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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Dec 13. 2022

짠테크와 친정엄마의 잔소리

지난 주말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친정표 푸짐한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신나서 이야기했습니다. 이전보다 생활비를 무척 아끼며 살고 있다고. 매월 절약하는 금액이 눈에 보이니 절약하며 사는 것이 재밌다고.

엄마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며 이야기합니다.

"뭘 그렇게 아끼며 살아. 둘이 버는데 좀 쓰면서 살아. 특히! 먹는 데 돈 아끼지 말고."



역시 엄마는 오늘도 밥 걱정입니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왜 이렇게 엄마가 제게 밥을 강조하나 의아했습니다. 엄마가 저만 보면 하는 이야기는 그저 "밥 잘 챙겨 먹어라." 그 말이 어찌나 잔소리 같이 느껴지던지요. 요즈음이 밥 굶는 시대도 아닌데 말이죠.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겠더라구요. 아이들을 잘 먹이는 것, 배부르게 먹이는 것은 이 세상 엄마들의 행복이자 동력입니다.



엄마가 제게 왜 그리 아끼며 살려하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대답합니다.

"나는 아끼며 살아도 아이들은 풍족하게 시작하게 해 주려고요."

엄마가 혀를 끌끌 찹니다.

"요즘 젊은 애들 답지 않게 왜 그러니. 아이들보다 니가 우선이지. 너도 하고 싶은 것 하고 쓰고 싶은 것 쓰면서 살아."

엄마 눈에는 손주들 잘 살게 해 보겠다고 아등바등 아끼는 딸이 안쓰럽나 봅니다. 정작 저는 아끼며 사는 데에 재미가 붙어서 힘들진 않은데 말이죠. 손주가 아무리 귀여워도 역시 엄마들에게는 자기 자식이 최고인가 봅니다.



"엄마, 우리 애들이 딸기 좋아하는데 저녁 먹고 먹이게 딸기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큰 손 엄마가 딸기를 궤짝으로 사 왔습니다. 딸기는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없는데 말이죠. 아이들이 딸기를 잘 먹긴 한다만... 궤짝으로 먹지는 않습니다.

그 와중 프로 짠테커인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 딸기 비싼데 남으면 싸 달라고 해야지~'

엄마는 손주들 입에 딸기를 가득 넣어줍니다. 그러고도 뭔가 부족한가 봅니다. 귤도 열댓 개 가져와서 먹으라고 하고, 사과도 깎습니다. 뷔페처럼 종류별로 과일을 먹고 당이 한껏 오른 아이들은 신나게 춤추다가 잠이 듭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아 집에 갈 짐을 쌉니다. 저보다 엄마가 더 분주합니다.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시는 걸 보니 먹을 것을 싸주려는 모양입니다. 저와 남편은 아이들 짐을 챙기랴, 아이들 옷 입히랴 정신이 없습니다. 집에 가는 차에 타서야 엄마가 싸 준 쇼핑백을 살펴봅니다. 딸기, 귤, 사과가 한가득입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친정에서 잘 먹었던 반찬인 잔멸치 볶음과 고사리나물까지.



너무 아끼며 살지 말라고, 특히 먹는 데 아끼지 말라고 혀를 끌끌 차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엄마는 딸 손에 먹을 것을 한가득 쥐어 보냅니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그저 딸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짠테크 하면서도 엄마 말대로 잘 먹으려는 궁리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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