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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Mar 12. 2021

당연함을 부정하라!

관점을 디자인하라 - 박용후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은 책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언컨대 스스로 생각이나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라고 답할 것이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의 저서 <관점을 디자인하라>는 나에게 그런 책으로 다가왔다. 박용후 님의 글을 읽는 내내 그분의 철학과 관점,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고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단어의 선택 하나하나, 하나의 단어라도 저자만의 정의로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부분에서 마저 그 디테일함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관점이 중요하긴 하지.' 정도의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관점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관점에 앞서기 이전에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단어'라는 것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스마트 폰과 컴퓨터 두 개를 사용한다. 그러나 단순한 정의를 가지고 그 두 개를  비교하면 스마트폰은 그저 움직이는 컴퓨터, 손안에 들어오는 컴퓨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컴퓨터의 경우 항상 전원을 끄고 다닌다. 항상 사용을 마치고 나면 컴퓨터 전원을 끈다. 그러나 스마트 폰의 경우에는? 우리는 항상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부족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보조배터리 등의 보조장치를 이용하여 항상 켜놓는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과연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시 정의하면 알 수 있다.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겨우는 보통 일이나 작업을 할 때이다. 즉 컴퓨터를 정의한다면 '일을 도와주는 전자기기'인 것이다. 반면에 스마트폰의 경우는 언제 사용하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즉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이다. 즉 스마트 폰은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전자기기'인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단어를 정의하면 컴퓨터를 끄는 행위는 일을 마치고 중단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끄는 행위는 커뮤니케이션, 즉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단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왜 컴퓨터는 사용 후 끄고, 스마트 폰은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단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단어를 정의한다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자신만의 철학(관점)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이 행위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질문이다. 좋은 질문은 그 단어의 본질을 꿰뚫고 틀을 깨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의 예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처음 스마트폰을 접했을 때, 과연 스마트폰은 무엇인가?라는 스마트폰의 본질을 꿰뚫은 질문의 답으로 '스마트폰은 커뮤니케이션이다.'라는 답을 내었다고 이야기한다. 김범수 의장은 이런 자신의 정의를 실현시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카카오톡이라는 앱을 만들었고, 이 앱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앱이 되었다. 이처럼 단어를 자신만의 정의로 정의할 때 틀을 깨는 창의적인 생각이 탄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질문에 관해서도 이 책의 디테일한 부분이 있었는데, 모든 곳에서 '틀리다.'라는 표현 대신 '다르다.'라고 표현하는데, 유일하게 저자가 '틀리다.'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 바로 질문이다. 저자는 질문이 틀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살짝 충격이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우리)는 질문을 할 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 질문의 답이 찾아지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때 행복해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왜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지? 이렇게 질문을 하면 마땅한 답을 찾아내기 어렵다. 왜냐면 그 이유가 가지각색이고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 가장 행복했지?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고, 이를 통해 행복하고자 하는 바의 답을 어느 정도 유추해 나갈 수 있다. )


    저자가 이야기하는 관점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만의 identity를 갖는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관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질문을 달리할 수 있고, 단어의 정의를 다르게 할 수 있고, 사물의 본질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이 행위는 하나의 관점을 가지는 스스로의 것이고, 이런 질문과 정의를 스스로 한다면 이는 자신과 남들을 구별해주는 하나의 identity가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관점이라는 것이 나도 하나의 관점이 있고, 다른 사람도 하나의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실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관점을 배울 수 있고, 스스로의 관점을 업데이트하여 결국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관점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으로 의미된다. 그러기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항상 새로운 관점,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을 연습함으로써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이 책이 모든 사람의 관점을 바꾸는데 일조했을 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나에게 관점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최근에 들어 '단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책이 내가 고민하던 부분을 잘 정리하여 나에게 시원함(?)을 줬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단어인 '성공'에 대해서 스스로의 답을 내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런 단어를 정의하는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관점을 새롭게 하는 것과 연관이 있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나 역시 어떤 단어에 대해 나만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투자와 투기에 대한 나의 정의이다. 나는 투자와 투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투자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이고, 투기란 남들이 보는 것을 같이 보는 것이다.

물론 나의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이런 정의 내리기 행위가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언제든지 이 정의는 바뀔 수 있고, 하나의 정의를 맹신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야기한 부분 외에도 이 책은 매력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다. 관점 디자이너인 박용후 님의 관점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뿐더러 그분이 정의한 단어들을 공유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이 책은 박용후 님과 한번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고, 새로운 관점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한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사람은 한 게 없다." - 박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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