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elle Feb 12. 2023

집에서 만든 라자냐와 곁들일 와인을 고른다면

Marchese Antinori Chianti Classico Rsv.

요즘 한국 와인 시장에서 이탈리아 와인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굳이 Eataly가 아니더라도 작은 와인샵이나 이마트 와인 섹션에서 에트나 화산 토양을 즐길 수 있는 시칠리아 와인부터 북부 피에몬테의 바롤로까지,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피에몬테 지역 와인이 네비올로만이 아닌 바르베라, 돌체토 같은 비교적 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품종까지 다 있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물론 500여 종이 넘는 이탈리아의 포도 품종과 수많은 와인 종류들을 언제쯤, 과연 우리나라에서 다 먹어볼 수 있겠냐 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탈리안 와인 팬으로서는 행복한 시절이 아닐 수 없다. 그중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손쉽게,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접할 법한 이탈리안 와인은 끼안티 클라시코가 아닐는가 싶다.  

토리노 한 식료품점 내 와인 및 안주 섹션. 쌓여있던 와인들이 그립다.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말하자면 우리나라에 이탈리아 와인 시장의 문을 열어 낸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격의 자리를 잡고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당신네 나라를 대표하는 와인이 무엇이냐 하고 묻는다면 각 지역사람들이 다 발 벗고 나서 분분히 싸우겠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와인은 항상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함께 이 끼안티 클라시코 일 것이다. 토스카나 지역 자체가 로마인들  전, 에트루리아인들이 살던 시절부터 와인을 담아 온 곳이기도 하고, 기존 세계 시장에서 고급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이탈리아 와인의 재평가를 받게 한 슈퍼 투스칸을 잉태해 낸 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슈퍼 투스칸은 추후 슈퍼 투스칸 와인을 다루며 더 이야기 하겠지만, 그 시작을 이끈 사람들이 바로 이 안티노리 가문의 사람들이다. 안티노리 가문은 1300년대부터 와인메이킹을 시작해 토스카나에서 대대로 와인을 생산해오고 있는데, 현재는 북부의 움브리아 지역부터 칠레, 미국의 나파 밸리까지 수많은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최초의 슈퍼 투스칸, 티냐넬로 Tignanello가 있다. 테누타 티냐넬로 Tenuta Tignanello 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총 3가지, 슈퍼 투스칸인 티냐넬로와 솔라이아 Solaia, 그리고 끼안티 클라시코인 이 마르케세 안티노리 Marchese Antinori 이다.

끼안티 클라시코의 등급 체계. 출처: Wine24

마르케세 안티노리는 산지오베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까베르네 소비뇽 등 다른 버라이어티가 약간 섞여 있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DOC에 의해 80% 이상 산지오베제를 활용하게끔 되어 있어 아무래도 슈퍼 투스칸 계열보다는 산지오베제의 컬러를 더 살려낸다. (물론 티냐넬로도 슈퍼 투스칸 중에서는 산지오베제를 많이 활용하는 와인 중 하나이며, 산지오베제를 80%, 까베르네 소비뇽을 15%, 까베르네 프랑을 5% 활용하지만, 끼안티 클라시코는 화이트 품종을 섞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끼안티 클라시코 중에서도 리제르바를 받으려면 병숙 3개월을 포함해 기본 24개월 숙성을 거쳐야 하므로 그 특성이 잘 두드러지게 나타난 편인데, 이 와인도 그렇다.

시선강틸하는 레데커 브러쉬...!

병을 열자마자는 톡 쏘는 붉은 과실향이 많이 올라온다. 체리, 딸기, 라즈베리와 같은 붉은 베리류와 붉은 과일맛이 많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크향과 가죽, 초콜릿이 조금씩 올라와 밸런스를 이룬다. 과실향이 메인이지만 결코 달지만은 않고, 오크와 향신료 향들이 어우러져 그 단맛을 적절히 견제하는 맛. 잔향도 길어 이탈리아 와인 답다, 라고 말하기엔 이탈리아엔 너무 많은 와인들이 있지만 어느 정도 속단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이탈리아 와인답게 산미가 좋다.


마르케세 안티노리는 2011년부터 티냐넬로 Tignanello 에스테이트에서 나는 포도만을 활용하며 끼안티 클라시코를 만들고 있는데, 슈퍼 투스칸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와이너리에서 만들어 낸 와인을 좀 더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매력적인 와인이라 할 수 있겠다. 집에서 남는 재료로 휘리릭 만든 라자냐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와인이라 할까.  



Tenuta Tignanello (Antinori)

토스카나/움브리아 지방 내 안티노리 와이너리들. 출처: 안티노리 홈페이지

안티노리는 토스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와인 메이커이지만, 회사의 규모가 원체 커 끼안티 Chianti 지역 이외에도 움브리아 지역, 피에몬테 지역, 미국 Napa valley 나파 밸리와 칠레, 루마니아 등지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와인 밭을 운영하며, 전체 150 가지가 넘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래도 가족이름인 안티노리를 걸고 운영하는 와인밭과 와이너리들은 여전히 토스카나 지방으로, 여기 이 Marchese Antinori를 생산하는 Tenuta Tignanello, 일반적으로 마트에서도 많이 보이는 Villa Antinori, 그리고 이 와인 이름과 같은 Marchese Antinori라는 브랜드도 따로 있다. 여기서 많은 혼란이 발생하는데, 이름이 여기저기에 섞여 어느 밭/어느 와이너리에서 어느 와인이 나는지 분간이 어렵다면 홈페이지를 방문해 각 와이너리에서 어떤 와인이 나오는지 확인하거나, 와인 라벨에 찍혀 있는 문장을 보면 구분이 좀 더 용이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시작점, 닷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