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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Oct 09. 2024

올해도 떨어졌습니다.

202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준비지원금

*2022년 창작준비지원금을 신청했었는데 미선정 되었습니다. 당시 참 속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또 담담해 지네요. 당시의 소회를 담은 글입니다. 


지난 27일(금),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진행하는 <2022년 상반기 창작준비지원금>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이번에도 난 선정이 되지 않았다. 선정자보다 소득이 많다는 이유였다. 2020년 하반기 창작준비지원금을 신청할 땐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고 소득인정액도 기준 초과로 아예 창작지원금 신청 대상이 안되었다. 2020, 2021년엔 소득이 줄어서 올 상반기에 진행하는 창작지원금은 선정되리라 기대했는데 또 선정이 되지 않았다. 지난번에 탈락되었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엔 정말 속상하다.



가난을 줄 세워서 주는 지원금


예술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은 어떤 의미일까? 그 지원금에서 제외 되었다는 사실은 문학 공모전에서 떨어지는 거와는 그 상심의 정도가 비교 안될 정도로 크다. 문학 공모전이야 한두 작품 뽑고 선자에 의해 우수한 작품이 뽑힌다. 아쉽지만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창작지원금처럼 작품이 아닌 예술가들이 자신의 가난을 증빙해서 더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방식에서 마저 떨어지는 것은 그 상심이 더욱 크다. 소득 인정액이 많아 창작지원금에 선정은 되지 않았지만, 선정되신 분 보다 덜 가난하니 그걸로 위안을 받아야 하는가. 


이 나라의 가난한 예술가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에 공지된 창작지원금 선정 결과를 보니 총 21,870명이 신청해서 2020년 소득 인정액 기준으로 11,798명이 선정되었다. 선정되신 분들은 진심 축하드리고 탈락한 입장에서 많이 부럽다. 당초 대상자를 9,000명에서 대폭 늘렸는데도 해당이 되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예술하는 사람들이 참 가난하구나.  


창작지원금 선정 여부를 떠나 그동안 경험했던 <예술인 복지재단> 업무 방식이나 일처리는 상당히 유감이다. 지원 관련 문의사항이 있어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된다. 겨우 통화가 되어도 상담하는 분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안내를 들을 수 없었다. 특히 지원금 공지가 되고 나면 통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미선정자들을 위한 배려


지원금 대상자 공지 방식도 미선정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 신청 인원이 많음을 감안해도 그렇다. 어제 2시 30분쯤 지원금 선정자 공지를 문자로 받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데 접속자가 많은 때문인지 창작준비 시스템에 로그인이 되지 않아서 여섯 시간 넘게 애태우며 모니터 앞에 있었다. 차라리 선정 여부를 문자로 공지했으면 속은 상하겠지만 여섯 시간이나 모니터 앞에서 애태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 심정도 좀 헤아렸으면 한다 


예술인복지재단 홈페이지에 방문객들을 위한 소통 공간이 없다. 홈페이지 방문객들이 글을 쓰거나 의견을 제시할 게시판이 없다. 문의사항은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 1:1 문의하기로 하라지만 재단이나 문학 이슈가 생길 때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소통 창구가 없으니 답답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었는데 매번 희망고문이다. 예술활동 증명을 왜 했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기대하지 않았으면 상처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엔 지원금 신청 서류나 절차도 간소화하고 여러모로 노력을 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 예술인 복지 재단 관계자들이 좀 더 세심한 지원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


또한 문화관광부 산하 단체인 <대한민국예술원> 종신 회원들에게 묻고 싶다. 예술원 종신 회원 백 명에게 월 18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한다고 한다. 대충 계산해도 회원들에게 일 년간 수당으로 지급하는 금액이 21억이 넘는다. 예술원 회원 대부분이 교수 출신이다. 사학연금을 받으면서 수당까지 받는다. 너무하지 않는가? 젊은 작가들이 요구하듯 외국처럼 무보수 명예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정말 치사해서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요. 진짜 너무들 하는 거 같아요. … 거기 계신 어른들 대부분 대학교수 출신이잖아요? (…)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해서 매달 300만 원, 400만 원 사학연금 받으시는 분들이 예술원 회원이 돼서 거기에 또 매달 180만 원씩 더 받아가시는 거예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소설가 A (남, 49세)-

-세계일보, '끼리끼리' 회원 선출·月 180만 원 종신 수당… 대한민국예술원 개혁 요구 봇물 [이슈 속으로]-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에게 삼백만 원이라는 창작지원금은 단순한 지원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에겐 첫 시집이나 소설집을 낼 씨앗이고 가수나 연극배우들에게 음반이나 공연을 할 디딤돌이다. 지원금을 받으면 그동안 발표했던 소설을 모아 첫 창작집을 낼 생각이었다. 다시 기약 없는 내일로 미뤄졌다. 관계자들이 세심한 정책을 세우고 대한미국 예술원 회원 같은 원로들이 특권을 내려놓고 후배 예술가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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