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뇌는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망각을 통하여 필요 없는 정보는 기억 저장소에서 제거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는 중요도에서 밀려나 반복적으로 학습하지 않는 이상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의 메커니즘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특정한 물체나 현상의 작용 원리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메커니즘을 공부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럴만한 뇌 용량을 갖고 있지도 않고,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모르고 살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메커니즘의 '결괏값'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면 음식이 차가워져서 부패를 늦출 수 있다는 결과를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음식을 차갑게 만드는 냉장고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고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하철 개찰구에 카드를 찍으면 개찰구를 통과하여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익숙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개찰구가 카드를 인식하고 문을 열고 닫는지 그 원리에 대해 알아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처럼 실제 세상의 복잡한 상황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핵심 위주로 단순화시킨 것을 '추상화'라고 이야기한다. 추상화는 현상의 본질, 즉 결과 만을 남겨두고 축약시켜서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세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세상의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추상화시켜서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인생은 추상화되어있는 일상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모호할 수밖에 없고, 확실성을 통해 생존에 대비해야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겐 모호한 상황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미래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불안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은 예언의 영역이고, 예언은 신념과 믿음의 영역이다. 누군가는 믿음으로서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나는 스스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미래가 전혀 불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현재를 아주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서 자신이 설정해 둔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불행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감정을 잘 다룰 줄 아는 초연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은 미래가 모호하게 느껴져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가슴이 뛰고 손이 떨리고 토할 것 같은 불안감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내면에서 일어나는 추상화된 개념을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를 생각하기만 하면, 그 원리나 이유는 모르겠으나 불안이라는 결괏값을 얻고 있을 것이다. 이 결괏값은 지금의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값이 아니다. 따라서 해당 값이 나오게 되는 추론 단계를 분석해 봐야 한다.
미래가 불안하다는 값을 얻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추론 단계를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
1. 미래는 모호하다.
2. 모호함은 불안을 초래한다.
3. 따라서, 미래는 불안하다.
명제에 사용된 단어가 워낙 추상적인 개념이라 사람마다 정의한 내용이 다를 것이고, 정의한 내용에 따라 도출 값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 점을 상기시킨 후, 질문을 던진다.
미래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모호하다는 것은 어떠한 상태인가? 미래는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안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불안을 완화시킬 나만의 방법을 갖고 있나?
나는 더 많은 질문을 이어갈 필요 없이 세 번째 질문, '미래는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오류를 발견했고, 이 오류 때문에 그토록 미래가 불안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미래는 모호하다.'라는 명제를 사실 여부가 아닌 당위성의 문제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미래는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모호할 수도 있고, 모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는 구체적일 수도 있고,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도 있다. 많은 것들이 추상화되어 있어 모호해진 일상의 빈틈을 찾아 구체화시킨다면 더 이상 모호하지 않은 인생이 될 것이며, 그로써 미래는 불안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내면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의식 패턴을 인식하고, 작동원리(=추론 단계)에 대해 분석해 보는 것은 실로 유용하다. 심적으로 힘든 상태에서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힘든 상태에서도 한 발자국 물러나 넓은 시각으로 하나하나 분석하며 살펴보는 연습을 하길 권한다.
생각의 오류로 만들어진 빈틈을 찾아 수정하고 메꾸다 보면, 인생은 참의 값에 가까워질 것이다.