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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Feb 22. 2021

새로운 시대가 온다.

THE NEURO GENERATION - 탠 리

1ㅂ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생각대로 물건들이 움직이고, 다른 사람이랑 텔레파시 같은 것을 하면 얼마나 신기할까?" 필자 역시 저런 상상을 많이 해왔고, 많은 관심을 가지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런 상상을 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책, 뉴로제너레이션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뇌 향상 및 증진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대담한 혁신가와 장래를 대비하는 신경과학자를 만나는 자리에 우리를 초대하고, 그들이 개발한 기술로 이미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까지 소개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뇌과학의 활용 사례들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 몇 가지 예시를 알아보자.  


    2017년의 어느 날 호드리구 휘브너 멘데스라는 인물은 브라질의 한 자동차 경주로에서 심호흡을 하고 쨍한 파란색 포뮬러원 레이싱카에 시동을 걸었다. 운전석에 앉아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포효하는 듯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가 그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흥분, 두려움, 호기심이 한데 섞여 샘솟았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고동쳤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그가 속도를 올려 굉음을 내며 트랙을 내달렸다. 첫 번째 급커브를 마주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군.' 그가 레이싱카를 계속 조종할 수 있었을까?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실핀 한쪽 끝처럼 급하게 꺾인 길을 충돌하지 않고 도는 데 성공했다.

그는 뛸 듯이 기뻐하며 계속해서 레이싱카를 조종했고 레이싱 깃발이 펄럭여 경기 종료를 알릴 때까지 트랙을 세 바퀴나 돌았다. 레이싱카를 몰고 싶다고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이 일이 신나는 경험에 불과했겠지만, 멘데스에게는 훨씬 더 특별했다. 사실, 그때 그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일을 끝낸 참이었다. 그는 생각만으로 레이싱카를 몰았다. 당시 마흔다섯 살이던 그는 고작 열여덟 살에 차량 탈취 사건에 휘말려 총을 맞고 팔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사지마비 환자다. 그가 운전한 맞춤 레이싱카에는 페달은커녕 운전대도 없다. 그 대신 생각으로 지시를 내리면 기계가 그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다. 멘데스는 자신의 뇌파를 포착할 뇌파계(EEG) 기술이 적용된 특별한 헬멧을 쓰고 레이싱카를 조종했다.


    마크 폴락은 다섯 살 때 망막이 분리되어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22살에 남아있는 왼쪽 눈 마저 상실해 다시는 앞을 볼 수 없게 된 인물이다. 그의 회고록 <눈먼 뒤 내 삶은 더 빛났다>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 '장애가 있다'는 딱지가 붙을 거라는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삶이 끝난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정의하던 것이 모두 영원히 사라졌고, 나조차 내가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는 거리를 다니는 법, 컴퓨터를 사용하는 법, 시계를 보는 법 등을 다시 배우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그는 22살 이전에 하던 조정 보트로 돌아가 동료들과 영연방 경기 대회에 참여했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거리가 약 249킬로미터인 극한의 마라톤대회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결승선을 통과했다. 또한 텐징-힐러리 마라톤과 사해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한 최초의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그러나 2010년, 폴락은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3층 창문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여 구개골 골절과 허리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부러진 척추뼈 때문에 척수손상을 입어 뇌와 근육 사이의 신호전달이 끊겨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이런 그는 누군가 병원에서 읽으라고 선물해준 책을 읽고 희망을 발견했다. 노먼 도이지가 신경가소성을 주제로 쓴 매우 의미 있는 책인 <기적을 부르는 뇌>에서 그는 뇌가 스스로 치유하고 다시 연결된다는 혁신적인 개념을 접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개념이 신경계 나머지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척수가 스스로 치유되고 다시 연결되어 뇌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런 궁금증을 품고 그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엑소 바이오닉스 본사에 방문하여 회사에서 개발한 로봇 외골격을 착용하고 발을 내디디려 했다. 비록 100퍼센트 로봇 외골격이 제기능을 발휘해서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는 엉덩이를 당기고 무릎을 끌어올려 발을 들었다가 땅에 댈 수 있었다. 폴락은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레지 에스턴 박사와 협업하여 척수를 자극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다리를 움직이는 경지까지 나아가고자 했다. 폴락은 신경 자극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로봇 외골격의 작동 모드를 다양하게 바꾸며 걸을 수 있었고 그 도움 수준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다. 즉 폴락은 생각하는 대로 다리를 움직였다.


    해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은 인생의 진리다. 2013년 <노인질환 의학>에 실린 리뷰에 따르면 기억력, 처리속도, 주의력, 추론 능력이 감퇴하는 것은 모두 노화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이다. 만약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뇌의 노화 과정을 늦출 수 있으면 어떨까? 더 오랫동안 정신건강을 유지하여 어쩌면 치매,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병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인실리코 메디슨의 CEO이자 노인학 연구재단의 최고 과학 관리자인 알렉스 자보론코프는 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딥러닝의 도움을 받아 노화를 나타내는 생체지표에 집중하고 생체 시계를 되돌릴 약물 개발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에 노화를 늦추는 약물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세놀리틱스(Senolytics)를 예시로 들어보자. 세놀리틱스의 경우 나이들은 노화된 세포를 처분하고 쌩쌩한 젊은 세포에게 모든 신체 업무를 맡기게 도와주는 약물이다. 노화된 세포, '좀비 세포'는 심장병, 당뇨와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이라는 해로운 물질을 분비한다. 이로 인해 주변의 세포 역시 좀비 세포로 만들어 노화를 촉진한다. 이는 동물 실험에서 입증되었는데, 젊고 건강한 쥐에 노화 세포를 주입하면 쥐의 신체기능이 위태로워지는 반면 세놀리틱스로 쥐를 치료하면 좀비 세포가 사라지고 신체기능이 원래대로 돌아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이 든 쥐에게 세놀리틱스를 주입했더니 수명이 40퍼센트가 늘었다.

    자보론 코프는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놀리틱스 연구가 굉장히 놀랍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실험용 쥐는 수명이 2년 정도이기에 인간처럼 온갖 손상을 몸속에 쌓아둘 시간이 없다. 즉 쥐에겐 효과가 있더라도 평균 수명이 78.6년인 인간에게 효과가 있을지 확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보론코프는 실험용 쥐를 대체할 '가상 인간'개발에 머신러닝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 그의 연구팀은 혈액부터 시작해서 RNA 전사체와 움직이는 모습을 분석한 데이터를 이용해, 다각도로 노화현상을 추적하여 실험용 가상인간을 만들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실제로 아예 처음부터 인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인간 남성을 만들자. 특정 문제를 가지고 있는 50세 아시아인으로.' 그러면 연구실이 데이터에서 뽑아 제작할 겁니다."

(여담이지만 이 기술로 인해 10년 넘게 걸리던 신약 연구개발 기간을 3년 이하로 획기적으로 줄였고, 코로나 19 신약 개발에도 이 기업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모티브(EMOTIV)의 설립자 및 CEO이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개척자로 꼽히는 탠 리, 그녀의 책인 뉴로제너레이션은 현시대까지 진행되어왔고, 진행하고 있는 많은 뇌와 관련된 사례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준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생각하는 인공지능과 앞으로 인공지능이 향해야 할 방향성, 인공지능과 신경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싶었다. 베트남 난민 출신인 그녀는 앞으로의 기술이 엘리트 계층과 기득권층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그녀의 본고향 사람들마저 누릴 수 있는, 모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까지의 데이터 수집이 선진국의 특정 계층 위주의 수집임을 깨닫고, 아프리카와 후진국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보다 평등한 데이터 수집에 힘쓰고 있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뇌공학과 인간을 위한 기술발전을 위하여 인생을 걸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당장 필자가 든 예시 중 한 명인 자보론코프만 보더라도 그는 자신이 알아낸 혁신을 누리지 못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막는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는 그 사실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쳐 연구하고 있다. 누군가가 공상이라고 치부하며 뛰어들지 않는, 어쩌면 아무런 결과를 낼 수 없는 사지라 할지라도 많은 이들이 인류를 위해, 미래를 위해 수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필자 역시 훗날 이들의 모험에 동참하고 싶다.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피터 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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