 단절된 순간을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흐르며 변화하는 것이 본질이라면 이 글은 그에 맞는 서술일 것이다. 여기서 운동은 인간의 사유, 행동, 감각이 한 개체 안에서 관계 맺으며 변화하는가를 말한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그 운동을 담아내고 있는 카프카의 글이 어디로 향하는지 따라가 보자.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처럼 느껴져
“갑작스러운 산책”은 “저녁때 집에 머물러 있기로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처럼 느껴져,”로 시작한다. ‘머물러 있다’나 ‘머물러 있기로 결심했다’라 쓰지 않고 “것처럼 느껴져”로 시작한 것은 사유가 몸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결심하지 않은 나머지 여분도 크기를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그는 저녁 식사 후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 습관적으로 잠자리에 들곤 한다. 밖은 어두워졌고 대문도 잠겨 있다. 이제 편안히 집에 머물러 있게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이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돌연히 불쾌감을 느낀다. 습관에 장악되지 않은 나머지 여분의 저항이 몸의 불쾌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쾌감 속에서 산책이 시작된다. 그는 다소 사라진 불쾌감과 그래도 남겨진 불쾌감 사이에서 갑작스러운 산책을 한다. 카프카는 이를 “거실문을 닫는 속도에 따라 다소간의 불쾌감을 뒤에 남겨놓게 된다고 생각한다면,”이라 서술하고 있다.
그는 골목길을 걷는다. 골목길에서 정신이 조금 더 맑아지자 예기치 않게 자유의 감각이 온몸에서 일어남을 알게 된다. 느낌을 인식하자 행동하고, 행동이 몸의 감각을 다름으로 소생시키고 이를 다시 인식하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몸이 자유에 답하게 된 결심의 능력이 자신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주 확고하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향해
결심의 능력이 자신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결국 관습화 시켜오는 모든 것이 최종적으론 자신에게 작용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제 그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향해 나간다. 카프카의 서술을 따라가 보자. “골목길에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전혀 예기치 않았던 자유에 특별히 민첩하게 답하고 있는 온몸으로 – 그는 온몸에 이 자유를 마련해 준 것이다 - 깨어난다면, 이 한 가지 결심을 통해서 모든 결심의 능력이 내부에 집중되었다고 느낀다면 ----- 오히려 그럴 수 있는 힘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평상시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인식하게 된다면”.
그럴 수 있는 힘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 그는 이제 가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가족이란 벌레가 되어서야 벗어날 수 있는 자본의 논리적 힘, 강제하는 관료주의, 잠식해 들어오는 가족의 욕망을 말한다. 갑작스러운 산책이 온몸에 자유의 감각을 마련해 주었고, 자유의 감각을 마련해 준 결심의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가족이 비 실체로 떨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산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는 이날 저녁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 가족은 흔들거리며 비 실체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아주 확고하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향해 허벅지 뒤를 치면서 아찔할 정도로 일어서게 된다”.
만일, 밤은 어두워졌고 대문도 잠겨 있어 안락함을 깊숙이 즐기고 있는 누군가가, 퇴근 후 늘 해오던 이런저런 일을 하다 잠자리에 드는 누군가가, 늦은 밤 카프카의 단편“ 갑작스러운 산책”을 읽는다면 이 모든 것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