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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Mar 10. 2024

'명국연대'와 enshittification

2024년 3월 7일(맑고 추움)

우민은 최근 enshittification이라는 신조어를 배웠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초창기에 비해 광고만 늘어나고 서비스는 악화돼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는 것을 말한다. ‘열화(劣化)’라고 거창하게 번역되곤 하지만 실상은 en-shit-tification, 곧 '똥 같이 됨‘을 뜻한다.


그에 딱 들어맞는 정치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과 조국이 연대하는 '명국연대'다. 정통 야당의 전통을 이어온 민주당이 처절히 망가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우민은 enshittification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민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재명-조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느 한쪽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힘들면 다른 한쪽으로 도망가는 회피전략을 자주 구사한다. 이재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의혹일 뿐 유죄판결받은 게 없다고 강변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일가의 비리를 비판하면 그런 식이면 무죄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발뺌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명국 비판자들에 대해서 엘리트주의자라고 반박하곤 한다. 그 엉성한 논리전개를 지켜보면서 우민은 헛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그 대학 법대교수를 하다가 청와대 사정수석과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조국 같은 엘리트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런 사람을 비판하는 게 엘리트주의라면 도대체 어떤 사람을 비판해야 엘리트주의가 아닌 걸까? 이재명만 봐도 그렇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이 엘리트가 아니면 도대체 한국사회의 엘리트는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엘리트주의는 일국의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엘리트 중에 나와야지 개나 소나 지도자가 되선 안 되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을 뜻한다. 영웅파와 공화파라는 우민의 이분법에 따르면 대개 보수적인 영웅파가 엘리트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위대한 영웅 박정희의 딸 정도가 돼야 대통령이 될 만하다는 친박연대 식의 발상이다.      


놀랍게도 명국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상이 딱 그 짝이다. 수많은 민주당 정치인 중에 민주당 지도자감은 이재명이나 조국 아니면 안 된다며 나머지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수박’이라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엘리트주의라 비판받는 전형적 영웅파의 사고방식이다.     


명국연대의 기괴함은 대중추수주의로 번역될 포퓰리즘과 영웅주의로 번역될 엘리트주의가 공존한다는 점에 있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친일파와 친미파 일색의 지도층 때문에 민족정기가 훼손되고 부패로 점철돼 한국사회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대중적 르상티망을 자극하는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전형적 포퓰리스트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자신들 외에는 적임자가 없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선 엘리트주의자가 따로 없다. 그래서 어느 한쪽을 때리면 따른 한쪽으로 도망가면서 "옳고도 바른 우리”라는 나르시시즘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이를 위해 위성정당이라 쓰고 기생정당이라 읽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것이 과연 김대중-노무현 정신에 부합하는 민주당의 정통 노선일까라는 게 우민의 생각이다. 


이렇게 기성 엘리트에게 맹공을 퍼붓지만 알고 보면 그 사회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사람의 주술에 놀아나는 이들은 현대적 용어로 트럼프주의자라고 부른다. 트럼프주의자들은 트럼프가 저지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기성 엘리트들의 부당한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트럼프야말로 그 기성권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란 점도 외면하며 그가 기성권력에 염증과 환멸을 느낀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다는 미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enshittification도 마다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전통을 enshittify하는 명국연대 지지자들은 과연 트럼프주의자들과 뭐가 얼마나 다른 걸까?'라고 우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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