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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찬 Apr 10. 2021

천재 마케터 라이언 레이놀즈, 사탄 유니버스를 만들다

사탄이 민트 모바일을 부수려고 한다!

민트 모바일(Mint Mobile)은 무선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통신 회사다. 우리에겐 데드풀로 친숙한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가 지분 투자를 통해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경쟁사 대비 저렴한 비용에 뛰어난 통신 품질을 무기로 영역을 넒혀온 민트모바일은 라이언종횡무진 활약 아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사탄이 등장하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공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민트모바일(Mint Mobile) / 출처 : mintmobile.com



연기자? 마케터? 사업가? - 라이언 레이놀즈


라이언 레이놀즈는 천부적인 사업가이자 마케터다. 지난 2018년엔 미국 드라이진 브랜드 '에비에이션 아메리칸 진(Aviation American Gin)'의 지분을 인수하며 브랜드 공동 소유주이자 홍보대사로 등극했다. 그는 자신의 명성과 감각을 활용한 참신한 광고로 소비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합류와 함께 에비에이션 진은 미국 슈퍼 프리미엄 진 부문 2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2020년, 조니워커, 기네스, 스미토프 등을 소유한 글로벌 프리미엄 주류 회사 '디아지오(Diageo)'는 7,200억 원이라는 거액에 에비에이션 진을 인수했다. 라이언은 대주주 자리에선 물러났지만 브랜드 엠베서더로 여전히 활약중이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에비에이션 진


이슈를 훔친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슈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낸다. 2019년, 미국 피트니스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펠로톤(Peloton)의 광고 논란을 하이재킹 한 것이 대표적이다.


펠로톤을 둘러싼 논란은 당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내보낸 광고에서 시작되었다. 영상 속 여주인공은 남편이 선물한 펠로톤 자전거를 보고 한없이 기뻐한다. 펠로톤으로 운동하며 일상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일부 여성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모든 여성이 광고 속 여성처럼 마른 사람이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남편에게 자전거를 선물 받아야 할 만큼 나약하지 않다. 스스로 자전거를 살 수 있다." 등. 젠더 주체성을 주장하거나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미(美)에 대한 거부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모니카 루이즈(Monica Ruiz)는 불똥 튀듯 뭇매를 맞았다.


New Peloton Bike Ad Receives Major Blacklash | Tamron Hall Show


한창 논란이 일고 있을 무렵, 라이언 레이놀즈는 모니카를 섭외했다. 새 광고 속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에비에이션 진을 마신다. "이 Gin은 정말 부드럽네."라는 모니카의 말에, 친구들은 "맞아!", "여기는 안전해(You are safe here)"라고 답한다. 악플로부터 고통받았을 배우의 마음을 에비에이션 진으로 위로하는 모습이다.


<The Gift That Doesn't Give Back>이라는 제목의 광고 영상은 라이언 레이놀즈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만 730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각종 언론과 토크쇼로 유명세를 이어갔다.




민트 모바일과 사탄 유니버스


4월 초, 라이언 레이놀즈와 민트 모바일은 사탄(Satan)을 활용한 새로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Match Satan finds his dream job>란 제목의 광고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사탄은 빅와이어리스(가상의 모바일 서비스 기업)라는 기업에 입사했다. 빅와이어리스는 고객 몰래 요금을 올린다거나 임의로 계약을 연장하는 행위를 일삼는 거대 악질 기업이다. '고객 실망시키기(Customer Frustration)' 부서장 섀넌은 그가 고객을 괴롭히는데 매우 유능하다며 칭찬한다.


사탄은 경쟁사인 민트 모바일을 공격하기 위한 전략 PPT를 발표한다. 그는 민트 모바일이 월 단돈 15불에 프리미엄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음을 경고했다. 사탄은 고객 통신료를 인상해 돈을 모으고, 민트모바일을 공격하는 광고 캠페인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Match Satan finds his Dream Job | Mint Mobile


민트 모바일 광고 영상이 있기 전부터 사탄을 향한 라이언 레이놀즈는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2020년 12월, '매치(Match, 미국 데이팅 앱 서비스)'의 광고 제작을 지휘하며 처음 사탄 캐릭터를 사용했다.


<Match Made In Hell>이란 제목의 광고 영상은 지옥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내던 사탄이 매치 앱을 통해 '2020년'이란 이름의 여성과 데이트하는 내용을 그린다. 그들은 교회 앞에서 불을 지르고 사진을 찍는다거나,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등 즐겁게 데이트를 즐긴다.


이 스토리는 작년 한 해 우리를 감금했던 코로나 펜데믹을 비꼬는 내용이다. 길거리에 인적이 없어진 2020년, 지옥의 왕 사탄과 지옥과 같은 현실인 2020년이 데이팅 앱인 Match를 통해 만나는 것이다. 코로나로 억눌린 싱글들의 욕구를 투영하면서도, 사탄(지옥)과 2020(지옥)이 만남으로써 나와 꼭 맞는 사람을 추천해준다는 앱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광고는 소셜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바이럴을 타며 큰 인기를 누렸다.


Match Made in Hell | Match.com


'매치' 앱으로 사랑을 만났던 사탄은 악질 기업 '빅와이어리스'에 입사하며 커리어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저렴하면서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트모바일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이러한 크로스오버 연출은 근래 자주 시도되는 방식이긴 하지만, 한 캐릭터가 소유주가 다른 두 회사의 광고에 동시 출현하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인터뷰를 통해 "저만의 MCU(Mephistopheles Commercial Universe, 악마 광고 유니버스)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라고 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차용한 것인데, 메피스토펠레스는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의 이름이다.




사탄은 지금 대세?


사탄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소재 중 하나다. 작년, 미국의 생수 기업 '리퀴드데스(Liquid Death)'는 악마를 활용해 플라스틱병 대신 캔 생수를 마시라는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광고는 지구인들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지옥이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지구인의 갈증을 죽이기 위해 악마가 직접 나섰다는 컨셉이다.


최근엔 나이키 신발 커스텀이 논란이다. 3월 29일,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는 나이키 에어맥스97을 커스텀한 사탄의 운동화(Satan Shoes)를 선보였다. 실제 사람의 피를 넣은 이 운동화는 666켤레 한정에 켤레당 약 100만 원에 판매되었다. 개시 1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나이키는 상표권 침해와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4월 초 법원은 나이키의 손을 들어주며 전량 리콜 조치를 내렸다. (해당 운동화는 현재 이베이 리셀가만 3~4백만 원에 이른다)


래퍼 릴 나스 X와 나이키 사탄 에디션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를 그냥 지나칠리가 없었다. 그는 매치 서비스 광고에 등장시켰던 지옥의 왕 사탄을 민트 모바일의 광고 소재로 활용했다. 그가 사업가로서 어떤 기질을 지녔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유니버스는 미디어와 콘텐츠를 뛰어넘는 '공유된 세계관'을 뜻한다. 아이언맨과 토르, 캡틴아메리카가 '마블 유니버스' 속에서 함께 활약하거나, 고질라와 킹콩이 격돌하는 '몬스터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장르가 엇비슷한 웹툰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


반면 광고(Commercial) 콘텐츠에서 유니버스를 구축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엇비슷한 예로는, 2018년 P&G의 슈퍼볼 광고 <It's Tide Ads>와 TBWA Korea가 제작을 맡은 <광고 유니버스에 같힌 성동일>이 있다. 이들은 익숙한 광고들을 패러디하긴 하지만 하나의 제품만을 다룰뿐, 브랜드끼리 세계관을 공유하진 않는다.


그러나 라이언 레이놀즈의 '사탄'은 다르다. 그는 성격과 서비스가 다른 두 개의 브랜드 광고에 동시에 등장한다. 이것이 사탄 유니버스의 시작이라면, 향후 수많은 브랜드와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탄의 인기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지만, 참신한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트랜디한 소재와 이슈를 활용하는 천부적인 감각의 소유자, 라이언 레이놀즈. 그는 자신만의 사탄 유니버스를 구축함으로써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향후 연기와 사업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할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참고 : Match Made in Hell | Match.com

https://youtu.be/FTn8g406kvc

참고 : The Gift That Doesn't Give Back

https://youtu.be/H2t7lknrK28

참고 : #Match Satan finds his Dream Job | Mint Mobile

https://youtu.be/KI8YfzMrIc8

참고 : Liquid Death - Keep the Underworld Beautiful

https://youtu.be/Hf0ntUMyZLk

참고 : New Peloton Bike Ad Receives Major Blacklash | Tamron Hall Show

https://youtu.be/26YBmHjJqhQ

참고 : I-Hsien Sherwood, "RYAN REYNOLDS BRINGS BACK MATCH.COM'S SATAN IN A CROSSOVER EVENT WITH MINT MOBILE", Ad Age(April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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