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푸른학교는 아이들에게 1인 1악기를 가르친다. 풍물, 오카리나, 통기타, 연극, 댄스, 뮤지컬등 악기나 예술활동을 가르친다. 신흥동은 매주 금요일 오케스트라 수업을 한다. 거금을 들여서 악기를 구입하고 수업을 한지도 벌써 4년이 되었다. 아이들은 첼로,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을 배운다.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학부모와 후원인들 앞에서 발표회를 한다.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곡은 '헝가리 춤곡'이다. 오케스트라 수업에 관해선 참 할 말이 많다. 아이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자면. 음악 수업은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과목 중 하나다. 특히 인내와 끈기, 하모니가 필요한 오케스트라 수업은 담당 선생님들에게 무덤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오케스트라 수업은 아무나 가르칠 수도 없기에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을 모시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학생들을 달래 가며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센터의 선생님과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수업을 정말 부러워한다.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있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정말 노력도 많이하고 시간이 지나면 실력도 많이 는다. 그렇지만 금요일 오케스트라 수업을 할 때면 열심히 하는 아이들보단 싫어하는 아이들이 항상 눈에 띈다. 다른 센터의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수업을 하고 싶어도 못한 다는 소리 만날 해봤자 아이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지난주 오케스트라 수업 시간엔 정말 아이들이 너무했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수업이 시작한 지 삼십 분이 지났지만 거의 수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선생님도 무척 힘들어 보였다. 멀리 이천에서 오신다. 강사비도 기름값 정도 밖에 못드린다. 올 초에 그만두시겠다는 걸 겨우 붙잡고 있는데. 고심 끝에 지난주는 수업 대신 애원/잔소리를 아주 길게 했다. 악기를 내려놓고 아이들을 벽에 세워 놓고서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애원/간청/협박?/잔소리를 했다. 오케스트라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를 하셨다.
"이렇게 싫어하는 데 계속 이 수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
"......"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단지 돈만 바라보고 있다면 지금까지 너희들이랑 같이 생활하고 계실까?"
아이들은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연신 키득거렸다.
"나도 한마디만 할게."
그때 며칠 후면 출산 휴가 들어가실 ㅂ선생님이 한마디 하셨다. ㅂ선생님은 그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쌓였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선생님이 지난 아홉 달 동안 너희들이랑 같이 생활했는데 물론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었어. 이제 며칠 후면 너희들이랑 헤어질 텐데 근데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너희들은 정말 버릇이 없을 때가 많아."
ㅂ선생님이 눈물을 보이자 여학생들 몇 명이 표정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키득 거리던 아이들도 웃음을 거두었다. 잠시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이제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다. 종례를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 시간이 너희들이 밉거나 싫어서 만든 상황은 아니라고. 너희들은 선생님들의 진정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
"다음 주도 이런 식으로 할거야?"
"아니오!"
"열심히 할 거야?"
"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의 저 대답이 얼마나 유효기간이 짧은 가를. 하루만, 아니 센터를 나가고 나면 방금 선생님들이 했던 수업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잊어버리고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할 것임을. 다만 이 시간 선생님들이 당부했던 것들의 십 분의 일만이라도 기억하기를. 그리고 다음 수업부터는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임해주기를.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을 졸업하고 일 년 혹은 몇 년이 더 지나서 그때 열심히 오케스트라 배울걸 그랬어요, 라는 소리를 하지 않도록.
2011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