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
"호접지몽, 胡蝶之夢"
"내가 나비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나비가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가를 대표하는 장자가 꿈을 꾸고 느낀 바를 이르는 이른바 '호접지몽'.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육아휴직을 마무리하고 회사에 복귀한 현시점에서 나의 느낌이다. 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것인지 그냥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었던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아무리 13년을 다닌 회사지만 1년 넘게 쉬었다 돌아왔는데 어색함은 1도 없었다.
믈론 시스템도 좀 달라진 부분이 있고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들도 있고 해서 낯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휴직을 시작할 때와 소름 끼치도록 유사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반겨주셨고 안부도 물어봐주시곤 했다.
뭐랄까 연속으로 이어진 선들 사이에 나라는 선만 일정 부분이 비워져 있는 느낌이랄까? 육아휴직을 시작할 때는 아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이제 이렇게 다시 돌아왔다. 팀에 나를 포함한 결원이 몇 명 발생했는데 충원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에 대한 미안함은 여름휴가 기간에 내가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휴가 가는 것도 좀 그렇고 솔직히 1년을 쉬다 와서 휴가 생각도 별로 없다.
휴직하기 전처럼 일하고 있지만 다만 달라진 것이 조금 있다면 와이프도 함께 일하고 있어서 저녁에 집안일을 좀 더 하려고 한다는 것 정도이다. 가능하면 저녁은 내가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아직 방학 중이라 아침에 와이프가 애들 아침과 점심까지 준비하고 출근하기에 저녁은 내가 좀 도와주려고 한다. 물론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복직을 한지도 이제 1개월 넘어서고 있다. 나비꿈에서 깨어나서 현실에서 이제 다시 시작하고 있다. 13년을 일하고 1년을 놀았으니 이제 다시 13년쯤은 회사 잘 다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