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필 Apr 18. 2022

갑.분.퇴(갑자기 분위기 퇴사)

퇴사가 현실이 되는 순간


삶은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 잔잔한 날도, 험한 날도 있는 것처럼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얼마 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하고, 답은 역시나 퇴사 다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만 해도, 난 이렇게 내가 빠르게 그만두게 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적어도 두 달은 쓸모 있게 쓰이는 사람으로 버티다가 퇴사해야지 했는데, 오늘 나는 퇴사를 통보받았다. 아니 자발적인 퇴사를 권유받았다.


똑같은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했고, 씻고, 머리를 단정히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 (재택이라고 해도 적어도 셔츠는 입었다.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자리에 앉아 출근 보고를 했고, 회사 일을 하나둘씩 처리하며 오전의 시간을 다 보낼 때까지도 별다른 기미가 없었다.


그리고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오후 업무를 시작할 무렵, 

'카톡'

업무적으로 단톡방 외에는 개별로 연락하는 일이 별로 없는 이사님이 개인 톡을 해왔다.

사람의 촉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그냥 카카오톡 알림에 이사님이 보냈다는 것만 확인되었는데도, 아 좋은 내용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내용인즉슨 4월 말일까지 재택근무 기간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에 따라 재택 할 명분이 없으니, 서울로 출근하길 바란다. 그게 안된다면 말일까지 하고 퇴사하는 걸로 하자 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금 제주에 살고 있는데? 나 서울로 출퇴근 못하는데?


언젠가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빠른 퇴사 얘기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당장 다음 달의 카드값과 대출금이 후두부를 강타했다. 

처음엔 왜 자기들이 먼저 그만두겠다는 사람 잡아다가 재택으로 근무하라 해놓고 이제와 퇴사를 종용하는 것인지 화가 나기도 했고, 당황스러웠지만, 좋게 생각해보면 한 달이란 시간 동안 그래도 월급 한 번 더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재택 하면서 솔직히 꿀 같은 근무의 연속도 맞았으며, 퇴근 후에는 잘 즐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주말에 '제주 라이프'를 즐겼으니,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재택 하면서 늘 고민하고 있던 '내가 제주에 온 이유'를 위해선 퇴사하는 게 맞았지만, 돈 때문에 퇴사를 못하는 딜레마에서 헤매고 있었고, 그러다가 그래도 언젠간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었으니, 조금 빨라진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긍정적인 성격은 축복인 게 분명하다.)


대충 계산해보니, 이번 달 월급 받고, 다음 달에 못쓴 연차비 + 퇴직금까지 하고 나면 그래도 한두 달은 버틸 수 있을 거라 이사님께는 그냥 알겠다고 이번 달 말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실업급여 관련해서도 알아보려 했으나, 회사에선 계속 근로를 시키려 했고, 회사에선 사용자 입장에서 나에게 복귀를 명한 거였고, 내가 복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제주도로의 이사였기에, 내 상황이 어찌 되었든, 대상자가 안된다는 답변만 받았으니 깔끔하게 포기했다.


이제 약 보름 뒤면 진짜 생존기를 찍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전화위복이란 말도 있듯이, 지금의 이러한 불안정한 삶이 어쩌면 더 멋진 삶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살면서 누구도 못한 경험들이 축적되어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난 지금 좀 설레고 있다. 얼마나 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 될지. Cheers




매거진의 이전글 시한부 직장생활의 끝을 잡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