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드랑 Jun 27. 2022

[남미에세이] #8 첫 생각

페루_마추픽추_Machu Picchu

Travel Route | 페루 - 칠레 - 볼리비아 - 아르헨티나 - 브라질 |

페루 여행 | 리마 - 와라즈 - 쿠스코 - 마추픽추 Machu Picchu



⌜첫 생각⌟


쿠스코의 오야타이탐보에서는 마추픽추로 떠나는 기차를 탈 수 있다. 기차표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스페인어를 몰라 우여곡절 예매한 기차표였기에 기차를 타기 직전까지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우리 남매는 기차를 타고, 드디어 마추픽추 입구의 작은 마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로 향했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기차 & 기차에서 바라본 산맥 풍경




해발 2300미터 산 정상에 자리한 성곽 도시, 마추픽추. 1만명이나 되는 잉카인들이 살았던 이곳 마추픽추는 산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고 오직 공중에서만 볼 수 있어 공중 도시라고도 불린다. 도시 대부분을 경사로에 건축해 외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잉카 제국이 멸망하고 스페인 학살자들을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시라고 알려져있지만 그 유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이 놀라운 도시는 400여년 동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보존되어 있다가 1911년이 되어서야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 옛날, 그들은 어쩌면 이렇게 정교한 솜씨로, 이 높은 산중에,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냈을까.

문자와, 철, 화약, 바퀴가 없었던 그 시대에 20톤이 넘는 돌을 산 꼭대기로 옮기면서 말이다.






마음 속에서 질문이 하나 올라왔다.


이 곳에 마을을 세우겠다는 첫 생각은 누가했을까?



누가 가장 먼저 도전했는가. 


평평한 대지에 성곽을 지을 수도 있었는데, 도대체 누가 산 비탈에 도시를 짓고 계산식 밭과 수로를 만들어내서 이런 도시를 만들자고 했을까.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생각. 그런 생각으로는 이렇게 기적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뜬금없지만 나는 마추픽추를 보며, 늘 이렇게 첫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주어진 사고방식의 틀에 갇히지 말고, 계속해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러려면 생각의 범위를 고의적으로 개척하는 노력을 지속해야할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의 "첫 곡괭이질"을 시작하는 데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그래야 마추픽추의 '마'자라도 꺼내어 만들어 볼 수 있다.


누가 알까, 우리가 마추픽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2018/7/3/화요일의 기록


기차는 4명이 서로 두명씩 마주보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산맥을 올라가는 길, 우리 맞은 편엔 중년의 한 중국인 부부가 앉아있었다. 자연스레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둘다 굉장히 해맑은 웃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얼마나 보기 좋아보이던지. 나도 중년의 부부가 되었을 때, 그들처럼 마추픽추로 향하는 기차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하.



작가의 이전글 [남미에세이] #7 틈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