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도 형식의 K-교통표지판
충북 단양 거리의 한 표지판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5번 국도 남쪽방향으로 합류해야 하는데 방위표시도 빠져 있다. 감각으로 왼쪽이 남쪽일 것이다고 추측했다. 그런데 5번 국도에 합류하려면 어떻게 하라는거지? 휴대폰 유심카드를 뺄 때 쓰는 핀 모양으로 어떻게 진입하나??
조금 더 진행하니 같은 표지판이 하나 더 있고, 노면에 지명표시가 있다. 그리고 전방 도로가 한 차로씩 갈라진다.
남쪽 방향인 듯한 영주 쪽으로 가려면 1차로에 있으라는 뜻인 것 같다. 교차로 형태는 모르겠지만 일단 1차로를 따라가보기로 한다.
단양의 표지판 담당기관과 공무원은 해당 교차로의 형태를 잘 알고 그렸을 것이다. 자신들은 도로가 주 업무니 저런 평면도를 보아도, 아 여기는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진입하는구나를 금방 알테다. 그런데 도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어떻게 하라는거지?
한국식 표지판은 평면도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영어로는 Birds'-eye view라고 한다. 공중을 나는 새가 본 형식으로 평면으로 이동하는 운전자의 눈에 보이는 모습과 굉장히 다르다. 공중에서 본 모습을 평면으로 재구성하려면 IQ가 좋아야 할 것이다. 글쓴이처럼 낮은 IQ 소유자들은 한국식 평면도 표지판 해석(?)이 꽤나 어렵다.
한국이 이런 평면도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아마도 일본의 영향이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일본 도로를 운전해 보면, 평면도 방식도 있지만 필요한 곳에는 운전자 위주 방식으로 안내표지판이 있었다. 초기에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고, 그 이후 전혀 진화하지 않은 것이 한국식이라 생각된다.
한국식 평면도형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운전자에게 전혀 적합하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아직도 평면도식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선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초행길 운전자가 이걸 보자마자 이해할 수 있을까?
아래 표지판에서, 진주로 가려면 11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표지판은 직진으로 그려져 있고, 직진하면 되는 부리마을은 3시 방향으로 그려져 있다. 노면의 정보와 전혀 다르다.
도로표지 설치 매뉴얼에서는 10도 이내의 각도는 직선으로 표시한다고 하긴하는데 정말 현실성이 없다. 평면도형 표지판을 고집할거면 동선을 사실적으로 표시하거나, 아니면 아예 차로별 표지판으로 제대로 안내하면 안될까? 정말 K-표지판은 달구지용이 맞는가 보다.
평면도 표지판을 고집하다보니 영등포 로터리 같은 K-도로 코메디가 벌어진다.
선진국의 도로 표지판은, 운전자에게 '이 차로를 타시오. 그러면 당신을 안내해 주겠소'라는 개념으로 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평면도형 표지판을 걸어 놓고 '퀴즈를 낼테니 풀건말건 알아서들 다니시오'라는 느낌이다.
미국 NCHRP 자료에는 인적요소(Human Factors) 개념을 도로 설계와 표지판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하는지 설명이 나온다. 표지판을 만들 때는 어떻게 해야 운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는지 아래의 예가 실려 있다.
단양의 표지판은 해당 구간을 겪고난 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 다닐 때부터는 표지판 자체를 보지 않았다. 표지판은 처음 지나거나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를 위함일텐데...
과연 한국 표지판은 이용자인 인간을 고려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쉬운 도로가 안전한 도로. 한국에도 만들어 봅시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_nbMwItYaucUgWhh4jCqeVDBuVB-CI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