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리 Jul 26. 2023

셋째 고민? 창과 방패의 싸움

우리 집 둘째가 두 돌 반 무렵부터 스멀스멀 셋째 생각이 나더라구요. 손목도 좀 잘 돌아가고 덜 아픈 것 같고, 둘째도 말로 의사표현을 잘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겁니다. 이제 드디어 살 만한 시기가 오니 꼬물꼬물한 신생아가 어찌나 안아보고 싶던지요. 심지어 둘째 임신 때에는 장기입원을 하며 정말 지옥 아닌 지옥을 겪었는데도요. 제가 욕심 중에서도 다산에 대한 욕심이 있을 줄은 육아를 해 보기 전에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틈만 나면 남편에게 셋째 가지는 것 어떻냐고 물어봅니다. 남편은 난색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셋째는 절대 안 된다는 철옹성 같은 남자. 평소에는 제가 원하는 것이면 거의 들어주는 편인데, 셋째 고민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타협이 1도 되지 않습니다.



일단 셋째를 가지자는 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여보, 둘 있어도 어차피 자유는 없어. 우린 이미 얽매인 몸이야. 둘에서 셋 된다고 우리 생활이 바뀔 게 별로 없어" 남편은 대답합니다. "첫째 유치원 하원할 때 어떡하게? 셋째는 아기띠 하고 둘째 유모차 밀면서 첫째 데리러 가게?" 남편의 구체적인 방어에 저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맙니다.



저는 그러면 다시금 말합니다. "여보, 그런데 있잖아. 셋째는 혹시 몰라. 딸일 수도 있어." 남편은 첫째 임신 때부터 딸을 강력히 바랐으나 줄줄이 아들만 나왔거든요. "그럴 리 없어. 우리 가족 중에 딸 낳은 사람 한 명도 없는 거 알지? 이것도 유전이야. 우리가 셋째 가지면 분명 아들 셋이라고!" 남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습니다. 시댁 가족들은 정말 하나같이 아들만 낳았거든요. 남편도 형제, 시조카도 아들, 우리 아이들도 아들. 성별은 무작위선택이 아니라 정말 유전일 수도요. 그런데 저는 아들 셋도 괜찮은데... 남편은 괜찮지 않나 봅니다.



다시 저의 설득이 시작됩니다. "여보, 애들 다 자기 밥그릇은 챙기고 태어난데. 혹시 몰라, 셋째 태어나면 우리 집에 재물운이 있을지." 극 현실주의자인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지금 우리 세단 카니발로 바꿔야 하고, 집도 평수 늘려야 해. 그게 다 얼만데." 그러면 저는 다시 말합니다. "여보 그런데 요즘은 정부 지원금도 빵빵해서 영유아 때는 나름 괜찮아." 남편은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어차피 그거 들어오는 것보다 한 명 더 낳아서 쓰는 게 더 많아."



아이들에게도 저는 "우리 집에 아가 있으면 어떨 것 같아?" 물어보면 아이들이 좋다고 얼른 아기 낳으라고 성화입니다. 그러면 남편이 찬물을 끼얹습니다. "너네가 쌓은 블록이랑 자동차 아가가 망가뜨려도 괜찮아?" 그때부터 아이들의 동공지진. 결국 아가는 장난감 망가뜨려서 안된다고 아이들도 고개를 절레절레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남편 반응이 워낙 철옹성이라 제 인생에 아마 셋째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녀 계획에 있어서도 부부간의 합의가 우선이니까요. 그래도 동네에 셋 있는 집들 모습을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요. 그렇게 다복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아, 물론 힘든 점도 무척 많겠지요. 셋 있는 짐들의 힘듦이 그려집니다.)



아무튼, 아이 셋 키우는 집들 정말 존경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라클모닝? 수라클모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