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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민 Nov 16. 2022

샌프란시스코의 민낯, 치안과 홈리스

[미국 교환학생/거리에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피로사회, 한병철>


어디를 가든지 찾아보는 건 "치안"이었다. 낯선 국가에서 위험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느낀 샌프란시스코의 치안은 몇 구역을 빼곤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은 "텐더로인", "미션 스트리트의 몇 구역", 그리고 바트(Bart, 지하철)이었다. 특히 밤에 몇 구역은 길을 걷기 무서워서 항상 우버를 타야 할 정도였다. 한 블록 차이여도 경계가 뚜렷했다.

san francisco, 텐더로인에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를 걷는다. 파웰 스트리트는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도시의 중심 그 자체다.

'구찌 루이뷔통 샤넬 프라다'

눈길을 사로잡는 명품들이 즐비해있다. 그런데 한 블록을 벗어나자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WHO AM I! WHO AM I!(내가 누구인가!)"

텐더로인이다. 신발이 벗겨진 채로 한자리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지르는 노인이 먼저 보인다.

그 옆에서는 총체적인 난국을 겪은 듯한 머리카락을 긁는 사람,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신발이 벗겨진 채로 땅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한다. 누군가가 남긴 음식들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충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난 노숙자들


의식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거의 형태는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150년 전부터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대공황이라는 이름은 빈곤, 기아, 노숙자라는 전염병에 불을 지폈다. 불에 물을 끼얹듯이 뉴딜정책을 펼치자 불은 잠시 사그라드는 듯했다.


하지만 경제가 악화되자 또다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집을 잃었다.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해야 기업이 살아남았다. 국가는 맥키니-벤토 노숙자 지원법을 제정하면서 노숙자 쉼터, 지원 서비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고 양극화는 선명해졌다. 마치 머리가 아프다는 독감 환자에게 증상만 보고 두통약을 주는 처방 같았다.


그 후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 내 압력, 재개발, 철거된 공공주택들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이유


미국에서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집단 노숙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혼란", "사회 안전망 감소", "주택 정책 실패", 대량 투옥", "가족 불안정", "정신 건강" 등을 포함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실직(26%), 술/약물 사용(18%), 퇴거(13%)로 조사되었다. 강력한 경제 성장으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지만 새로운 주택 건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제한하면서 일명 주택난을 초래했고 집값이 수직 상승했다.


4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추가되었지만 새로운 주택은 6만 채에 불과했다. 최저 임금 노동자는 4.7개의 정규직으로 일할 때 2개의 침실이 있는 아파트 임대하는데 수입의 30% 미만을 쓸 수 있다. 또한 높은 수준의 술과 약물 사용의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올해 약 2만 명이 노숙을 경험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미션 스트리트


즉,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돈이다.

저임금 일자리로는 직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경제가 어려워질 땐 이러한 일자리들도 쉽게 잃게 된다. 대공황 때 몇몇은 버티지 못했다. 임금이 정체되고 복지 개혁 자금이 삭감되면서 사회 안전망이 사라졌고 무주택자가 늘었다.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들을 중산층 이상 계층들로 대체했다. 살던 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적당한 가격의 주거형태를 찾기 어려워졌다.


두 번째는 복잡한 정책이다.

엄격한 구역 규정으로 새로운 주택 짓기를 막았다. 크기, 용도 등의 제한으로 인구 증가에 따라 필요한 주택의 절반에 대해서만 건축 허가를 내주었다. 자본주의에 따라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가지며 토지 이용 정책을 활용했지만 경제적 약자와 소수 인구는 살 곳을 찾지 못했다.


세 번째는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등의 개인적인 원인이다.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텐더로인 거리를 지나면 수많은 홈리스들이 길거리에서 대마초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을 하면서 노숙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노력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 지원, 보호소 지원, 헬스 케어 지원, 약물 중독 센터 지원 등의 많은 예산으로 홈리스들을 돕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법은 노숙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생계를 꾸려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할 의지가 없는 노숙자들의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이 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늘어나는 노숙자들이 길거리에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의 많은 도시들은 노숙자들이 무료로 버스를 타게 했다. 미국 본토에서 많은 노숙자들은 높은 생활비로 빈곤에 허덕이면서 끊임없이 미국 안에서 방랑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포도밭이었네.”
윤주가 말했다. 시커멓게 죽은 가지가 비석처럼 꽂힌 파이프 지지대를 감싸 안고 있었다.
“다 죽었어.”
수영이 가지에 여태 매달린 마른 포도알을 만지작거렸다.
“건포도가 다 됐네.”
내가 말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수분이 다 빠져나간 채 시커멓게 쪼그라든 포도송이가 종종 눈에 띄었다.
뼈처럼 말라버린 포도알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는 수영과 윤주를 두고 나는 마른 잎을 밟으며 끝까지 걸어가 봤다. 죽어가면서도 햇빛을 받은 탓인지 마른 가지와 나뭇잎에서 희미하게 포도의 단내가 났다. 휴게실도 없어 비좁은 탈의실 소파에서 겨우 숨을 고르던 한오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봤을까. 길쭉한 철제 캐비닛이 보였겠지.

-<포도밭 묘지>, 편혜영


한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노숙자가 2016년보다는 줄어든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숫자로만 판단하고 무시할 수 없다. 포도밭에 포도가 매달린 유무가 중요한 것도, 숫자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포도밭의 포도들이 수분이 다 빠져나간 채로 쪼그라져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가파르게 오르는 주택 가격과 낮은 실질 임금.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2021년에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숙자들의 노숙 사유는 실직이 42.4%, 사업 실패 17.5% 등으로 경제적 원인이 가장 많았다. 미국 대도시에 노숙자들이 몰린 것처럼 한국도 서울에 노숙자 74.6%가 거주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문제를 직접 보고 접하면서 한국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 구천 명의 노숙자들이 한국 사회에도 존재했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달라진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니 이러한 현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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