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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Feb 15. 2024

국가운영의 3원칙

1편 학이(學而) 제5장

  공자가 말했다. “천승지국을 바로 다스리려면 정사를 처리함에 정성을 다해 믿음이 가게 해야 하고, 씀씀이를 아끼고 사람을 아끼며, 백성을 부림에 있어 때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자왈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사민이시


          

  천승지국(千乘之國)은 천대의 전차를 동원할 수 있는 나라를 말합니다. 고대의 전차는 보통 4마리 말이 끕니다. 이를 사(駟)라고 불렀습니다. 16편 ‘계씨’ 제12장을 보면 제경공이 천사(千駟; 4000 필)의 말을 소유하고 있다는 공자의 발언이 나옵니다. 제(齊)는 진(晉) 초(楚) 오(吳) 진(秦)과 더불어 춘추오패로 불린 최강대국이었습니다. 따라서 천승국은 곧 공자 시대 최강대국을 뜻한다고 봐야 합니다.

      

  공자 발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강대국을 바른 길로 이끌려면(道)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경사이신(敬事而信)이니 국정 운영에 정성을 다해 백성의 믿음을 얻어야 하고, 둘째 절용애인(節用愛人)이니 씀씀이와 사람을 아껴야 하고, 셋째 사민이시(使民以時)이니 백성에게 군역과 노역을 지움에 있어 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절용애인은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인(人)을 용(用)과 애(愛) 모두 적용되는 목적어로 보면 사람을 쓸 때 함부로 써선 안 되니 기본적으로 사람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식이 가능합니다. 그보다는 물자를 쓸 때는 절약하되 사람을 귀히 여기라는 뜻으로 새겼습니다. 우리말로 ‘아끼다’는 동사를 두 가지 뜻을 지닙니다. ‘함부로 쓰지 않는다’와 ‘소중히 여기다’입니다. 절용애인은 두 가지 뜻에 모두 적용되니 ‘물자를 아끼고 사람을 아껴라’로 풀 수 있습니다.     


  많은 주석서는 절용애인의 인(人)과 사민어시의 민(民)의 차별성에 주목합니다. 인은 주로 도성에 사는 귀족과 사인(士人)으로 구성된 국인(國人)을 말하고 민은 국인의 지배를 받는 일반 백성을 지칭한다는 것입니다. 나랏일을 맡아야 하는 국인은 귀하게 여기고 일반백성에겐 군역과 노역을 지게 하되 생업에 전념 할 농번기를 피하고 농한기에 지우는 식으로 때를 가리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장을 풀어냄에 있어 인과 민의 차별성보다 물자를 아껴 쓰되 사람을 더 아끼라는 식으로 물(物)과 인(人)의 차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절용애인의 인과 사민어시의 민은 동일한 존재입니다. 다만 후자의 민은 군역과 노역의 의무가 있는 법적 존재라는 점이 부각된 표현으로 봐야 합니다.  

    

  이 경우 때맞추라는 표현은 농번기와 농한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린이와 노인을 피하고 적령기의 성인남성에게만 책임을 물리는 것과 풍년일 때와 흉년일 때를 가리는 것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조선시대 젖먹이 아기에게 군역을 물리는 '황구첨정(黃口簽丁)과 죽은 사람을 산 사람으로 둔갑해 군포를 물리는 '백골징포(白骨徵布)' 또한 사민어시의 가르침을 위배한 것이란 소리입니다. 

    

  여기서 다시 첫 구절로 돌아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사이신, 절용애인, 사민어시는 최강대국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 적용돼야 할 원칙 아닐까요? 사실 이 3가지 원칙은 12편 ‘안회’ 제7장에 등장하는 정치를 함에 있어 주요한 3가지로서 민신(民信), 족식(足食), 족병(足兵)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사이신의 핵심은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니 민신과 궤를 같이 합니다. 절용애민은 경제와 관련된 것이니 백성을 먹여 살리는 족식에 공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민어시는 그 중심에 군역이 있다는 점에서 국방과 관련된 족병에 부합합니다. 

    

  어쩌면 이 장의 공자발언은 “제나라와 같은 최강대국을 바로 이끌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대한 답일 가능성이 큽니다. 원문의 도(道)는 ‘이끌 도(導)’라기보다는 “정도에 부합하게 하다”라는 뜻을 함축했을 수 있습니다. 제나라와 같은 강대국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 운영의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실천하라고 우문현답을 한 것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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