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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Feb 04. 2023

생명의 기원

신 그리고 과학 3

해당 글은 원고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정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이제 우리는 우주라는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넘어간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생명의 시작을 설명할 때 반드시 신학적이거나 영적인 무언가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이론을 시작으로 생명체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 없이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이유로 찰스 다윈이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신을 사살했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지금,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차드 도킨스의 뒤를 이어 많은 사람들이 무신론적 진화론을 견고한 이론이자 상식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 이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창조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물론 최대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진화론적 측면에서 생명의 기원을 말할 때에 가장 잘 활용되는 분야는 ‘화학진화’이다. 이는 말 그대로 과거 원시지구에 한 생명체가 부모의 존재 없이 화학반응만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두는 학문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 있던 과학자가 바로 스탠리 밀러이다. 1953년, 대학원생이었던 그는 한 실험을 고안해낸다. 투명 플라스크 안에 원시 지구에 있었을 것이라 예상되는 무기물 - 메탄, 암모니아, 물, 수소- 을 넣고 오로지 화학반응만을 이용해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실험이었다. 아미노산은 모든 생명체의 가장 기초가 되는 레고블록이라 생각하면 된다. 놀랍게도 실험은 성공으로 끝나게 되면서 세상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 실험이야말로 다른 생명체 없이 오로지 자연환경만을 통해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라고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에는 중대한 허점이 있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암모니아와 메탄과 수소를 사용했지만, 지구의 초기 환경이 이 기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입증될 수 없다. 그가 위 세 가지의 기체를 사용한 이유는 그저 물리 화학에 기초한 이론에 유리한 화학 반응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스탠리 밀러는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미리 부당한 근거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따라서, 밀러의 실험에 담긴 과학적 의미는 현재 전무하다. 그러므로 그의 실험을 소개하는 교과서들은 그것이 역사적으로 흥미롭기는 해도 실제 생명이 생성된 경위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지적할 필요가 있다.


    설령 아미노산이 화학 작용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다윈을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은 생명체의 시작인 단세포 유기체가 꽤 간단한 것이라고 여겨 왔지만, 그것의 구성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단세포 유기체를 첨단 공장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그 안에는 인공 언어와 암호 해독 시스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하는 중앙 기억 장치, 구성 부품의 자동 조립을 관할하는 정밀 통제 시스템, 오류를 막아 주는 교정 및 품질 관리 메커니즘, 사전 조립 원리와 모듈 방식을 사용하는 조립 시스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유기체가 자체 복제할 수 있는 복제 시스템 등이 완비되어 있다. 이 첨단 공장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의 아버지인 리차드 도킨스가 “어쩌다가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자기복제자(replicator)”이다. 


    물론 아주 오랜 세월에 걸친 발달과 진화를 통해 지금의 단세포 유기체와 같이 복잡한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최초로 만들어진 세포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만들기 쉬웠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달되지 않은 아주 단순한 상태의 살아 있는 유기체가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조금 복잡할 수 있지만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의 생물학 수업으로 잠시 돌아가 보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블록은 아미노산이다. 이 아미노산에는 총 80가지의 종류가 있고, 그 80개의 아미노산 중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발견되는 것은 단 20가지다. 즉, 살아있는 유기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20가지의 꼭 필요한 것들끼리 올바른 순서대로 결합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우주에는 아미노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탠리 밀러의 실험을 살펴보면, 그의 실험 끝에 만들어진 것들 중 아미노산이 함유된 것은 불과 2%에 지나지 않는는다. 즉, 가장 이상적인 환경에서도 아미노산끼리의 결합을 망칠 수 있는 화학 물질들이 그 안에 넘쳐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겨운 환경을 극복해서 20개의 아미노산들끼리 결합되는 과정을 생물학에서는 팹티드 결합(Peptide Bond)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생명의 탄생을 위한 첫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생명을 만들기 위한 두번째 단계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백질(protein)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것인데, 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략 100여 개의 아미노산이 정확한 방식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물론, 단백질 분자 하나를 만들었다고 해서 세포가 완성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단백질은 세포의 일부 기능을 담당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기능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느냐에 따라서 세분화된다. 그런 이유때문에, 살아 있는 세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략 200여 개 정도의 단백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만큼의 과정 정도는 거쳐야, 우리가 쉽게 만들 수 있다 생각했던 단세포의 윤곽이 조금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앞서 말했듯이 아미노산이 어떤 순서로 결합되느냐에 따라서 단백질의 기능이 정해지고 또 그 종류는 너무나도 다양한데, 이 모든 생성을 결정짓는 설계도가 바로 DNA다. 우리에게는 이 설계도가 있기 때문에, 이전에 설명한 모든 복잡한 과정이 몸 안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설계도’라는 개념은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영어에 26개의 알파벳이 있듯이 DNA에도 네 가지 화학 알파벳이 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알파벳이 다양한 순서로 조합되어 단어와 문장과 문단을 만든다. 정말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암호화해둔 설계도인 것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초등 과정이라면 DNA를 만드는 것은 고등 수준 그 이상이라 볼 수 있다. 독일 마인츠 생화학 연구소의 클라우스 도즈(Klaus Dose)는 DNA와 RNA를 합성하는 일이 “현재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다고 시인했다. 한때 무신론자들의 영웅이라 불리던 영국의 철학자 앤서니 플루(Antony Flew)는 그의 노년에 갑작스래 신의 옹호자로 돌변해서  『존재하는 신 (There is a GOD)』을 저술했는데, 그 책에서 그는 “생명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믿을 수 없이 복잡한 DNA 배열을 최초로 설계하려면 반드시 어떤 지성의 개입을 전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모든 복잡함에 대한 리차드 도킨스의 해결책은 또 다시 ‘우연’이었다. 원시지구의 따뜻한 연못 속에서 화학물질이 반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만 주어진다면 언젠가는 생명체 - 그것도 자기복제가 가능한 생명체- 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유기체 하나가 우연히 조립될 확률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본 사람들은 이 ‘우연’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환경으로 가정해보겠다. 우주에 있는 모든 탄소를 모아 지구 표면에 놓고 가능한 한 최고 속도로 화학 작용을 일으키게 해 10억 년쯤 놓아 두었을 때, 그곳에서 기능성 단백질 분자 하나가 생겨날 확률은 10의 61제곱분의 1이다. 10의61제곱분의 1. 이 확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확률이냐하면, 동전 하나를 튕겼을때 그 동전이 앞면도 아니고 뒷면도 아닌 옆면으로 서 있을 확률이 약 6000분의 1인데, 나의 계산이 맞다면 10의 61제곱분의 1이라는 확률은 동전 하나도 아닌 무려 16개의 동전을 튕겼을 때, 그것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옆면 모서리로 서 있을 확률과 비슷하다. 


    마이클 베히는 이 확률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어떤 사람이 거대한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서 눈가리개를 쓰고 특별한 표시를 해 놓은 모래 알갱이 하나를 찾는데,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찾아내는 확률과 같다.” 이는 결국 확률적으로 제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의 웬만한 현대 과학자들은 더 이상 이 ‘우연’이라는 단어를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생명의 탄생이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화학적 친화 이론, 자기 배열 성향 이론, 해저 열수구 이론 등의 다양한 이론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다지 결정적이라고 느껴지는 이론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22년 5월, Sy Garte라는 한 생화학 교수가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현대 과학자들의 생명의 기원에 대한 주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 분야에 있는 과학자가  아니라면 많은 부분들이 설명된다고 말하겠죠.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요. 유성이 이렇고 아미노산이 저렇고 해서 초기 지구에서 형성됐을 거고, 뉴클레오타이드가 서로 결합해 긴 고분자 유기물을 만들어냈다는 등 그런 식으로 말을 하겠지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긴 고분자보다는 짧은 고분자가 만들어질 확률이 더 놓고, 자기 복제가 이루어지기보다는 잘못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이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허탈한 상태인 것 같아요. 거의 발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몇몇 문제들은 더 커져만 가는데 말이죠.”

    ‘생명의 기원’이라는 주제는 진화론에게 있어서 아칼레스건 같은 존재이다. 현재로서는 이 주제에 대한 완벽한 자연적인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신을 믿지 않기로 결심한 이들은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물리적 법칙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며, 미래에는 그 법칙들을 통해 더 확실한 사실들이 발견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그들의 추상적인 기대에 불과하다. 그들은 죽어 있는 화학 물질이 외부의 유도 없이 자연 과정을 통해 한없이 복잡한 생명체로 바뀔 수 있다고 믿지만, 미생물학자 마이클 덴턴의 말처럼 이는 우리 시대의 우주 기원에 관한 커다란 신화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쩌면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생명이 자연적으로 생성됐다고 믿는 것은 이성적인 설계자가 있다고 추론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믿음을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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