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소아 Feb 02. 2024

군자는 꼰대가 아니나니

1편 학이(學而) 제8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중대한 일이 아니면 위엄을 부리지 않는다. 학문을 연마하기에 완고하지 않다.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과 신의를 지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둔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벗하지 않는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子曰: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군자부중즉불위   학즉불고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원문의 ‘주충신(主忠信)’ 이후 내용은 9편 ‘자한’ 제25장의 내용과 대동소이합니다. ‘군자부중즉불위. 학즉불고(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가 그 앞에 추가돼 있습니다. 이 대목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군자는 진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워도 그 배움이 견고하지 않다”로 새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도덕군자나 할 법한 말입니다. 특히 ‘중(重)’과 ‘고(固)’에 대한 해석이 ‘논어’ 속 공자와 결이 맞지 않습니다. 공자가 생각하는 군자는 예법에 능하기에 함부로 처신하지 않는 것 맞습니다. 동시에 시경에 수록된 대중가요에 공감할 줄 아는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혹여 체통 잃을까하여 부러 무게를 잡고 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데 저절로 위엄이 깃들 뿐입니다. 또 학문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호기심인데 무게 잡으며 공부하는 사람에겐 그런 호기심이 경박해 보일 뿐입니다.   

  

  저는 이 장에 등장하는 전체 문장의 주어가 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군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당위적으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공자가 생각하는 군자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주루룩 진술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논어’에 등장하는 군자의 이미지를 투영했을 때 첫 문장은 “군자는 중대한 일이 아니라면 위엄을 부리지 않는다”가 자연스럽습니다. 군자는 사소한 일에 무게 잡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일본의 오규 소라이가 비슷한 해석을 했더군요. 

     

  또 두 번째 문장은 앞문장과 독립된 내용으로 봐서 ”군자는 학문을 닦기에 완고하지 않다‘러 풀었습니다. 이는 공자에게 없는 4가지 중 하나로 고집부리지 않는다는 뜻의 무고(毋固)라는 표현을 쓴 9편 ’자한‘ 제4장과 공자 스스로 고집불통인 게 몹시 싫다는 뜻으로 질고(疾固)라는 표현을 쓴 4편 ’헌문‘ 제32장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신이 毋固하고 또 疾固하니 불고(不固) 역시 완고하지 않다로 새기는 것이 일관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군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진술한 ‘학이’ 편의 내용이 뒤의 ‘자한’ 편에 가서 군자에 대한 당위적 내용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후대로 가면서 ‘자하’ 편의 당위가 ‘학이’ 편의 진술을 집어삼키면서 ‘군자는 무게를 잡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워도 견고하지 못하다’는 꼰대식 해석이 횡행하게 된 것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신종추원과 '서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