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에 가서 뭐해먹고살래?"
제주로 이주를 결정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게 묻는 이야기는 뭐해먹고살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냥 뭐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필요하면 일도 하고 하면서..?"
이런 대답을 하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한심함도 섞여있고, 연민도 있고, 부러움도 있었다.
대게는 제주도에서 먹고살기 힘들 것이라는 매우 현실에 입각한 충고였지만, 그래도 잘할 것이라는 위로도 사람들은 잊지 않고 건넸다. 그저 빈말이었겠지만.
그 후 내가 재택근무로 직장인의 삶이 연장되었을 때, 모두가 먹고사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해결되어 다행이라며 안심했고, 진짜 부럽다며 축하도 건넸다. 나 역시도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정된 삶의 지속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했다.
하지만 그러한 안정된 삶은 영원할 수 없었고, 회사와의 관계가 생각보다 빠르게 깨져버리는 바람에 나는 생존을 위한 행위를 어떤 것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당장 2~3개월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버틸 순 있겠지만, 무한한 자원이 아니기에, 언젠가 고갈될 것이고, 자원이 고갈되기 전, 다시 수입이 생겨야 제주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내가 이제 홀로 설 수 있을 만큼 무언가 이루어졌었다면, 내가 이러한 고민을 했을까?
나는 너무 빠르게 달라지는 환경에서 너무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게 아닌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로 내던져지고 있다. 안정된 직장이라는 울타리가 만들어주는 제주에서 여행과 같이 살던 판타지가 깨지며 진짜 삶이 된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그저 막연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필요하면 일도 하면서 사는 삶'으로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것은 내가 그것들을 '잘'해야 가능한 것인데, 그저 좋아한다고 그것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아님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지금 누군가 내게 어떻게 살래라고 묻는다면
"사진을 잘 찍고, 글을 잘 쓰고, 필요하면 어떤 일도 잘하는 삶"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이 경험과 고민들은, 어김없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돈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게 할 것이고,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이 돈이 되는 법을 고민하게 할 것이다.
매일같이 나는 사진을 찍고 있고,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매일 같이하고 있다. 그 안에서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방향을 잡아 나아가고 있다.
나는 하루하루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이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