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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민 Nov 29. 2022

미국에서의 홈파티

[미국 교환학생 / 홈파티 문화]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기숙사, 자취방 등에서 다 같이 모여서 영화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파티를 즐겼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이러한 집 중심의 파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홈파티 문화가 활발하게 된 이유


1. 20세기에 시행된 금주법

20세기에 미국은 금주법을 시행했다. 이는 1920부터 1933년까지 알코올의 제조, 판매, 운반이 금지된 법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금주법은 예외가 있었다. 가택에서의 소유와 음주는 가능했던 것이다.


2.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지 않는 펍, 그리고 금전적인 부담

한국처럼 새벽 늦게까지 운영하는 술집이 많지 않다. 미국은 만 21세부터 술을 구매할 수 있는데, 술의 가격은 저렴하지만 세금과 팁 문화로 인해 펍에서 술을 마실 경우 금전적인 부담이 커진다.


3. 밖에서 음주 불가

한국에서는 한강이나 공원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주류점에서 술을 구매하여 집 안에서 술을 마시면서 파티를 많이 하게 되었다. 반면 한국은 1월 1일이면 모두가 20살이 되는 나이 계산법에 따라 음주가 가능하다. 많은 술집들이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며 밖에서도 음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홈파티


미국 집의 조명들은 대체로 은은하고 어두운 편이다. 천장등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서 조명을 따로 사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바닥은 카펫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모두 신발을 신고 실내를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이러한 미국 현지 상황을 미리 알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일어나서 춤을 춰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의 홈파티]

처음  홈파티는 들어서자마자 파티 조명과 노래가 가득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친구들, 책상 위에 컵들을 놓고 공을 던져서 넣는 배틀을 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  다양하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금세 다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들도 배울  있었다.

"올라! 할로우! 봉수와흐! 곰방와! 니하오!"

일종의 트렌드처럼 "인스타그램 맞팔"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성행했다. 이러한 홈파티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주는 음식을 다 받아서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약이 합법화된 곳이기 때문에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일명 "예열"문화가 있어서 클럽이나 술집 가기 전에 집에서 미리 취해서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잦았다. 유럽권, 남미권, 아시아권 등 다양한 문화권이 섞인 파티가 종종 열렸다.


[다 같이 둘러앉아 즐기는 분위기의 홈파티]

 전형화된 "홈파티" 이미지가 있는  아닌  같다.  집에 모여서  같이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언어교환을 하기도 했다. 또한  나라의 음식을 요리해주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어떤 친구 집에는 노래방 기기가 있어서 하우스 노래방을 즐겼다. 한국은 유행하지 않지만 여기서도 틱톡은 유행하는 편이라서 동영상을 찍는 친구들도 가끔 있는 편이다. 또한  국가의 게임들을 알려주고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이미 케이팝, 한국 드라마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었고, 심지어 랜덤게임도 알고 있어 신기했다. 다양한 국가의 카드게임들, 술들, 언어들, 문화들을 모두 배울  있는 공간은 ""이었다.


"OO's favorite random game~ What's game~ Game start!"
(OO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무슨 게임~ 게임 스타트!)


[종강을 맞이하면서 하는 파티]

포트럭이란 초대된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하나씩 가져와서 나눠먹는 파티를 말한다. 한국에는 배달음식이 발달된 이유인지 이러한 포트럭 파티가 거의 없었던  같다. 종강 , 다양한 수업  친구들 사이에서 포트럭 파티를 진행했다. 축구 수업에서 포트럭으로 샴페인을 먹은  축구를 했던 경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국 친구들과 포트럭 파티로 먹고 즐기면서 교환학생 생활을 회고했다. 교환 후의 여행 얘기로  다른 시작에 대한 설렘도 나누고 한국에서  약속도 잡으며 미래를 계획하기도 한다.


작별 파티(farewell)는 졸업하는 일본 친구가 준비해주었다. 드레스코드는 흰 티-청바지로 정했다. 도착하자마자 스티커로 얼굴을 꾸미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마신다. 컵으로 바둑 놀이를 하는 등 컵과 카드를 이용한 다양한 게임을 즐겼다. 갑자기 화면에서 작별 노래와 함께 한 학기의 추억 사진과 영상들이 나온다. 수 십 명이 옹기종기 앉아 친구가 준비한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교환학생 생활이 끝났다는 것을 실감한 작별 파티도 홈파티로 진행되었다.

POTLUCK: 초대된 사람들이 각자 음식을 하나씩 가져와서 나눠먹는 파티
FAREWELL PARTY



문화교류가 가장 많이 되었던 건, 요리해주기!


서로의 문화를 잘 알게 해 주고, 친밀하게 해 줬던 것은 "음식"이었다. 함께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경험도 좋았지만 직접 요리를 해주는 것은 또 색다르게 다가왔다. 확실하게 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였다.


첫 번째 음식은 "떡볶이"이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다. 떡볶이를 같이 만들어 먹으면 그들도 "고추장", "떡", "어묵" 등의 재료들과 만드는 과정에 익숙해질 수 있다. 간단한 한국어나 한국 드라마 이야기 등을 하면서 한국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짜파게티를 할 때는 "영화 기생충 봤어?"라고 묻기도 하는 등 다른 한국 작품과 연관시켰다. 한국의 또 다른 음식들에 대한 소개를 하는 일이 늘어나자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한국 음식"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다.


'떡볶이 비빔밥 삼겹살 한국식 치킨 삼계탕 국밥 김밥 불고기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치볶음밥 떡국 감자탕 곱창 빈대떡 순대 간장게장 닭발 김치전 등'


"원투 원투 쓰리 포(밀가루-계란물-밀가루-계란물-튀김옷-퐁당)"

카레를 푹 삶고 돈가스를 위의 박자에 맞춰서 튀긴다. 손은 밀가루 범벅이 되어서 닭발 같아졌다. 음식을 만드는 내내 일본과 미국 친구들에게 일본어나 슬랭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노래를 번갈아가면서 고른다. 2시간에 걸쳐 돈가스 카레를 조리했고 맛은 부드럽고 맛있었다.

다른 어떤 친구는 부모님이 타코야끼 가게를 운영하셨다고 했다. 아시아 친구들이 모두 모여 타코야끼와 오꼬노미야끼를 만들어 먹는다. 여기에 개인의 기호에 맞춰서 김치, 오징어, 치즈를 넣고는 타코야끼를 뒤집는다. 타코야끼나 오코노미야끼를 만드는 모든 과정과 재료를 알 수 있었고, 일본의 문화를 알 수도 있었다.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 해주기: 떡볶이 파티
일본 언어 교환 친구들과 만들어 먹는 돈가스 카레
아시아 출신 친구들과 만들어 먹는 타코야끼


이외에도 간단하게 크레페를 만들어 먹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많은 홈파티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 언어를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서 친해질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스몰토크에도 익숙해졌다. 또한 다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들을 배우고 나니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게 되었다. 모르던 나라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아가는 기회였고 알던 국가의 새로운 면모도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홈파티에서도 정말 많은 경험들을 얻어간 것 같다.



경험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모든 사람은 다르고 각기 다양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꼭 정해진 길은 없었다. 한국에서는 "조급함"과 함께 나 자신을 돌아보기보단 채찍질하면서 스펙 쌓기에 급급했다. 누구보다 빨리 무언가를 성취하고 졸업해서 취업하는 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여러 국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무엇을 위해서 빨리 하려고만 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나를 위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삶들을 경청하고 곱씹어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심할 수 있는 한 학기가 되었다. 교환학생 생활이 하나의 변환점이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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