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Jan 09. 2024

아기와 해외여행, 기억도 못할텐데 뭣하러 다녀왔냐고요?




돌 아기와 해외여행,

기억도 못할텐데 뭣하러 다녀왔냐고요?

출국 이틀 전 소아과에 비상약을 처방받으러 갔다.

선생님께 여행을 할 예정이라 코감기, 기침, 설사 등의 약을 처방받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디로 가세요?”

“로마에서 두 달 보내려고요.”

“좋겠다. 근데 지금 가면 아기는 기억도 못 할 텐데요.”

​​

소아과 선생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기가 기억도 못 할 텐데 힘들게 뭐 하러 가냐고.

가서 아프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좀 더 크고 나서 가는 게 낫지 않냐고.

아빠엄마의 욕심이 아니냐고.

우리 부부 생각은 달랐다.

콜로세움이나 판테온을 기억하길 바라지않았다.

‘아빠엄마와 다르게 생긴(인종) 사람들이 있구나.’

‘아빠엄마가 쓰는 말(모국어) 외에 다른 말도 있구나’

여행 후에 아이가 이정도만 느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밤솔이 좋아하는 책이 있다.​

왼편에는 커다랗게 명화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 버튼을 누르면 클래식과 함께

명화에 관련된 멘트가 나온다.

세 권의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루브르 박물관’ 의 첫 페이지인 ‘모나리자‘.

로마에서 한 달쯤 지났을까.

박물관 입구 옆에 커다란 모나리자 그림이 있었다.

남편의 키를 훌쩍 넘는 사이즈의 프린트였는데,

유모차를 그 앞에 세우자마자,

밤솔은 꺄르륵 웃으며 재잘재잘 떠들었다(옹알).

​우린 이 날 이후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고작 한 살이 지난 아기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이 여행이 무의미했을까.

아니다. 분명 어딘가에 남았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아, 진짜 인생 저렇게 살아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