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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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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Oct 24. 2024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라 반지성주의

2024년 10월 23일(맑고 추움)

  MZ세대가 한자어 모르는 것을 두고 문해력 논란이 되풀이된다. 심심한 사과를 심심해서 하는 사과로,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추후공고(追後公告)를 공업고등학교 이름으로, 사흘을 4일로 알아듣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걸 문해력의 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는 것 아닐까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MZ세대가 쓰는 약어나 은어를 기성세대가 못알아듣는 것을 두고 문해력 부족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MZ세대가 그 윗세대보다 높다는 것은 여러 국제기구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의 문해력 조사에서 한국 10대는 하향세를 보인다지만 여전히 상위권에 든다. 반면 4050세대의 문해력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한자어 모른다고 문해력 부족 탓하는 것은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격' 아닐까?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문해력이 아니라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모르던 것을 하나 배웠다, 고맙다"고 하면 된다. 문제는 그걸 자신의 무지가 들통난 것이라 생각하고 벌컥 화를 내는 데 있다. "요즘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 어딨냐?"거나 "왜 일반적이지 않는 표현을 써서 사람을 당황케 하느냐?"며 못마땅해하는 것, 바로 거기에 문제의 본질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왜들 그러는 걸까? MZ세대는 윗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웬만한 상식 수준의 지식은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 살기 때문 아닐까? 혹시라도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 아닐까?

  이는 MZ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민이 만난 50세 전후 고학년 남성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들중 상당수는 세상만사에 다 도통한 듯 굴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들이 모르는 분야나 내용이 등장하면 인생살이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잡지식으로 치부한다. "그런 거 안다고 돈이 나와? 밥이 나와?" 그러면서 자신만의 관심사에서 찾은 발견은 노벨상을 받아 마땅한 대단한 업적인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서 억울하다고 한탄하기 일쑤다. 자신이 아는 것만 최고라는 지적인 나르시시즘은 세대를 뛰는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다.

  사실 젊은세대가 한자어 모르는 것을 두고 문해력 논란으로 몰고가려는 기층심리에도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고픈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아니 요즘 애들은 그런 기초적인 표현도 몰라? 말세야. 말세!"라며 잘난 척하고픈 욕망.
 
  따라서 문해력 문제의 제대로 된 번지수는 '반지성주의'라는 것이 우민의 판단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지성이란 게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에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지대넓얕' 식의 얄팍한 과시용 지식이 팽배하면 "내가 모르면 세상사람들 다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교만에 빠지기 쉽다.

  세상에 알고픈게 많고, 궁금증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야 또 몰랐던 것, 새로운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몰랐던 것을 접했을 때 성내는 사람은 지적인 척 하고픈 반지성주의자일 뿐이다. 호기심이나 궁금증은 일도 없지만 유식한 척 보이고 싶은 그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이 안다고 믿는 것이 진짜 앎이냐?"고 따져 묻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사람이다. 만일 소크라테스가 오늘날 대한민국에 다시 태어난다면 사형이 아니라 극심한 집단따돌림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내몰리지 않을까?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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