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스터 Chester Mar 10. 2024

김해시 vs 하동군

한국사화 관찰기: 지자체 슬로건의 수준 차이

각 도시나 지자체 별로 애칭(슬로건)을 만들곤 한다. 

이건 북미 쪽도 마찬가지로, 우리 집이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의 슬로건은 Forest City이다. 예전엔 숲이 많았는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이 이민했던 25년 전 부터 현재에는 그리 어울리는 슬로건은 아닌 듯 하다.


한국에 와서도 지자체의 여러 슬로건을 보아왔는데 내 기억에 남는 최악과 최선은 신기하게도 둘 다 나와 연관이 있는 지역이다. 김해시와 하동군. 둘 다 경상남도에 있다.


최악은 김해시..

김해시의 브랜드 슬로건이라고 김해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어느날 인가부터 이게 눈에 띄기 시작하던데 이게 뭔 말인지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한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소감은, 한 마디로 '한숨이 팍팍 나오고 세금 내는게 아깝다'였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도시 슬로건에 Don't worry(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당당하게 써 놓는 다른 곳이 있을까? 

자기네 말도 있는데 꼭 영어를 따와야 할까?

도대체 행복도시라는 정의는 무엇일까?

HAE'PPY는 뭐지?

Hae'ppy가 Happy를 뜻하는 것이고, 김해의 'ㅐ'와 Happy의 'a'가 같은 발음이라고 여기는걸까? 

Don't worry, be happy에서 따온 듯 한데, 'Be'는 어디로 간걸까?

형용사 Happy와 명사 Happiness 구분은 하고 있는건가?

이걸 세금 들여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라고 결정한 건 누구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해진다.. 


그 중에서도 다른 건 몰라도, 김해의 'ㅐ'와 Happy의 'a'가 같은 발음(소리)인지 알아보자. .

나만 발음이 다르다고 느끼는건가 싶어 검색해 보았다. 설명을 잘 해주신 제이쌤님의 글로 대신해 보자.

출처: 네이버 블로그 제이쌤님

결국 해의 'ㅐ'와 Happy의 'a'는 다른 소리라는 것. 

이런 경우는 Apple도 마찬가지다. 한글로는 '애플'이라고 표기하지만 '애플'이라고 발음하면 원어민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입 모양을 바꾸고 액센트를 줘 Apple로 발음하면 알아듣더라고..

왜 같지도 않은 소리를 같다고 우겨가며 도시 슬로건으로 만들었을까? 무식이 철철 넘쳐난다..

더군다나 Hae'ppy의 'ae'는 Happy의 발음 기호와 같아서 ae로 했을까?? 점점 점입가경으로 빠져간다..


영어가 편한 사람들을 위해 (국제도시) 김해시에서 이렇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다. 그럼 그 영어권 사람들에게 맞는 표현을 써야 이해를 하지.. Gimhae, City of Happiness(행복도시, 김해)라고 말이야. 그런데 행복(Happiness)이란 단어는 너무 추상적이라 도시를 대표하기엔 좀 거시기해 보인다.


결국 김해시의 공무원들은 쪽팔림을 모르는 수준이라 여겨진다. 알면 창피해서 감히 저렇게 해 놓을 수 없지. 암.. 


내가 리모델링 작업에 열중인 륜안가가 있는 하동군은 김해시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출처: 경남에나뉴스

'별천지 하동', 딱 보는 순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경치나 분위기가 특별하다는 별천지(別天地). 하동군에는 멋진 곳들이 많다.

날씨 맑은 밤하늘, 륜안가가 있는 하동 양보 우복리에는 선명한 별들이 마구 쏟아진다. 정말 '별(star)천지'가 맞다.


하동군에서는 군민들이 참여해가며 이렇게 이쁜 슬로건을 만들었단다. 정말 이쁘고 멋지다. 


자기 말을 아끼며 보다듭는다면 더 멋지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영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에 영어에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관심의 몇 분의 1 만큼 만이라도 자기 말에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김해시 공무원분들.. 당장 저 슬로건을 내리세요. 김해시청 차량에 붙인건 떼구요. 제발... 관공서 건물에도 붙여 놨더라고...

창피해요...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dv_f5jGe11Q7ipN9-W7QYI


작가의 이전글 술에 쩌든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